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이 청소년 유해 간행물로 선정됐다
 네이버 밀리언셀러클럽 카페에서 담당 편집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황금가지에서 출간한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이하 간윤)의 심의에 따라 청소년 유해 간행물로 선정되었고, 이에 따라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책들을 수거 후 "19세 미만 구독 불가" 표기를 하고 비닐 포장을 해야 한다고 한다.1

 그 동안은 시중에 19세 미만 구독 불가 딱지가 붙은 책이 있더라도, 대게 처음 봤을 때부터 그런 게 붙어 있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는데 이 경우 그렇잖아도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었던 데다가 출간된 지 한 달이 넘었고 세평도 좋았던 책이 수거된다고 하니 상황을 좀 더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간윤 홈페이지를 이리저리 뒤져보았다.

 먼저 이게 법정기구라는 건 분명하고,2 가장 궁금한 건 이 기구가 어떤 책들을 심의하느냐는 거였다. 대한민국에서 출판되는 모든 간행물을 검토한다는 건 역부족일 테고, 실제로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이 출간 이후에 법적 제제를 받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기서 행하는 심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경우와는 달리 출간 전에 유해성을 검토하는 사전 심의가 아니니까.

 심의 대상을 찾아보니

 - 소설 · 만화 · 사진집 및 화보집
 - 북한 또는 반국가단체에서 출판한 간행물(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13조의 규정에 의하여 북한으로부터 반입하는 간행물제외) 소설. 만화. 사진집. 화보집 및 잡지 등 수입추천을 신청한 외국간행물
 - 특수일간신문(경제 · 산업 · 과학 · 종교분야 제외), 일반주간신문(정치 · 경제분야 제외), 특수주간신문(경제 · 산업 · 과학 · 시사 · 종교분야 제외), 잡지(정치 · 경제 · 산업 · 과학 · 시사 · 종교분야 제외)
 - 전자출판물
 - 문화관광부장관 또는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심의의뢰한 간행물
 - 위원회가 선정한 간행물
 - 청소년보호와 관련된 단체, 지도 · 단속기관 또는 30인 이상이 서명하여 청소년 유해 여부의 확인을 요청한 간행물
 - 기타 기관, 단체, 협회 등에서 심의 의뢰 또는 납본된 간행물

 너무 막연했다. 사실상 모든 출간된 책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궁금해 하는 건 모든 출간된 책들 중에서 정말 심의의 도마 위에 '간택'되는 책은 어떤 건가였는데.

 그래서 이번에는 심의흐름도를 살펴보았다. 심의 대상이 되는 도서를 보니 크게 두 가지로, 조사 · 수집 간행물과 심의의뢰 간행물로 구분되고 있었다. 후자는 위의 심의대상 중에서 간윤 외의 다른 기관을 통해 심의의뢰가 들어온 책을 말할 테고… 전자는? 대체 어떤 방식으로 조사 · 수집 과정을 거치는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로는 그 점은 알 수 없었다. 게시판에는 간윤에서 발행하는 권장도서 목록 등을 얻고자 하는 글뿐이었고, 민원 게시판은 비공개로 운영되고 있었다.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이미 퇴근 시간도 지났고, 전화 문의를 하기 전에 미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를 한다면 혹여 나중에 다시 전화로 문의를 하게 되더라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민원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민원 게시판이 어떤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건지, 내가 쓴 글조차 읽을 수가 없는지라3 어떤 식으로 소통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 글을 쓸 때 이름뿐만 아니라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휴대폰 번호 등도 반드시 기입해야 하는데, 그걸 보면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1:1로 답변을 주는 것 일수도 있겠다. 내가 쓴 글을 읽을 수 없는 만큼 수정할 수도, 지울 수도 없는데, 이럴 줄 알았더라면 자유게시판에 남길 걸 그랬다.

