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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지금 이 문장을 읽고 계시는 분들 중에 '나는 공포영화는 진짜 싫고요, 그냥 클릭 잘못해서 이 글을 읽고 있을 뿐이에요'라고 말씀하실 분들 계실 것 같은데요,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제는 여러분들께 제공되는 (대한민국에서는) 극히 드문 갱생의 기회입니다. 피가 뿜어져 나오며 화면을 불그죽죽하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 오장육부를 쓸데없이 공들여 파헤치다 보니 맛 들려서 주객이 전도되어 전체 구성은 뒷전이고 생물 해부만 열심히 하는 영화, 신경 긁는 BGM으로 쓸데없이 신경 긁다가 조건 반사적으로 놀랄 수밖에 없는 요란한 효과음과 광속으로 프레임 안에 달려드는 귀신 따위를 동원하며 '놀람'을 '두려움'이라고 사기치는 영화에 필요 이상으로 시달린 나머지 매년 다가오는 여름철 공포 영화들에게 무턱대고 강한 불신의 시선을 던지셨던 분들, 이제 여러분들의 영혼을 안위할 기회가 온 것입니다. 특히 제가 학교 다닐 때 "난 다른 영화는 다 좋아하는데 공포 영화는 정말 싫다. 솔직히 그런 영화들을 만드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씀하셨던 모 대학 모 수업 모 선생님, 이 글 읽고 계십니까? 저는 선생님 수업이 영화 수업이 아니라 영어 수업이었으니까 그러려니 했고 또 당시에는 제가 참된 공포 영화들을 많이 접하지 못했던지라 반론 하나 없이 넘어갔습니다만 몇 년이 지난 지금에야 이 영화제를 추천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참여하는 지식인의 자세로 이 영화제의 객석 한 자리를 차지해주세요. (비꼬는 거 절대 아닙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작년 12월부터 금요일 밤의 비디오떼끄라는 프로그램을 신설하여 운영해왔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 측의 설명에 의하면 "금요일 밤의 비디오떼끄는 DVD로는 발매가 되었지만 스크린으로는 도저히 볼 기회가 없었던 작품들, 장르를 대표하는 명작이지만 대중영화에 대한 선입관 때문에 소위 '예술영화'에 준하는 대접을 받아오지 못한 작품들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기획만 들어도 실로 가슴 떨리지 않습니까. 과거에 횡행했다는 비디오떼끄들의 명줄이 국가 기관인 한국영상자료원을 통해 재발견 될 줄이야. 이 기획이 고무적인 것은 한국영상자료원 측이 독자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대신 인터넷 영화 사이트들과 연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12월∼1월 프로그램 같은 경우 SF 팬사이트 JOY SF와 연계하여 SF 영화들을 모아 상영했습니다. 다만 한계가 있다면 국내 출시된 DVD들에 한해서 상영작을 선택하느라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단 것인데요(이것은 제가 JOY SF의 비디오떼끄 상영작 소개에 열을 올리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2∼3월에 있을 호러타임즈의 "봄날 밤의 호러영화" 프로그램에서는 이 점을 개선, 외국에서 출시된 DVD에 한국어 자막을 넣어 상영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이 작업에는 호러타임즈 관계자 분들의 공이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무한한 경애의 마음 보냅니다. 오로지 영화를 소개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번역하고, 자막 만들고, DVD로 만들어 상영까지 해내는 것은, 저도 비슷한 짓을 해봐서 알지만, 영화의 팬으로서 꿈꿀 수 있는 최대치의 소망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두 번째 기획이 시작되는 시점이긴 합니다만 아마 이번 호러타임즈의 기획과 그것을 수용한 한국영상자료원의 포용력을 생각해보면 그 동안 외국 DVD 사서 홀로 방안에 앉아 '아, 이건 죽인다! 안 본 사람들 머리끄댕이라도 붙잡고 와서 보여주고 싶다!'하던 이들이 뭉쳐서 자체 기획을 제안하는 것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본격적인 프로그램 소개에 앞서 한국영상자료원의 운영에 관해 몇 가지 덧붙이자면, 우선 이런 식으로 영화를 틀면서 돈 받으면 불법이니까 금요일 밤의 비디오떼끄는 무료로 운영되고 있답니다. 