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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영화를 좋아하(ㄴ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기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죠. 수요가 적으니 공급도 적어서, 그걸 좋아하고 싶어도 접할 길이 부족하고요. 심지어 교과서적인 영화들조차 그렇지요.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교과서'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교과서에 이름을 남긴 작품들을 무시할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뭘 보고 알아야 무시를 하든 말든 하죠.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대한민국에서 알프레드 히치콕을 좋아하고자 하는 사람은 큰 축복을 받은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워너 홈비디오에서 미친 척 하고 주요 작품을 몽땅 출시해 준 찰리 채플린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 가장 열심히 소개된 옛 감독이 바로 이 사람이니까요.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 중 적어도 스물 한 편의 영화가 DVD를 통해 정식으로 소개됐습니다. 유니버셜에서 나온 박스세트에 수록된 열네 편, 워너에서 나온 박스세트에 수록된 다섯 편, 파라마운트에서 나온 [도둑 잡기(To Catch a Thief, 1955)], 스펙트럼에서 나온 [너무 많이 아는 남자(The Man Who Knew Too Much, 1934)]를 말하는 건데, 혹시 더 있는지도 모르겠군요(뒤의 두 작품은 각각 [나는 결백하다]와 [나는 비밀을 안다]라는 제목으로 출시됐습니다). [너무 많이 아는 남자]는 립핑일 수도 있습니다만. 여하튼 고전기 할리우드의 명장을 이야기할 때 거론되는 다른 감독들, 그러니까 존 포드나 하워드 혹스 같은 감독들에 비하면 엄청나게 축복받은 겁니다. 존 포드는 일곱 편, 하워드 혹스는 네 편 소개됐거든요. 꼭 옛 감독들만으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DVD 업계에서 이 정도로 사랑 받은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과 클린트 이스트우드 정도밖에 없을 걸요. 거기다가 관련 서적이 이렇게 많이 소개된 감독도 없습니다. 감독과 비평가 사이에서 이뤄질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교감을 보여주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히치콕과의 대화(Hitchcock)]와 슬라보이 지젝이 엮은 [항상 라캉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감히 히치콕에게 물어보지 못한 것들(Everything you always wanted to know about Lacan... But were afraid to ask Hitchcock)]이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한길사에서도 [앨프리드 히치콕]이라는 전기를 냈고, 역시 프랑스 누벨바그 비평가/감독들의 히치콕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에릭 로메르, 끌로드 샤브롤이 쓴 [알프레드 히치콕(Hitchcock: The First Forty-Four Films)]이라는 책도 있으며, 작년과 올해 도날드 스포토의 [히치콕(The Art of Alfred Hitchcock)]과 패트릭 맥길리건의 [히치콕(Alfred Hitchcock: A Life in Darkness and Light)]이 새로 나왔습니다. (여담이지만, 가장 최근에 나온 패트릭 맥길리건의 책은 1376쪽이더군요!) 이 정도면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가장 열심히 소개된 거죠. 290쪽 짜리 마틴 스콜세지 반(半)자서전 [비열한 거리(Scorsese on Scorsese)]를 되풀이해 볼 때마다 알프레드 히치콕 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물론 너는 한 권이라도 있으니 다행인 줄 알라고 이를 가실 분들이 수도 없이 많겠지만, 일단 이는 히치콕에게만 갑시다) 아, 게다가 2003년에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두 번에 걸쳐 히치콕의 작품 열두 편을 상영하기도 했어요. 좀 더 사적인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영화 공동체 씨네꼼에서는 2004년 가을, 3주에 걸쳐 히치콕의 영화 열일곱 편을 상영했습니다. 