 내가 특정 간행물이 어떻게 심의 대상으로 지정되는가에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간윤 측의 심의 기준을 보면 안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에 해당되는 항목만 옮겨도 좋겠지만 전체를 훑어볼 필요가 있을 듯해 전부 옮겨보았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 기준
제1장 일반심의기준

제1조(일반심의기준)


위원회는 심의를 함에 있어 다음 각호의 1을 고려해야 한다.

1. 간행물의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되, 표현된 상태를 대상으로 한다.
2. 반국가성, 음란성, 반사회성 등을 판단함에 있어서 양적·질적 정도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
3. 문학적, 예술적, 교육적, 의학적, 과학적, 사회적 측면과 간행물의 특성을 고려한다.
4. 간행물의 성격과 영향, 내용과 주제, 전체적인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5. 건전한 사회통념과 윤리관의 위해(危害) 여부를 고려한다.
6. 간행물 중 연속물에 대한 심의는 개별 회분을 대상으로 한다.
7. 심의위원 중 최소한 2인 이상이 당해 간행물의 전체 내용을 파악한 후 심의한다.



제2장 유해간행물 심의기준

제2조(유해간행물 심의기준)


① 간행물의 내용이 사회 통념에 비추어 반국가성, 음란성, 또는 반사회성 등의 정도가 극히 심하여 사회 전반 에 해악을 미칠 우려가 있는 간행물은 출판및인쇄진흥법 제19조제1항 및 동법시행령 제13조가 규정한 유해간행물로 판단한다.

②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면 부정하거나 체제전복 활동을 고무 또는 선동하여 국가의 안전이나 공공질서를 뚜렷이 해치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것은 유해간행물로 판단한다.

1.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를 명백히 부정하여 국가의 존립 자체를 크게 위협하는 것
2. 보편타당한 역사적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민족사적 정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
3. 불법 폭력적인 계급투쟁과 혁명을 선동하여 극심한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것

③ 음란한 내용을 노골적으로 묘사하여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을 뚜렷이 해치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것은 유해간행물로 판단한다.

1. 직계존·비속 등의 근친상간을 흥미위주로 극히 음란하게 묘사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고 성윤리를 현저하게 왜곡하는 것
2. 혼음, 가학 · 피학성 음란증 등 각종 변태적 성행위를 극히 음란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을 현저히 불러일으키는 것
3. 수간, 시간 등을 흥미 위주로 극히 음란하게 상세하게 묘사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뚜렷이 해치는 것
4. 강간, 윤간 등 성폭력 행위를 흥미위주로 음란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
5. 남녀의 성기나 음모를 노골적으로 노출시키며 성행위 및 성기애무 장면을 음란 하게 묘사하여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을 현저히 불러일으키는 것

④ 살인, 폭력, 전쟁, 마약 등 반사회적 또는 반인륜적 행위를 과도하게 묘사하거나 조장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건전한 사회질서를 뚜렷이 해치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것은 유해간행물로 판단한다.

1. 잔혹한 살인, 폭행, 고문 등 각종 형태의 물리적 폭력 행위를 빈번하거나 구체적 이고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같은 종류의 범죄와 폭력을 명백히 조장하는 것
2. 마약 등 금지된 중독성 약물의 복용, 제조 및 사용 방법 등을 빈번하거나 자세하게 기술하고 조장하여 사회 악영향이 뚜렷한 것
3. 존·비속,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살상, 폭행, 학대 행위 등을 구체적이며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선량한 도의관념에 현저히 반하는 것
4. 청소년이 포함된 성행위나 청소년에 대한 성적 착취, 매매춘 등을 흥미위주로 구 체적으로 묘사하여 일반인의 건전한 성관념을 극히 해치는 것



제3장 청소년유해간행물 심의기준

제3조(청소년유해간행물 심의기준)


청소년에게 유해한 선정성, 폭력성, 반사회성 등의 내용이 표현된 간행물은 청소년보호법 제10조제1항이 규정한 청소년유해간행물로 판단한다.

제4조(선정성 등)

청소년에게 성적 충동 또는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내용이 표현된 것은 청소년유해간행물로 판단한다.