따라서 입장은 선착순이고, 좌석은 70석 정도 됩니다. 최근에는 직장인 관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상영 시작 시각을 7시 30분에서 8시로 옮기기까지 했는지라, 공포 영화 팬들의 호응에 따라서는 입장을 위해 좀 긴장할 필요도 있을 듯합니다. (상영작들은 공포 영화의 맥락 안에서 마르고 닳도록 언급되어 온 걸작들인데 공포의 영역에 눈 돌리고 살아오신 관객들께서는 제목부터 처음 듣는 경우가 태반일 작품들입니다. 아무래도 팬들의 호응 여부가 중요하겠죠) 아쉽게도, 제가 겪은 바에 의지해 말씀드리자면 한국영상자료원의 고전영화관 좌석은 서울아트시네마의 좌석보다 더 불편한 수준입니다. 앞뒤 간격 확보나 경사 확보 상태가 좋지 않아서 앞사람 머리에 화면이 가리는 경우가 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은 맨 앞줄이 가장 편합니다. 물론 크신 분들은 앞줄에 앉으시더라도 좌우 가장자리를 택하시는 매너를 보여주시면 좋겠지요) 그래도 이만희 전작전 같은 때 생각해 보면 보조 좌석까지 설치해야 할 정도로 꽉 들어찬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다들 보시더군요. 상암동으로 이사 가면 개선될 사항이니, 일단은 주어진 조건으로 받아들이십시다. 아래는 정식 공지입니다. 제가 임의로 영화 제목의 포맷을 좀 달리했고 일부는 제목을 살짝 바꾸기도 했으며 사소한 오류를 수정하기도 했습니다만 큰 변화는 없습니다. ![]() (참조 :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램 페이지) - 주최 : 호러타임즈, 한국영상자료원 - 장소 : 한국영상자료원 고전영화관(서초동 예술의전당 내) - 시간 : 2월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 입장료 : 무료(선착순 70명) - 시간표 : 02/02 [지구 최후의 인간(The Last Man on Earth, 1964)] 02/09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What Ever Happened to Baby Jane?, 1962)] 02/23 [성스러운 피(Santa Sangre, 1989)] 03/02 [지금 보지 마라(Don't Look Now, 1973)] 03/09 [악마의 등뼈(El Espinazo del Diablo, 2001)] 03/16 [힛처(The Hitcher, 1986)] 03/23 [얼굴 없는 눈(Les Yeux sans visage, 1959)] 03/30 [델라모르테 델라모레(Dellamorte Dellamore, 1994)] - 상영작 소개: [지구 최후의 인간] 1964ㅣ감독 : 우발도 라고나/시드니 살코ㅣ출연 : 빈센트 프라이스, 프란카 베토이아ㅣ86분 1964년 유럽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는 급기야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감염시켜버린다. 유일하게 이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었던 모건은 마치 흡혈귀와도 같이 밤이 되면 일어나 돌아오는 이들에게 맞서 혼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같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녀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듣게 된다. 전설적인 배우 빈센트 프라이스가 연기했던 [지구 최후의 인간]의 시작은 완전히 죽어버린 세계를 비추면서 시작한다. 거대한 회색 도시에 널려 있는 시체들을 천천히 훑으며 단 한 명의 살아있는 인물인 모건에게 도달하는 이 오프닝은 이제까지 손닿지 않는 곳에 지옥을 놓아두고 관객을 이끌어갔던 이 시기의 영화관객들에게 일상이 지옥으로 변하는 순간을 체험하게 한다. 내 주변의 모두가 죽은 후에 다시 살아 돌아와(Living Dead) 나를 공격하는 절망적일 상황을 그려내는 이 영화는 비록 원작의 충격에는 미치지 못할지언정 단연코 '절망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좀비 영화는 아니지만 '살아있는 시체'를 말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영화. / 김정곤(dakdoo) ![]()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 1962ㅣ감독 : 로버트 알드리치ㅣ출연 : 베티 데이비스, 조안 크로포드ㅣ135분 로버트 알드리치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걸작. 