트랙백 - 링크 - 펌 원칙
 * 2004년 10월 17일에 작성한 트랙백 - 링크 원칙에 추가합니다.


 2004.10.17.

 전부터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오늘 생각난 김에 언급해둡니다. 제 블로그에 올라온 글에 대해 트랙백을 남기시거나 링크하실 때는 제 허락 필요없습니다. 트랙백이야 흔적이 남으니까 제가 찾아가보면 되는 거고, 링크만 하신 거면 알려주기만 하세요. (깜박 잊고 안 알려주셨다? 어쩌겠어요. 사람이 살다보면 이것저것 잊고 사는 거지)

 제 블로그의 글이 아니라 블로그 자체를 링크하신 경우는, 신고하실 필요 없습니다. 여기가 저도 모르게 알려지면 안되는 곳인 건 아니잖아요. 괜찮은 테이트용 공원을 친구한테 알려줄 때 공원 관리 사무소 허락 맡아야 되는 것도 아니고. (왜 공원이냐면, 식당이나 서점을 예로 들 경우 '그거야 손님이 늘면 수익이 느니까 주인이 막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블로그와는 다르다.'라는 반론이 나오니까) 물론 제 블로그가 괜찮은 데이트용 공원인진 모르겠지만요.

 링크가 싫고 덧글이 싫고 트랙백이 싫으면 제가 어련히 알아서 하지 않겠어요?

 
 2005.12.02.

 『한군』 님께서 트랙백이나 링크 외에 글을 퍼 가는 건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퍼 간다는 건 글의 위치를 링크로 안내하는 게 아니라 글 내용 전체를 그대로 옮겨간다는 거지요? 흠, 온라인 상의 텍스트를 복제해서 옮겨간다는 행위는 꽤 생각해봄직한 문제입니다. 클릭 한 번으로 읽을 수 있는 글이라면 왜 굳이 퍼야 할까요?

 일단, 텍스트 보존 기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온라인 상의 텍스트는 생각보다 수명이 짧은 경우가 잦습니다. 멋진 글들도 운영자의 변덕이나 시스템의 문제, 혹은 기타 등등의 이유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죠. 저는 그런 걸 자주 봤습니다. 폐간된 환상문화웹진 워터가이드나 시공사의 장르문학웹진 시공사에서 운영하던 웹진 디겐 등이 좋은 예입니다. 그곳의 글들이 아직도 남아있다면 저는 좀 더 풍요로운 근무 시간을 보내고 있겠죠(예, 저는 근무 시간에도 이런 글을 작성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 시간을 갖곤 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이유라면, 제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굳이 '보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제가 보장할 게요. 저는 몇몇 시효성이 떨어진 포스팅(당시 개봉 예정이던 영화의 예고편을 올려놓은 포스팅 같은)을 아주아주 느리게 지워나가는 것 외에는 제 글을 지우는 일이 없습니다. 여러 번 말했듯이, 저야말로 제 글의 가장 열성적인 독자고, 그래서 전 제 글을 보존하는 일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입니다. 혹시 이글루스 시스템이 날아가서 글이 사라지는 경우가 걱정된다면? 하지만 솔직히 우리는 그런 걸 걱정하면서 살아가지는 않죠.

 수집가 기질은 어떨까요? 한데 모아놓고 손 뻗는 곳에 두고 자주 보고 싶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집가의 자기만족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퍼간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는 거겠죠. 그럼 자기 혼자 보겠다는 거고, 그런 행위에는 반대할 방법도, 반대할 이유도 없습니다(사실 이건 텍스트 보존을 위해 글을 퍼 가는 행위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단순 보존만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으니까).

 가장 생각해볼 만한 건 세 번째인데, 어떤 글이 마음에 들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만 글 쓴 당사자는 그런 일에 대한 열의가 없기 때문에 대신 퍼 나르고 싶다는 겁니다. 괜찮은 의도고, 실제로 90년대 후반의 아마추어 팬터지 작가들이 4대 통신망에서 명성을 얻은 것도 이런 길을 통해서였죠. 하지만 이걸 링크를 통해서가 아니라 글을 옮김으로써 해야 할 이유는 뭘까요? 외부 링크를 지원하지 않는 곳이라서 글을 옮겨야만 하는 경우? 그건 생각하기 힘들군요. 그럼 클릭 한 번의 수고를 덜기 위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링크 옮겨다니는 게 귀찮아서 글을 읽지 않는 경우도 꽤 잦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귀 찮아서 글을 읽지 않을 정도로 관심이 없다면 본문을 통째로 옮겨놔도 읽을 확률이 높을 것 같진 않군요. 또는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이 글을 읽어보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한 번 읽어보세요."해놓고 링크만 올리고 글을 끝내는 게 어쩐지 무안한 경우. 예, 독자들이 링크 클릭이 귀찮아 글을 읽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글 쓰는 이들도 무안함을 어찌할 방법이 없어서 글 올리는 걸 포기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제가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링크를 하고, 링크한 글에 대한 견해를 제법 볼륨 있게, 두세 단락 정도 덧붙이는 겁니다. 다른 사람도 읽어봤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어디가 마음에 들었는지를 말하는 것도 나쁠 건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러저러한 문제들과 해결(혹은 합리화)방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을 옮겨야 할 필요성이 있을 수 있겠죠. 당장 떠오르는 구체적인 동기는 없지만 적어도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이해가 됩니다. 이 경우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글쓴이가 자기 터전 밖에 자기 글을 노출시키고 싶은가 하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망설이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저는 종종 블로그가 단순히 개개의 글을 모아둔 창고가 아니라 개개의 글이 상호 연관된 체계라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서로 아무런 관련도 없는 주제를 다룬 여러 편의 글이 블로그라는 터전, 혹은 그 글을 쓴 한 사람에 의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거죠. 그런 영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간접적으로 녹아들어 있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제가 걱정하는 것은, 만약 제 글이 그런 맥락에서 떨어져 나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면 원래 블로그에 박혀 있었던 만큼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겁니다. 제 블로그의 고정 방문객들이라면 제가 쓴 다른 글들을 통해 저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한 상태일 테고, 새로운 글은 그 이미지 위에 덮입니다. 하지만 떨어져 나가면 그게 안 되죠.