1. 남녀의 둔부 또는 여성의 가슴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킨 채 선정적인 자태를 취한 것
2. 남녀의 성기, 국소부위 체모 또는 항문(이하 ‘남녀의 성기 등'이라 한다.)이 노출 되거나 투명한 의상 등을 통해 확연하게 비치는 것
3. 착의 상태라도 근접촬영 등으로 남녀의 성기 등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윤곽 또는 굴곡이 선정적으로 드러난 것
4. 이성 또는 동성간의 성행위, 구강성교, 성기 애무 등 성행위 및 유사성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
5. 신체의 일부 또는 성 기구를 이용한 자위행위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
6. 가학성·피학성 음란증, 혼음, 수간, 시간, 관음증 등 변태 성행위를 흥미 위주로 묘사한 것
7. 성교육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라도 상업적으로 성 관련 사진, 그림, 내용, 기법 등을 지나치게 흥미위주로 과다하게 묘사 ·수록한 것
8. 남녀의 성기 등을 저속하게 표현하고 저속한 대사나 욕설, 음담패설을 남용하는 것
9. 매매춘 등 불법적인 성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
10. 방뇨, 배설시의 오물, 정액, 여성 생리 등을 극히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혐오감을 주는 것
11. 여성의 출산, 낙태 등의 의료행위를 흥미 위주로 왜곡하여 혐오감을 주는 것
12.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묘사하거나 상품화하여 건전한 성의식을 왜곡하는 것
13. 노골적인 성적 대화나 음란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것
14. 남녀 자위용품 사진과 사용법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성 기구 광고를 게재한 것
15. 기타 청소년에게 성적 충동 또는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여 청소년의 건전한 성 의식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


제5조(폭력·잔인성 등)

청소년에게 포악성이나 범죄 충동을 일으키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내용이 표현된 것은 청소년유해간행물로 판단한다.

1. 살상, 폭행, 고문 등의 장면을 사실적이며 잔인하게 묘사한 것
2. 사지 절단 등 신체 손괴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
3. 장기 밀매, 사체 유기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
4. 아동 학대, 인신매매, 유괴 등의 행위를 미화하거나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
5. 폭력 행위를 흥미 위주로 미화하여 조장하는 것
6. 범죄 수단이나 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범죄를 조장하는 것
7. 범죄를 교사·방조하거나 선전·선동할 우려가 현저한 것
8. 기타 청소년에게 포악성이나 범죄 충동을 일으켜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


제6조(성범죄와 유해 약물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성범죄와 유해 약물 복용·제조 및 사용을 조장하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내용이 표현된 것은 청소년유해간행물로 판단한다.

1. 강간(强姦), 윤간(輪姦), 성폭행, 성고문 등을 사실적 또는 연속적으로 묘사하여 성범죄를 조장하는 것
2. 성범죄 방법이나 수단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성범죄를 조장하는 것
3. 마약, 향정신성 의약품, 기타 유해 물질 등의 효능, 제조, 구입, 사용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조장하는 것


제7조(건전한 윤리관 저해 등)

청소년의 건전한 윤리관을 저해하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내용이 표현된 것은 청소년유해간행물로 판단한다.

1. 근친상간(近親相姦) 등 패륜적인 성관계를 묘사한 것
2. 존·비속 등에 대한 살상, 폭행, 학대 등 반인륜적 행위를 묘사한 것
3. 스승이나 노인에 대한 살상, 폭행, 학대 행위 등을 묘사한 것
4. 임산부, 아동, 장애인에 대한 살상, 폭행, 학대 행위 등을 묘사한 것
5. 불륜행위 등을 지나치게 흥미위주로 묘사하여 문란한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


제8조(반사회성, 비윤리성 등)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 형성을 저해하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내용이 표현된 것은 청소년유해간행물로 판단한다.