베이비 제인 허드슨은 유년시절 보드빌 쇼의 유명한 스타였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대배우가 된 언니 블랜치와는 달리 제대로 된 배우로 성장하지 못한다. 유년 시절부터 부모님의 편애와 관중의 박수갈채 속에 자라 온 제인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멸시와 냉대를 참을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자매가 함께 타고 있던 자동차가 의문의 사고를 당하고, 반신불수가 된 블랜치는 어쩔 수 없이 제인의 보호 아래 살게 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모두 황혼의 나이에 이르렀건만, 블랜치를 향한 제인의 질투는 변함이 없다. 아니, 오히려 그것은 점점 더 지독한 분노가 돼 끔찍한 학대의 충동으로 치닫기에 이르는데. 제인이 블랜치를 린치 하는 장면과 현실을 애써 외면해 상상의 세계에 고립되는 순간은 [미저리(Misery, 1990)] 같은 유사영화들을 일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작품으로 전락시킨다. 그만큼 이 영화의 공기에는 매우 특별한 종류의 연민과 공포가 상존한다. 전에 이 영화를 본 적이 있는 관객이라면, 이번에는 블랜치가 과연 마냥 착하기만 한 희생자였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보며 감상해볼 필요가 있다. [선셋대로(Sunset Boulevard, 1950)]의 노마와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의 제인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이 되리라 확신한다. / 허지웅(ozzyz) ![]() [성스러운 피] 1989ㅣ감독 :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ㅣ출연 : 악셀 조도로프스키, 블랑카 게에라ㅣ112분 어린 시절 서커스에서 자라면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성적으로 학대하고, 끝내 살해하는 모습을 목격한 소년이 성인이 된 후 어머니의 환영에 사로잡혀 연쇄살인을 저지른다. 89년 칸느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돼 선풍적인 이슈를 낳았던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야심작. [엘 토포(El Topo, 1970)], [성산(The Holy Mountain, 1973)] 등으로 컬트영화 진영에 깊은 족적을 남겼으나 대중과의 접점을 찾지 못했던 조도로프스키가 '관객이 보고 좋아할만한 영화'를 만들겠다며 작심하고 제작한 작품이다. 멕시코에서 실제 발생했던 여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그는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후 세 권의 소설을 집필했다)을 취재해 재구성한 이야기로, 쉽게 "[싸이코(Psycho, 1960)]의 아류"라고 말하기 힘든 조도로프스키 특유의 정서가 잘 살아있다. 극중 사제 역으로 카메오 출연하는 자신과 주연을 맡은 악셀 조도로프스키를 비롯, [엘 토포]에서 엘 토포의 아들 역을 연기했던 브론티스 조도로프스키와 아단 조도로프스키 등 일가족을 총출동 시켰다는 점이 흥미롭다. 민망할 정도로 삭제 당했던 비디오 출시판으로 [성스러운 피] 보고 "아 훌륭한 영화다"라고 느꼈던 분들은 이번에 무삭제판을 보고 가슴을 부여잡고 땅을 데굴데굴 구르며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절규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허지웅(ozzyz) ![]() [지금 보지 마라] 1973ㅣ감독 : 니콜라스 뢰그ㅣ출연 : 줄리 크리스티, 도널드 셔덜랜드ㅣ110분 불의의 사고로 어린 딸을 잃은 벡스터 부부는 성당의 복원을 위해 물의 도시 베니스에 머무르다 어느 노파로부터 자신들의 죽은 딸이 자신들의 곁에서 행복하게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나 로라는 죽은 딸이 단지 부모의 곁에 머물러 있으려는 것이 아니라 벡스터에게 어떤 경고를 하기 위해 와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레베카(Rebecca, 1940)]의 원작자인 다프네 뒤 모리에의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니콜라스 뢰그의 영화 [지금 보지 마라]는 두 개의 초자연현상을 주인공인 벡스터의 외부와 내부에 배치해두고 물 위의 도시 베니스의 음습한 뒷골목을 훑어나가며 차츰 어두운 나락으로 추락해가지만 영화의 내용은 또 매우 단순하기도 하다. 