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사람들]을 기다리며
 이번 주 영화 주간지에는 마 감독님의 [떠나간 사람들(The Departed, 2006)] 특집이 실려 있다. 디카프리오 얼굴을 바탕화면에 띄워둔 지 수개월만의 일이다. 의리가 있지, 어찌 지나치랴. 그래서 [씨네 21]을 샀다. 별 정보를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정한석 기자의 세 장 반 짜리 글은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취재 기록이 아니라 일종의 마틴 스콜세지 감독론이어서 생각보다는 괜찮았다(내가 좋아하는 부류의, 애정이 대뇌 위로 솟구쳐서 쓴 글은 아니었지만). 광주에서는 수요일 오후 퇴근 시간에나 구할 수 있는 [FILM 2.0]에는 어떤 글이 실려 있을지 궁금하다. 그쪽이 좀 더 쌈마이스러운, 말하자면 "씨바 이 영화 죽이지 않냐" 풍의 기운을 품고 있기에 기대된다.

 …라고 화요일에 썼는데, 역시나 [FILM 2.0] 쪽이 더 즐거웠다. 누가 썼을까 궁금했는데 '우리의' 주성철 기자였다. 어이쿠. 글은 직접 읽어보시라. 다음 주에는 김영진 편집위원의 추가 평론을 기대해봐도 되려나(오히려 안 할 것 같기도 하지만… "빠심으로 대동단결"!).

 그나저나, [떠나간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흥행이 아니라, 관객들의 감상을 염두에 둘 때) 성공할까?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친구들(Good Fellas, 1990)]과 [카지노(Casino, 1995)]는 코폴라의 [대부] 연작이나 드 팔마의 [스카페이스(Scarface, 1983)], [칼리토(Carlito's Way, 1993)] 만큼 환영받지는 못하는 듯하다. 실제로 가끔씩 나오는 시사회 평도 그렇고.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인물 속으로 들어가지 못해 [무간도]에서의 절망을 담지 못했다는 소리를 듣는 걸 보고 오히려 환호했다.

 며칠 전 [떠나간 사람들] 감상도 준비할 겸 [좋은 친구들]을 다시 봤는데, 스콜세지의 명성과는 달리 그의 갱스터 영화들은 보다 '개인적'인 작품들, [비열한 거리(Mean Street, 1973)],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 [성난 황소(Raging Bull, 1980)], [코미디의 왕(The King of Comedy, 1983)],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Last Temptation of Christ, 1988)], [사자소생(Bringing Out the Dead, 1999)], [비행사(The Aviator, 2004)]와는 좀 다른 영역에 놓여있다는 생각을 했다. 흔히 스콜세지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나오는 죄의식, 억압, 폭력 같은 테마들을 갱스터 영화에서 언급하려면 곤란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스콜세지 영화의 갱스터들은 구원을 논하기에는 너무 '빠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어서, 그 세계는 자신의 영광을 치열하게 가다듬을 시간도, 자신의 타락과 좌절에 대해 우수 어린 절망의 눈빛을 보낼 겨를도 없는, 진짜 지옥에 서 있는 자들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문득 내가 [뉴욕의 갱들(Gangs of New York, 2002)]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좋은 친구들] 감상문을 쓸 수 있을까?)
 물론 지금 그의 영화를 옛 영화에 묶어두고 볼 생각은 없다. 이건 준비일 뿐이니까. 나는 이미 걸작들을 만든 노장들이 계속 더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낙관적으로 기대하는 편은 아니고,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고 보지만, 올해 만난 [귀향(Volver, 2006)]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프레리 홈 컴패니언(A Prairie Home Companion, 2006)]의 로버트 알트먼, 그리고 [폭력의 한 역사(A History of Violence, 2005)]의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나이 든 거장을 무시하다가는 뒤통수를 두드려 맞고 큰절하게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스콜세지 선생님도 가르쳐주시리라 믿는다. 야매 제자는 선생님만 믿고 삽니다.
[이 사진을 올리고 싶어 쓴 글이다. 로버트 드 니로의 얼굴이 보인다는 게 신기하다]



 덧 하나. [떠나간 사람들]의 O.S.T.가 발매됐는데… 수록곡이 열두 곡에 그 중 둘은 하워드 쇼어의 오리지널 스코어다. 쳇. 스콜세지 영화니까 수록곡이 3∼40곡일 거 뻔한데 또 이러네. [성난 황소]나 [카지노]처럼 디스크 두 장에 서른 곡 넘게 넣어주면 안 되나? [좋은 친구들] 음반도 수록곡들은 무척 좋지만 열두 곡 밖에 안 들어 있어서 아직도 못 사고 있다. 그래도 [비행사] O.S.T.는 열여덟 곡이어서 살 만했는데 말이다. 그나마 [비행사] 때처럼 하워드 쇼어의 오리지널 스코어 앨범이 따로 나온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할 모양이다.