1. 도박 방법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등 사행심을 조장할 우려가 현저한 것
2. 사기, 절도 등 불법적인 행위,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
3. 자살 또는 자해 행위를 미화하거나 조장하는 것
4.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국가와 사회 존립의 기본체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것
5.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연령, 사회적 신분, 인종, 지역, 직업 등을 악의적으로 차별 또는 비하하거나 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것
6. 기타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


제9조(청소년 유해 행위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행위 등을 구체적이며 사실적으로 알려주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내용이 표현된 것은 청소년유해간행물로 판단한다.

1.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적 행위를 조장하는 것
2. 아동 또는 청소년을 성 유희의 대상으로 묘사한 것
3. 청소년유해업소에의 청소년 고용과 청소년 출입을 조장하는 것
4. 청소년에게 청소년 성매매 등 불건전한 교제를 조장하는 것
5. 청소년의 탈선을 흥미위주로 과장 묘사, 조장하는 것
6. 음주, 흡연 등 기타 법률로 청소년에게 금지되어 있는 행위를 조장하는 것



제 4장 광고 심의기준

제10조 (문구)


청소년에게 유해한 문구에 관한 심의기준은 다음 각호의 1과 같다

1. 성적 호기심이나 성충동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것
2. 살상 또는 폭력행위를 미화 조장하는 것
3. 비속어 등 불건전한 문구를 사용하여 혐오감을 유발하는 것


제11조 (사진·그림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사진·그림 등에 관한 심의기준은 다음 각호의 1과 같다

1. 유방, 국소, 체모 등 남여의 특정 부위나 전라 또는 반라 자태를 노출시켜 성충 동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것
2. 애무 또는 성행위 장면을 묘사하여 성충동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것
3. 폭력장면 등을 부각시켜 포악성을 조장하는 것
4. 인체 손괴 장면 등 혐오감을 유발하는 것
5. 기타 미풍양속을 현저히 저해하는 것


제12조 (청소년 탈선)

청소년에게 탈선을 조장하는 심의기준은 다음 각호의 1과 같다

1. 폰팅, 전화방, 음성사서함 등 청소년에게 불건전 교제를 조장할 우려가 있거나 이를 매개하는 것
2. 유해약물 등의 효능을 선전하거나 구입, 제조, 사용 방법 등을 소개하여 그 복용 을 조장하는 것
3. 청소년유해업소에의 청소년 고용과 청소년 출입을 조장하는 것
4. 도박과 사행심 등 기타 청소년 탈선을 조장하는 것


제13조 (유해 매체물 및 물건)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물 및 물건에 관한 심의기준은 다음 각호의 1과 같다

1. 유해성이 극히 심한 매체물을 선전하는 것
2. 성기구 등 청소년 유해 물건을 선전하는 것


제14조 (부당한 표시·광고행위 금지)

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 제3조 및 동법시행령 제3조 규정에 의한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의 금지에 대한 심의기준은 다음 각호의 1과 같다.

1. 사실과 다르게 표시·광고하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려 표시·광고하는 것
2.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표시·광고하는 것
3. 비교 대상 및 기준을 명시하지 아니하거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기 또는 자기 의 상품이나 용역을 다른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나 다른 사업자 등의 상품을 비교하여 우량 또는 유리하다고 표시·광고하는 것
4. 다른 사업자 등 또는 다른 사업자 등의 상품 등에 관하여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내용으로 표시·광고하여 비방하거나 불리한 사실만을 표시·광고하여 비방하는 것
심의 기준 닫기

 이 기준들은 아무리 봐도 어디에나 쉽게 갖다 붙일 수 있을만한 것들이다. 그러니 내게 이 심의 기준들은 심의라는 제도 자체가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말해주는 자료 외에 다른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떤 작품의 수위가 얼마나 높기에 심의 대상이 됐나'가 아니라 '하고 많은 작품 중에 어쩌다가 하필이면 이 작품이 심의 대상이 됐나'가 더 궁금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4

 그리고 그 점은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에 있어 특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심의 대상 선정에 정확한 기준이나 관점이 없다면, 내 생각에, "공포 문학"이기 때문에 걸렸을 가능성도 꽤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5 고작 그냥 개인적인 의심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여름밤을 수놓을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공포'이고, 더 나아가 '문학'이고, '영화'일 때, 즉 이 영역을 진지하게 다루기 시작할 때, 거기엔 항상 온갖 고리타분한 방해 공작이 끼어든다는 피해 의식을 가져야만 하는 문화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의심이다.

