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 [최후의 증인]
 5월은 가정의 달. 여러분들의 가정을 훈훈하게 적셔 줄 피투성이 영화들이 잔뜩 등장하는 달인 모양입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류승완의 액션스쿨"이 끝난 다음 날인 5월 6일과 7일,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이미 지난 1월에 상영하여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온 바 있는 이두용 감독의 걸작 [최후의 증인(1980)]을 재상영한다고 합니다. 박찬욱, 류승완 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이 수록된 DVD가 어디선가 제작되고 있다는 소문에만 목메고 있던 차에 이토록 빨리 다시 만날 수 있게 되니 반가운 그 마음 이루 다 말할 수 없군요. 게다가 5월 6일 상영에는 이미 사석을 통해 [최후의 증인]에 대한 애정을 고백한 바 있는 류승완 감독과 오승욱 감독, 김영진 평론가가 1시간 동안 담소를 나누는 자리까지 마련된다고 합니다.

 [최후의 증인]은 김성종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한국영화의 한 시절을 풍미했던 이두용 감독이 하명중, 정윤희, 최불암 등을 출연시켜 만든 158분 짜리 대작 역사-하드보일드 추리-서사극으로, 6.25에서부터 70년대 한국 사회에 이르는 한국의 어두운 근현대사 속에서 상처 받은 인물들의 비극을 파헤쳐 나가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옛날 한국 영화'에 흔히 따르기 쉬운 선입견들, 예컨대 어색하기 이를 데 없는 대사와 그 대사를 더욱 듣기 싫은 것으로 만드는 조악한 후시 녹음, 박진감 넘치는 장면 없이 지루하게 늘어지는 연출, 반공정신 같은 정치사상 속에서 엉망이 돼 버린 플롯 등을 모두 돌파하고 살아남아 21세기에도 여전히 그 위력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는 한국 영화사의 걸작이라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멀게는 2000년 5월 [KINO]의 지면을 통해서 박찬욱 감독이, 가깝게는 1월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이두용의 액션영화: 생사의 고백" 상영회가 열렸을 때 [FILM 2.0]의 지면을 통해 김영진 평론가와 오승욱 감독이 옹호했던 이 영화는 정말이지 결코 이대로 묻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이번 상영을 놓치지 마시길. 5월에 단 한 편의 영화 밖에 볼 수 없다면, [최후의 증인]을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한국영상자료원 [최후의 증인] 상영 안내

 [KINO] : 이두용 감독 1969~1999년. 활극과 눈물, 미스테리와 해학-충무로 작가주의의 숙명 30년 (PDF) by 이두용, 이연호
 [KINO] : 1982년 겨울-박찬욱 감독, 이두용 감독과 김기영 감독을 발견하다 (PDF) by 박찬욱
 [FILM 2.0] : 직선과 생략의 액션 미학-한국 액션 장인열전, 감독 이두용 by 김영진
 [FILM 2.0] : 걸작 〈최후의 증인〉과 이두용의 영화세계 by 김영진
 [FILM 2.0] : 언제나 무시무시한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by 이두용, 김영진, 주성철
 [FILM 2.0] : 이두용 〈최후의 증인〉을 살리자 by 오승욱
 이두용 | 최후의 증인 by delius

나는 이 영화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누구는 1980년 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이 영화의 완전판을 보았다는 전설이 횡행하거나,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단 세 명만 이 영화를 봤다거나, 영상자료원에서 자주 오시는 할아버지들하고 같이 보았다거나 하는 그런 전설의 영화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두용 감독의 70년대 액션영화들의 프린트가 만들어져 이 영화가 이두용 감독 회고전에서 상영돼 많은 관객들이 보기를 원한다. 물론 그의 70년대 영화들이 하프 네가여서 프린트로 만드는 일이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영상자료원의 창고에서 잠들어 있는 하프 네가들은 프린트로 만들어야 한다. 언제까지 잠재우고 있을 셈인가. 그리고 또 하나. 〈최후의 증인〉이 DVD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오승욱, "이두용 〈최후의 증인〉을 살리자" 中

