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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생일입니다. 6월 6일이 생일이라고 말하면 꼭 몇 시에 태어났냐고 물어보는 사람들 있는데, 그건 저도 모르니까 묻지 마세요. 아침에 거울로 확인해 본 바로는 이마에 무슨 표식 같은 건 없었습니다. 소설은 읽어본 적 없고 영화는 초등학교 시절 사촌형 집에서 TV로 제3편 [최후의 전투(The Last Conflict, 1981)]를 제법 재미나게 본 게 다입니다. 당시 [쥐라기 공원(Jurassic Park, 1993)]을 좋아했던 동생에게 "저 배우, [쥐라기 공원]에서 박사로 나왔잖아."라고 친절하게 가르쳐주던 사촌형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아직도 샘 닐이라는 배우를 보면 가장 먼저 그 때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뭐, 관심도 없는 이야기는 그만 하기로 하죠. 생일이 되면 감수성이 평소보다 좀 더 우러나오기 쉽습니다. 센티해진다고 하나요? (괜히 그걸 또 '센치해진다'로 발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자기가 태어난 날이라니까, 평소에 주변 안 돌아보고 살던 사람도 한 번쯤 자기를 뒤돌아보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 평소에 제가 제 주변 안 돌아보고 사는 사람이라는 건 아닙니다만. 아무튼 생일의 생 자가 날 생 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같은 붕 뜬 질문을 던지는 게 용서가 되잖아요. 근데 뭐 별 거 있나요. 최근에야 확신한 건데, 저는 원래가 해낸 것에 대해 오랫동안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작년 여름에 [마틴 스콜세지의 미국 영화 여행(A Personal Journey with Martin Scorsese Through American Movies, 1995)]을 번역하면서 '요거 번역해서 상영 한 번만 해도 내가 휴학하고 이 낙성대 자취방에 틀어박힌 가치가 있는 거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번역해서 상영까지 해놓고 보니까 또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더라고요. (그 번역 및 자막을 수정해서 또 틀고 싶다는 생각은 자주 합니다만) 또 육군 훈련소에서 한 달 동안 훈련받으면서 '진짜 지랄 같네. 여기서 나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악전고투해야겠어.'라고 생각하고, 두근두근 하면서 항명 비슷한 것도 해보고 그랬지만 결과적으로는 별 트라우마도 안 남았고, 세상 보는 눈이 크게 달라진 것도 없고, 몸 성한 채(목이 아프다든지 하는 자잘한 고질병들은 많이 있습니다만) 따분한 보건소 근무나 하고 있죠. 그런가 하면 [와일드 번치(The Wild Bunch, 1967)]와 [성난 황소(Raging Bull, 1980)]를 필름으로 봤으니 올해 영화는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았지만 어디 그런 게 쉽게 되나요. 또 지난 4월에는 한 달 동안 허리 끊어지게 준비해서 [사무라이(Le Samouraï, 1967)]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그걸로 욕심이 채워진 줄 알았지만 지금은 다른 거 해보고 싶습니다. 한편 최근에는 [짝패(2006)]를 보고 나서 일 년 내내 [짝패] 이야기만 할 것 같은 기세였지만, 그리고 아직도 좋아하고 심심하면 보러 가지만, 어디 정말로 그거 하나에 매달려서 살아가는 사람 있을까요. 다 그런 겁니다. 열과 성을 다해서 굵직(하다고 생각)한 일 하나를 끝내놓으면 성취감에 몸을 맡기는 건 잠시고 어서 다음 것이 절 괴롭혀줬으면 좋겠다는 자학적 성향이 몸 속에서 부글부글 끓습니다. 좀 더 폼 잡고 말해보자면 결국 영혼의 굶주림이라는 것도 위장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찼다 비워졌다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게 뭐 착한 어린이 식사하듯 규칙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방향도 천차만별이라서, 거기서 일관된 의미를 찾아내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어쩌겠어요. 애초에 '生' 하나 가지고 폼 잡았던 게 잘못이지. 말했잖아요, 붕 뜬 질문이라고. 뭐, 의미도 없는 이야기는 그만 하기로 하죠. 실상은 이렇습니다. 올해 생일이 제법 쓸쓸해요. 졸업이 가까워지고 있는 애인님은 오늘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됐고, 그건 학교 다니는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죠. 