 더군다나 ozzyz님께서 지적하신대로,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이 우리나라에 출간된 수많은 창작 공포 문학 중 한 권이 아니라 공포 문학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시장에 사실상 처음으로 작가'들'6을 소개한, 한 장르의 의미 있는 첫 걸음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문제는 심의 제도의 불합리함뿐만 아니라 공포 문학이라는 장르에 대한 태도(그런데 누구의? 심의하는 "그들"? "우리"를 제외한 전부? 혹은 "우리"마저도?) 자체를 걸고넘어지는 중요한 사건이다. 상징적인 위치, 공포 문학에 대한 인식, 뭐 그런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서점에서 책을 훑어볼 수 없도록 포장이 씌워지고, 빨간 딱지가 붙고,7 판매가 감소하고, 출판사가 관심을 잃거나, 작가들의 표현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제한하고, 작가들부터가 표현의 범위를 알아서 줄여나가고, 마침내 제한된 범위의 공포 문학만이 간헐적으로 나오면서 쪼그라드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가만 두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덧글로 분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리란 생각이 든다. 첫 번째로 서점 갈 때마다 읽어보기만 하고 구입을 미뤄왔던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을 주문했고, 두 번째로 이 글을 썼다. 세 번째로는 무엇을 해야 할까?



 

  1. 청소년보호법 제14조와 15조에 의거한다 : 관련 법률은 모두 간윤 홈페이지에 잘 정리되어 있다. [back]

  2. 출판 및 인쇄진흥법 5장에 의거한다. [back]

  3. 글 제목을 클릭하면 실명 인증을 하라고 하는데 실명 인증을 해도 바뀌는 게 없다. [back]

  4. 실제로 밀리언셀러클럽 카페 측에 편집자가 올린 글을 보면 "XXX도 이 정도는 되는데 왜 하필 이것만 걸렸냐!"라고 성토하는 독자들에게 편집자가 "그러다가 그 사람들이 이 글 읽고 XXX도 심의하면 큰일이니 자제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back]

  5. 물론 어느 부모가 자식이 읽고 있는 책을 잠깐 들춰보았다가 기겁하고 신고했을 수도 있다. 가만, 아버지께서도 지금 스티븐 킹의 [애완동물 공동묘지(Pet Sematary)]를 읽고 계신데… 혹시! [back]

  6. 독립 장편은 몇 차례 나왔다. 내 생각에 그 작품들은 소수의 독자들에게만, 대게는 기존에 있던 괴담집의 연장선상에서 받아들여진 듯하다. 적어도 한 장르의 '쪽수'를 보여주고─장르는 집단에 의해 발생한다─"우리가 여기 있다!"고 부르짖는 작품이 되지는 못했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의 작가들은 매드클럽이라는 이름의 공포 문학 전문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back]

  7. 빨간 딱지 때문에 호기심이 자극되고 기어이 그걸 찾아보는 시대는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그 딱지는 그저 남들 앞에서 꺼내놓고 보거나 좋은 책이라고 추천하기도 힘든 책이리라는 '막연한' 낙인일 뿐이지 않을까. [back]


 덧. 아직 수거가 시작되지 않았는지, 지금 주문 ․ 구입하면 19세 미만 구독 불가 딱지가 없는 책을 구할 수 있다. 하긴, 그건 황금가지 측의 대응에 달린 것이기도 하다. 간윤 홈페이지의 FAQ에 따르면 심의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에는 1회에 한해 심의결정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황금가지가 그러려고 할까? 속단하고 싶지는 않지만…….
by sabbath | 2006/12/19 16:49 | 책 이야기 | 트랙백(6)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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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ozzyz review at 2006/12/19 22:33