이 상영회는 씨네꼼 12년 역사 속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들였고, 자체 제작한 자료집 150부는 전부 나갔습니다. 외부와 교감하는 문제로만 따지면 그때가 씨네꼼의 최전성기였을 겁니다. 이보다 약간 더 사적으로 가자면… 그 상영회 준비 덕분에 저는 히치콕의 열광적인 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양반의 영화를 열다섯 편 봤는데, 그건 제가 마틴 스콜세지 영화보다 히치콕 영화를 더 많이 봤단 얘깁니다. 물론 이 기록은 곧 깨질 겁니다만. 아무튼 억지로 봤으면 꽤 괴로웠을 테고, 그렇게 본 영화도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썩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어요. 요즘도 그의 영화들이 곧잘 보고 싶어지고, 망할 놈의 유니버셜에서 더블팩으로 내기로 한 히치콕 타이틀들이 나오기만 하면 어느 정도는 구입도 할 겁니다. 하긴, 브라이언 드 팔마의 열렬한 팬이 알프레드 히치콕을 싫어하는 건 좀처럼 생각하기 힘든 일입니다. 아, 하나 더 있군요. 제가 씨네꼼에 가입해서 처음 본 영화가 바로 히치콕의 [로프(Rope, 1948)]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컷의 개념을 배웠고요. 결국 그는 싫으나 좋으나 제 영화 인생에도 한 발자국 디딘 사람입니다. 그 영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군요.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필름포럼에서 또 히치콕 영화를 틀겠다고 합니다. 정말 복 받은 감독입니다. 그 복을 스스로 쟁취해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 대단하고요. 무성영화 시절부터 영화를 찍어온 감독 중에 이 사람처럼 자의식이 뚜렷하고 대중들을 악착같이 끌어 모았던 사람도 없지 않겠나 하고 생각해봅니다. 분명 그 악착같은 면이 지금의 그를 만드는 데 일조했을 테고요. 아무튼, 이번에 상영하는 아홉 편은 모두 빼놓을 것 없고 고를 것 없이 틀어주는 대로 보면 되는 걸작들입니다. 특히 [이창(Rear Window, 1954)], [현기증(Vertigo, 1958)],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 1959)] 3단 콤보는 시대에 상관없이 아찔할 테고, 영국 시절 최고 걸작인 [39 계단(The 39 Steps, 1935)]이나 최후의 걸작 [프렌지(Frenzy, 1972)]가 상영되는 것도 반갑습니다. 사실 제가 보고 싶은 건 아직 보지 못한 미국 시절 초기의 걸작들인데 아쉽게도 이 작품들은 평일에만 상영하는군요. 전 그냥 또 3단 콤보랑 놀아야 할 모양입니다. VHS로 밖에 보지 못했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제대로 된 화면비로 만난다는 데에 가장 의의를 두고 싶네요. 아무튼, 날 잡아서 좀 보세요. 제 아무리 복 많은 감독이라고 한들 관객과 만나지 못하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습니다. 이 양반이 왜 영화 교과서에 족적을 남기는 걸로 끝나질 않고 최고의 감독 명단에서 노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요. 알프레드 히치콕 걸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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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글 잘 읽었습니다..
by kinoeyes at 08/19 말씀하신대로 류승완 감.. by sabbath at 08/17 참 말할 거리가 많은 영.. by 파인로 at 08/17 그쵸. 사실상 모든 프랑.. by sabbath at 08/16 아, 그것은… 저도 무.. by sabbath at 08/16 저도 그 글을 읽어보았.. by sabbath at 08/16 제작사 외유내강 측의 .. by sabbath at 08/16 소식 고맙습니다! 포스터.. by sabbath at 08/16 가끔은 너무 만든 사람에.. by sabbath at 08/16 먼저 안 보신 분들께는 .. by sabbath at 08/16 저도 만주 벌판 액션이 참.. by sabbath at 08/16 [다찌마와 리] 속편 또.. by sabbath at 08/16 오오, 드디어 올리셨군.. by Sion at 08/16 드팔마를 떠올리는 장면.. by 다찌대박 at 08/16 저는 그놈의 잘생겼다!가.. by 은혈의륜 at 08/1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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