어차피 광주에는 그럴싸한 친구도 없습니다만. 학교 안 다니는 친구들은 군복 입고 강원도에 가 있고요. 지난 3년 간 생일 무렵에는 항상 코엑스 서울 국제 도서전에 갔는데 요번에는 그것도 못 합니다. 최근에 서울을 너무 자주 가서 재정 걱정도 (많이) 해야하고, 사실 그 서울 국제 도서전이라는 게 일반 독자로서는 오프라인 할인 매장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도의 행사라서 굳이 그거 하나 때문에 당일치기로 서울 갈 필요성도 못 느낍니다. 하지만 어쨌든 싸게 책을 구입할 기회가 사라졌으니 생일 기념 쇼핑 가기도 뭐 합니다. 테크노마트 같은 곳이 없으니 DVD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예전에는 그래도 타이밍 맞춰서 스스로에게 선물을 준다는 명목 하에 근사하게 인터넷 쇼핑도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무슨 까닭인지 정신을 놓고 있다가 타이밍 놓쳐서 그것도 실패. 근사한 영화라도 볼까 하지만 그건 항상 하는 일이고. 하다 못해 예전에는 블로그에다가 "나는 이런 생일 선물을 받고 싶으니 어서들 바쳐라!" 같은 글이라도 올렸지만 그 동안 이 자리를 통해 쌓아놓은 업보가 있어놔서 이제는 그런 농담도 못하겠습니다. (역시 친구들끼리 소박하게 생일계를 만들어서 서로의 생일 때 파티도 하고 선물도 주던 고등학교 시절이 좋았을지도. 그러고 보니 그 때 그 놈들 지금은 뭐하고 있을라나) 맛있는 거 먹는 거엔 원래 별 관심이 없는데 그나마도 며칠 전부터 입 안쪽이 헐어서, 내일도 그리 재미는 못 볼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롤 전병 같은 거, 부스러기 떨어지는 거 싫다고 한 입에 삼키지 마시고 그냥 쟁반 받쳐놓고 드세요. 원래 나들이 같은 건 별로 안 좋아하는 데다 마침 날도 더워서 어디 돌아다니기도 싫고. 가족과 함께 하는 소박한 생일이라는 게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우리 가족이 서로 얼굴만 보고 있어도 웃음이 나오고, 오순도순 모여 앉아 몇 시간이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가족은 또 아니거든요. (사이가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런 식의 가족 문화에 그렇게 익숙하진 않은 편이죠) 그러니 자칫 잘못했다가는 평일 근무의 피로를 푼다는 명목 하에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출근할 때 돼 있더라, 라는 식으로 하루가 가 버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생일의 의미를 부각시키면서 멋진 하루를 보내려고 하는 시도라는 게 그렇게 좋은 거 같진 않아요. 굳이 평소랑 뭘 다르게 해보려고 한다는 건 달리 말하자면 평소에 제 일상이 그렇게 멋지지 않았다는 것일 수도 있는데 전 제 일상에 대해 큰 불만은 없거든요. 일요일이었던 어제만 해도 혼자 집에 있으면서도 썩 재밌게 보냈는데. 내일도 책 읽고 영화 보고 하면 되지 않겠어요? …그래도 관성이란 게 있어서 그런지 아쉬워요. 그러니까, 내일 되면 생일 축하 좀 해주세요.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뭐, 뻔뻔한 얘기는 그만 하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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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글 잘 읽었습니다..
by kinoeyes at 08/19 말씀하신대로 류승완 감.. by sabbath at 08/17 참 말할 거리가 많은 영.. by 파인로 at 08/17 그쵸. 사실상 모든 프랑.. by sabbath at 08/16 아, 그것은… 저도 무.. by sabbath at 08/16 저도 그 글을 읽어보았.. by sabbath at 08/16 제작사 외유내강 측의 .. by sabbath at 08/16 소식 고맙습니다! 포스터.. by sabbath at 08/16 가끔은 너무 만든 사람에.. by sabbath at 08/16 먼저 안 보신 분들께는 .. by sabbath at 08/16 저도 만주 벌판 액션이 참.. by sabbath at 08/16 [다찌마와 리] 속편 또.. by sabbath at 08/16 오오, 드디어 올리셨군.. by Sion at 08/16 드팔마를 떠올리는 장면.. by 다찌대박 at 08/16 저는 그놈의 잘생겼다!가.. by 은혈의륜 at 08/1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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