제목 : [한국공포문학단편집]이 19세미만 구독불가 도서가 ..
<한국공포문학단편집>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19세 미만 구독불가 도서’로 판정받았습니다. 이 단편집에 포함된 소설 가운데 <상자>와 <들개>, <모텔 탈출기>에서 시체를 토막 내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입니다. 전 권을 모두 수거, 비닐로 포장한 후 ‘19세 미만 구독불가’ 빨간 딱지를 붙여 판매해야 합니다. 심의의 근거가 된 심의기준 제3장 청소년유해간행물 제5조(폭력·잔인성 등)......more

Tracked from O.O at 2006/12/21 06:27

제목 :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008) 김종일,권정은,신진오 외 김민영,김종일,신진오,장은호 외에 이름을 들어본 작가가 끼어있지 않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솔직히 문학판에서는 그리 있어보이는 명함이랄 수 없는;;)'인터넷소설작가'들이 모여 낸 책이라는 점에서 뭔가 상쾌하지 않은 느낌이라도 받았던 겐지, 또 어쩌면 괴담/공포문학이라면 인터넷에서 공짜로 보고 지나가는 귀신이야기 정도로 인지되는 일반적인 분위기......more

Tracked from IF... at 2006/12/21 22:01

제목 : <한국공포문학단편선>이 청소년 유해도서로 선정!
청소년간행물윤리위원회로부터 아래의 사유로 &lt;한국공포문학단편선&gt;이 청소년 유해도서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책을 기획하고 작품을 수록한 저를 비롯한 작가들에게는 가히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적절치 못하다는 것도 아니고 유해도서라니. 사유: 시체를 토막내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 ......more

Tracked from 아스네 다락방 at 2007/01/06 12:04

제목 :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나왔을 때부터 관심은 두고 있었으나, 애초부터 호러 취향은 아닌 탓에 미뤄두던 차. 새벗님 블로그에서 이 책이 19금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얼른 구입했다. 읽은 소감: 역시 취향은 아니다. 그러나 의미는 있다. 그리고 기분나쁜 글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공포(호러)에 심의를 적용하면 뭘 어쩌자는 건가?! 참여작가 9명, 작품은 10편. 그렇게 참신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공포'를 그려내려고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흉포한 입'......more

Tracked from ozzyz review at 2007/01/08 18:24

제목 : 한국 공포문학, 이대로 주저앉나?
(보통은 이번 주에 잡지에 실린 기사는 인터넷에 올리지 않습니다. 1-2 주 묵힌, 개인적으로 애정이 가는 기사이거나 같이 고민해보고 싶은 경우에만 블로그나 호러타임즈 등에 등록해왔어요. 하지만 이 기사는 개인적으로 이슈화시키고 싶은 주제라 일찌감치 여기 옮깁니다. &lt;한국공포문학단편선&gt;의 청소년 유해간행물 판정을 둘러싼 이야기에요. 딱히 어느 누구의 편을 들기 보다, 단순히 지금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알게 되는 것 ......more

Tracked from mhhh at 2007/01/21 00:55

제목 : 폭력성, 포악성으로 청소년유해간행물(19금)판정을 ..
다음은 2000년 이후 폭력성 또는 포악성을 이유로 하여 청소년 유해매체판정(19세 미만 판매금지판정)을 받은 문학 단행본(일반 도서중 문학 분류 ― 만화책, 사진집, 전자간행물 제외)들입니다. 이 논의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참고로 올려놓습니다. --------------------------------------- 제목 - 저자 / 출판사 [분류/연월] ------------------------------------......more