 덧 둘. 팬심 때문에 간과하고 있었다. 다음 주 [Film 2.0] "김영진의 러프 컷" 주제는 스콜세지가 아니라 알트만이다. 그래, 그게 합당한 거지. 그나저나 다음 주도 [씨네 21], [Film 2.0] 두 권 다 사야하는구려.
by sabbath | 2006/11/23 11:26 | 영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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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파인로 at 2006/11/23 12:08
얼른 저도 마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야겠습니다.
Commented by 프리스티 at 2006/11/23 14:28
정말 기다리고 있습니다. 덜덜. 시나리오가 기가막히게 나왔다는 소문만 들었는데 과연 어떨는지..
Commented by 파인로 at 2006/11/23 16:26
아참, 저는 마 선생님 얼굴에서 데니스 호퍼를 봅니다.
Commented by Elliott at 2006/11/23 18:50
저 역시 마 선생님의 바지자락만 붙잡고 있습니다. ;;;
예전부터 링크해두었는데 신고나 하고 갑니다. ^^
Commented by 『한군』 at 2006/11/23 18:51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로 준비 운동을 끝냈고, 오늘 밤 [떠나간 사람들]로 본 게임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Commented by 새침떼기 at 2006/11/23 22:24
수를 세어보지는 않아 장담은 못하겠지만 "디파티드"에 쓰인 곡이 30~40곡씩 될 것 같지는 않군요.
적어도 "좋은 친구들"이나 "카지노"만큼 장면들이 정신없이 지나가면서 노래들이 휙휙 바뀌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스콜세지의 갱스터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60~70년대의 록클래식들을 들을 수 있는 건 틀림없죠.:-D
Commented at 2006/11/24 13: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6/11/24 13: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abbath at 2006/11/24 16:18
『한군』 / 본 게임을 시작하셨으면 소감을 흘려주셔야지 뭐 하시나요.
Commented by sabbath at 2006/11/24 16:19
새침떼기 / 적어도 열 곡은 아닐 거 아닙니까 ㅠㅠ
Commented by sabbath at 2006/11/24 16:22
비공개 / 저는 갈수록 감상문을 느리게 쓰고 있어서 (글 쓰는 속도가 느려진 게 아니라 글을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까지가 오래 걸립니다) 과연 이번에도 쓸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 하지만 스콜세지 영화 이야기는 하나 쓰고 있는 게 있습니다. 빠르면 오늘밤에는 올릴 수 있을 것도 같은데, 확언은 못하겠네요.
Commented by oIHLo at 2006/11/26 02:45
디파티드 엔딩 크레딧을 본 기억으로는... 수록곡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중요한 음악 둘(보실 때의 즐거움을 위해 숨겨두겠습니다)은 두번이나 등장하고, 평소에도 스코어 음악이 주를 이루더군요.

디파티드... <무간도>를 보셨다면 후반부는 지나치게 전개를 따라가서 좀 식상한 느낌도 드실꺼예요.
<좋은 친구들>같이 휙휙 지나가는 느낌도 없고, 보는 자신이 아찔해질만큼 살벌한 폭력도 없습니다.
그런데 초반이 쥑입니다. 진짜 쥑입니다. 디테일이 마구 나옵니다. 마선생님 만세.
Commented by sabbath at 2006/11/27 02:08
oIHLo / 총 스무 곡이더군요. 게다가 그 중 한 곡은 영화 속에서 잠깐 TV를 통해 나온 존 포드 감독의 영화 [밀고자]에 나오는 음악이었고요. O.S.T. 살만하더군요 ^^

[무간도]도 봤습니다만, 이번 영화의 감상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무간도]를 다시 봐야 하나… 그럴 수도 있겠어요. 감상문은 (쓰게 되더라도) 좀 늦게 나오겠어요. 솔직히 저는 '이게 스콜세지 영화라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들어서 당혹스러웠답니다. 내일… 아니, 오늘 다시 보러 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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