 물론 제가 쓴 글이 정말 좋은 글이라면 홀로 서기를 해도 쓸만해 보일 겁니다. 하지만 대게는 그럴 것 같지 않네요. 가끔 마음에 드는 듬직한 글도 있지만(그래요, 무턱대고 겸손만 내세우진 않겠어요) 전 보통은 블로그에 의존하는 글, 블로그이기에 가능한 농담들, 블로그에 방문할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게 됩니다. 그런 글은 재미있을 수는 있겠지만 충분히 좋은 글은 아닐 거예요.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제 글을 퍼 가고 싶으시면, 꼭 그 방법 밖에 없겠다면, 그렇게 하세요. 출처만 적으시면 됩니다. 그러나 제 글이 생각보다 별로인 경우가 잦을 겁니다. 그것도 퍼 가려고 하시는 분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말입니다. 최선의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글을 퍼 갈 때는 독자일 때보다 좀 더 냉혹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이것 외에 네 번째, 다섯 번째 이유가 있을까요?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일단은 떠오르지 않는군요. 숙제용으로 베끼는 걸 제외하면 말입니다.



 덧. 말이 나온 김에 말이지만, 앞으로는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해봐야 겠어요.
by sabbath | 2005/12/02 10:57 | 20050523~20061228 | 덧글(11)
Commented by Sion at 2005/12/03 00:10
모처럼 '앗! 새 글!'하고 들어왔는데 원칙이어서 살짝 슬펐습니다...만 P.S 의 포부에 희망을 갖고 갑니다-_-)b 주말은 중부권도 눈이 쌓일 정도로 온다던데 추위 조심하시길.
Commented by sabbath at 2005/12/03 00:25
Sion / 그냥 단순 원칙 나열은 아니었잖아요. 나름대로 머리 굴린 건데^^;

공익 일이 은근히 힘드네요. 여유가 없는 건 아닌데 여유가 길게 주어지는 건 아니고 잘게 토막난 채 주어져서, 시간 활용에 익숙해지는 게 쉽지 않아요. 게다가 퇴근 후에 집에서만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일들도 많고 해서.

광주는 아직도 그럭저럭 따뜻하답니다. 뭐, 앞으로 추워지겠지만요. Sion 님도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길 :-)
Commented by 『한군』 at 2005/12/03 00:48
sabbath//답변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저희 동네만 추운건지 타자치는데 손이 굳어서 힘들군요.
Commented by sabbath at 2005/12/03 07:13
『한군』 / 지역 차이도 나겠지만 사람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음음… 혹시 저혈압은 아니시겠죠? 예전에 저혈압이라서 손발이 쉽게 굳는 바람에 힘들어 하는 사람과 알고 지낸 적이 있어서 문득 생각이 나네요. (묘하게 복잡한 문장이로다;) 뭐, 외풍 때문일지도. 꼭꼭 닫혀 있다고 해도 창문 옆에 있으면 확실히 손이 쉽게 차지더라고요. 학숙살이 할 때 그래서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Commented by _권_ at 2005/12/04 13:26
종종 여유가 생기시나 봅니다 :)
Commented by 이정훈 at 2005/12/04 21:04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아쉽게 제가 이용하는 블로그 서비스는 트랙백을 지원하지 않는군요.. -_- (어쩌라는건지.. ㅠㅠ) blogger <--
Commented by sabbath at 2005/12/04 22:35
_권_ / 아직 활용은 잘 못하지만요. 근무 중 여유시간은 책 읽고 공부하는 데 쓰는게 딱 어울리는데(책상에 이것저것 늘어놓고 번역을 한다거나 영화를 CD로 구워와서 거기서 자막을 만드는 건 너무 번잡한 일이니까) 겨울인지라 난방이 너무 세서 장시간 활자에 집중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Commented by sabbath at 2005/12/04 22:40
이정훈 / 연결할 게 있다면 링크 주소를 남기는 정도면 되겠죠?
Commented by Monster at 2007/07/13 01:42
트랙백 링크..

사실은 첨에 ㅋㅋ 링크 실수로 걸었떤.. 곳이 있는데;

그게.. 여기였던건가 ㅎㅎ

링크.. 걸어도 되요? ㅎㅎ
Commented by 수집 at 2008/01/07 12:58
링크 데려갑니다. 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자유의지 at 2008/04/10 22:23
늦었지만, 링크 걸겠습니다.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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