Commented by 평범한 시민 at 2006/12/19 22:05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들은 19금 도서를 아예 매장 안에 들여놓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교보문고 영업을 포기하고 책을 출판할 수 있는 출판사는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19금 도서로 지정되면 "19금" 표시를 인쇄한 새 표지를 만들어 책을 다시 제본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19금 표시를 스티커로 대체하는 것은 불허한다고 합니다).
이런 식이라면 어느 출판사가 한국 작가들이 쓴 공포소설을 출간하려고 할까요?
독자를 위해 글을 써야 할 작가들이 심의기관 눈치나 보면서 자기 검열이나 하게 되겠고, 어쩌다 출간되는 공포소설들은 심의기관한테 안 걸리게 공포소설이라는 정체을 숨기고 나와야 하겠지요.
미국과 일본의 작가들은 표현의 자유를 누리면서 온갖 작품들을 쏟아내는데, 우리나라 작가들은 서점에 진열될 기회 조차 박탈 당하는 상황이니 정말 어이가 소멸되는 원통함이 분통을 터뜨리려고 하네요;;;
Commented by ozzyz at 2006/12/19 22:39
대형서점에선 진열대에서 책이 철수당하고, 온라인서점에서마저도 성인인증을 받지 않는 이상 정보를 열람할 수 없게 됩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가장 절실하게 지적해야 할 점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이해할 수 없는 심의 형태입니다. 모든 저작물에 대해 사전검열을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표본집단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추려진 책들을 심사하는지도 알 수 없거니와, 이런 결정이 권고사항이나 "이 책은 폭력성을 수반하는 표현이 들어있다"는 경고문구를 삽입하는 정도가 아닌 강제적인 물리적 조치를 수반한다는 점은 전근대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보여요.

황금가지는 따로 재심의 신청을 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내부적인 복잡한 관계도 있거니와, 다른 장르소설들에까지 불통이 튈까 걱정하는거죠.
Commented by N. at 2006/12/19 23:44
허허허...
어이가 없어서 그냥 헛웃음만 나옵니다.
허허허...
Commented by 파인로 at 2006/12/20 00:03
재심의 신청을 하면 '19세 미만 구독불가' 딱지를 떼기는 커녕 "이 책 말고 다른 책도 그렇단 말이지? 좋아. 그 책도 19세 딱지를 붙여주지." 따위의 대응이 돌아올 게 뻔합니다. 아, 제기랄. 도대체 제대로 읽어보기는 한걸까요?
Commented by as at 2006/12/20 09:21
이런 말도 안되는......&&#%$@!! 저도 한 권 주문해야겠군요-_-++
Commented by sabbath at 2006/12/20 10:44
평범한 시민 / 아, 맞아요. 그런 제약도 있었군요.

가끔 신경이 날카로워질 때면 '공포, 팬터지, SF, 스릴러 등등 있는대로 몽땅 신고해서 같이 죽자고 나서면 혹시 저항 운동이라도 벌어지지 않을까'하는 '망상'을 해보곤 합니다.

그렇잖아도 매드 클럽의 이종호 님께서 이번 건에 대해 관련글을 쓰셨더군요.

http://horrortimes.net/zb/view.php?id=01column&no=171
Commented by sabbath at 2006/12/20 10:52
ozzyz / 아, 인터넷 서점의 검색 문제도 있었군요. 출판사의 책 소개글은 물론이고 관련 서평조차 볼 수 없으니 역시 상당한 제약이 되겠네요.

저도 대체 간윤이 어떤 방식으로 심의 대상 간행물은 선정하는지가 궁금합니다. 답을 제대로 해줄지 어떨지…

황금가지의 대응은 그러려니 하고 있었습니다. 출판사의 태도도 아쉽긴 합니다만 심의 규정을 보고 있노라면 간윤 측에서 '뭐라고 해도 이 결정은 옳다'라고 주장할 근거(!)가 충분한지라 아마 대응하기도 싫을 거예요-_-
Commented at 2006/12/20 15: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abbath at 2006/12/20 22:44
비공개 / 우측의 "트랙백 - 링크 - 펌 원칙"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
Commented by 유령 at 2006/12/22 02:36
황금가지에서도 이번 결정에 납득하지 못하면서도
밀리언셀러클럽의 다른 책들까지 문제가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밀리언셀러클럽이 호러/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을 주로 출간하기 때문에
이번 단편선보다 표현의 수위가 높은 작품들이 꽤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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