한국고전영화라는 것들이 참 칙칙하게 느껴지죠. 물론 70,80년대를 많은 사람들이 암흑기라고 부르고 그 시대의 영화들 중 졸렬한게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두 그런건 아니죠. 영상자료원의 고전영화관에서 끊임없이 한국고전영화를 상영하고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람은 오지 않습니다. 언제였더라... 〈세드무비〉(1964) 상영에는 0명이 왔다고 하더군요. 이런 무관심 속에서 놓치는 걸작들은 항상 있습니다. 그 중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1980)이 그런 모양이에요. 개봉 당시에는 검열로 다 잘려져 나간걸 이번달 무삭제판으로 154분짜리 〈최후의 증인〉을 상영했는데 본 사람들의 반응들이 상당히 좋습니다. 몇몇 반응을 접했는데 상당히 멋졌던가 보더군요. 흠... 사실 주말에 상영을 해서 되려 전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만. 재상영을 고려중이라니 그 때는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이런 무관심 속에서 서울아트시네마를 살리겠다며 후원의 밤을 열고 친구들이 영화를 추천하는 요즘 행사를 보면 너무 부럽지요. 씨네21은 서울아트시네마를 살리겠다며 단단히 마음 먹은 모양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한국고전영화를 상영하는 또 다른 시네마테크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뭐 요지는 이겁니다. 요즘의 때깔나는 한국영화만 한국영화는 아니라는 거지요. 고전이란게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한국영화에도 사실은 고전이 있습니다. 그 중 옥석이 적지 않고요. 〈최후의 증인〉을 상영하게 되면 한 번 이 곳에 홍보하겠습니다. 저도 아직은 모르지만 요즘의 젊은 관객들에게도 꽤 어필한 모양이니까요. 또 5월에 이만희 전작전을 기획하고 있으니 그 때도 어슬렁... 위치는 좋지 않지만 예술의 전당에 위치한 고전영화관을 찾아보시길. 작년 PIFF에서 이만희의 〈귀로〉(1967)를 보신 한 분이 영화가 너무 모던해서 놀랐다는 말이 기억납니다. / nixon, 이두용 회고전 후 DJUNA 게시판에서



 덧.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최초 상영 당시 Film2.0에서 기획기사로 다루었으며,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개인 블로그나 커뮤니티에서 자발적인 열광을 했던 바로 그 중심에 서 있는 영화 "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 "자발적인 열광"의 흔적을 찾습니다. 이글루스는 물론이고 구글에서 검색을 해봐도 관련글은 그다지 많지 않던데요. 이두용 회고전에 대한 글은 몇 있지만 [최후의 증인]을 보고 나서 작성된 글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by sabbath | 2006/04/24 15:57 | 20050523~20061228 | 트랙백 | 핑백(2)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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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SabBatH : 서울아트시네.. at 2008/01/08 00:22

... M 2.0]의 지면을 통하여 열변을 토했던 오승욱 감독과 김영진 평론가가 이두용 감독과 함께 진행하는 대화 자리도 있으니 더욱 흥미롭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 : [최후의 증인]  "2007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예르지 스콜리몹스키 감독(영화가 워낙 재밌어서 이 어려운 이름을 단번에 외웠습니다)의 [출발(Le ... more

Linked at SabBatH : 한국영상자료.. at 2008/05/09 18:25

... 는 지난 2년 동안 [최후의 증인]을 열심히 추천하고 살았던 것입니다. ("[최후의 증인] DVD 출시 추진 위원회"의 노력은 어디까지 진행되었을는지?)  한국영상자료원 : [최후의 증인]  長-편영화 섹션에서 제가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아마 학업의 몰상식한 방해만 없다면 기필코 보게 될 영화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1900 ... more

Commented by 프리스티 at 2006/04/24 21:44
이거 자꾸 이런 글을 올리시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_ㅠ
Commented by sabbath at 2006/04/24 21:53
현재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 접속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Commented by sabbath at 2006/04/24 22:11
프리스티 / 가슴이 뛰기 시작하면 지갑이 절로 열리지 않나요? 한국영상자료원의 입장료는 거금 2천원! (물론 그 정도 값을 하는 시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Commented by erasehead at 2006/04/25 01:13
어렸을 때, KBS 였던가요? '한국영화걸작선'이라고, '방화'를 일주일에 한번씩 틀어주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 새벗님은 잘 모르실테지만. 처음엔 '멜로 연기'를 하는 젊은 시절의 양촌리 김회장님이 낯설고도 신기했습니다만 그가 연기하는 역에 푹 빠져 영화를 보는 내내 엉엉 목을 놓고 울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너무 멀다는 게 요즘처럼 아쉬운 때가 없어요. 특히나 새벗님 얼음집에서 이런 포스팅을 읽고난 후에는 더욱 더!^^
Commented by 『한군』 at 2006/04/27 22:32
호오오... 그때쯤이면 시험도 끝났을텐데... 안보러갈수 있으려나...
Commented by 염맨 at 2006/05/05 13:47
구글에서 영상자료원 치면 이 페이지가 세번째로 뜬다
Commented by sabbath at 2006/05/07 19:45
『한군』 / 보셨나요? 6일에는 안 오신 것 같던데.
Commented by sabbath at 2006/05/07 19:45
염맨 / 기쁘고 즐거운 일 :-) 오늘 상영도 잘 됐어야 할 텐데.
Commented by sabbath at 2008/05/13 12:52
한국영상자료원 개관영화제를 맞이하여 이 글을 관련글에 링크해두고 다시 보니 링크가 모두 깨져있군요. 전부 경로를 다시 설정하여 복원했습니다. KINO의 글은 읽기가 좀 귀찮으시겠지만 링크로 들어가셔서 PDF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읽으시면 됩니다. (언제나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만, 김석영 님께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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