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위의 세 남자(Three Men in a Boat: To Say Nothing of the Dog!)]
 [보트 위의 세 남자]에 대해,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은하를 넘어서(Have Space Suit-Will Travel)]와 코니 윌리스의 [개는 말할 것도 없고(To Say Nothing of the Dog)] 팬들에게 이 책이 출간되었음을 알리는 것 외에, 달리 또 무슨 말을 늘어놓을 수 있을까? 작가 제롬 K. 제롬이 두 친구들과 (개는 말할 것도 없고!) 배를 타고 템즈 강을 여행한 경험을 옮긴 이 책은 도대체가 아무런 야심이 없는 책이다. 일단 유머 소설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소설에서 기대함직한 극적 전개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이내 난감해질 테고, 작가가 늘어놓는 끊임없는 수다에서 '의식의 흐름'을 발견하려고 하는 독자는 잠시 후면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은 차라리 기행문에 가깝다. 보통의 경우보다 좀 더 자세하고 재현도가 높은. (그리고 심히 웃기는)

 아, 그렇지. 이 작품의 재현도, 그 진실성이야말로 [보트 위의 세 남자]를 값지게 만들어주는 요인이다. 물론 이것도 작가가 책머리에서 한 말이니까 굳이 반복할 필요는 없겠지만. 다만 이미 이 책을 읽어본 사람으로서, 그 책멀이 속의 말이 진짜로 진짜임을 명심하십사 하는 말만은 남겨두고 싶다. "어쩔 수 없이, 마치 불치의 병처럼, 진실을 말하는 태도만큼은 지금까지 발견된 작품 중에서 이 책을 능가할 작품이 없다"는 작가의 말은 내가 지금 [보트 위의 세 남자]에 대해서 할 말이 없다고 말한 것만큼이나 사실이다. 하긴, 그나마도 좀 읽다보면 이 소설/기행문이 그냥 웃기려'고' 쓴 게 아니라 진짜로 웃긴 것'을' 쓴 작품이라는 사실이 머리에 와 닿을 테니 그나마도 불필요한 말이긴 하다.

 나에 대해 말하자면, 문제는 간이었다. 나는 내 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간장약 광고지를 읽었는데, 거기엔 사람의 간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는 오만 가지 증상이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내겐 거기 언급된 증상들이 모두 있었다.

 (중략)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간장약 광고지 얘기를 하자면, 나에게는 그 증상이 모두 있다. 틀림없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 주된 증상은 "일의 종류에 상관없이 대체로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내키지 않는 상태가 됨"이다.
 내가 이 증상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이 증상 때문에 괴로웠다. 소년 시절에는 고통이 사라지는 날이 하루도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간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의학이 그리 진보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나를 게으른 인간으로 치부해버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책은 진실을 담고 있다. 19세기의 작품이긴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그리 빨리 변하지 않는 것 같은데,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떠신지?



 덧. 근데 [저녁 먹은 후에 들은 얘기들]이 좀 더 웃겼다.
by sabbath | 2006/11/14 13:31 | 20050523~20061228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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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파인로 at 2006/11/18 22:33
학교에서 영어 독서 평가 친다고 읽으라고 했던 그 책이군요(물론 다이제스트 판을 읽으라고 했지만). 왠지 학교에서 시킨 거라 제대로 읽기가 싫었지만 잠깐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꽤 유쾌한 소설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사서 읽어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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