때문에 영화는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촬영과 편집에 더 무게를 두며 벡스터의 시선을 복선으로 삼게 된다. 매우 단순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예측되지 않는 결말까지, 이 영화는 90년대 이후에 이어지는 반전 따위에 목매달기보다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긴장감과 분위기를 즐겨야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 김정곤(dakdoo) ![]() [악마의 등뼈] 2001ㅣ감독 : 기예르모 델 토로ㅣ출연 : 에두아르도 노리에가, 마리사 파레데스ㅣ108분 1937년 4월 26일 스페인의 작은 마을 멀찍이 떨어져 있던 전쟁고아 기숙사에 한발의 거대한 폭탄이 떨어지고 바로 직전에 누군가에 의해 한 소년이 끔찍한 죽임을 당한다. 얼마 뒤 전쟁에 참전하는 아버지 때문에 기숙사에 맡겨진 까를로스는 유령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 영화는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던 역사의 한 공간에 가상의 학교를 세워놓고 거기에 전쟁과 탐욕과 '유령'을 불러 세워놓는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제목이자 영화에 등장하는 '악마의 등뼈'는 척추가 노출되어 사산 된 태아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죽은 채 태어난 아이와 죽임을 당한 아이, 그리고 남겨진 아이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영화의 화자가 누구인가에 주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판타지 영화의 원류인 환상소설의 시작이 에드거 앨런 포였다는 걸 상기한다면 이 영화에서 [네버엔딩 스토리(Unendliche Geschichte, 1984)]와 같은 신나는 판타지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다. 판타지 장르야말로 가장 잔혹한 동화다. / 김정곤(dakdoo) [힛처] 1986ㅣ감독 : 로버트 하몬ㅣ출연 : 룻거 하우어, 토마스 하우웰, 제니퍼 제이슨 리ㅣ97분 시카고에서 캘리포니아로 자동차를 배달하던 중 밀려오는 졸음을 참기 힘들었던 짐은 고속도로에서 존 라이더라는 이름의 히치하이커를 태운다. 그가 연쇄살인마라는 걸 확신한 짐은 가까스로 그를 차 밖에 밀어내는데 성공하지만, 진짜 악몽은 그때부터다. 사실 "고속도로에서 사이코를 태웠다가 고생하는" 극 전 반의 동기는 전형적이다 못해 심심하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이런 빤한 이야기를 전혀 빤하지 않게, 80년대 호러영화계를 빛내는 가장 놀라운 순간들로 점철시킨 힘은 어디서 온 걸까. 두말할 것도 없이 룻거 하우어의 공이다. 그의 깊은 주름과 놀라운 저음,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눈매에서 뿜어져 나온 사악한 기운이야말로 [힛처]가 안겨주는 공포의 정수다. 끝까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짐을 향한) 존의 집착과 살인동기가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은 내러티브의 짜임새나 논리적 구조가 그다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살인마 캐릭터의 인상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홀로코스트2(Cannibal ferox, 1981)], [나이트메어 시티(Incubo sulla città contaminata, 1980)]의 움베르토 렌지 감독에 의해 속편이 만들어진 바 있으며, 현재 데이브 마이어스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 작업이 진행 중이다. / 허지웅(ozzyz) [얼굴 없는 눈] 1959ㅣ감독 : 조르주 프랑주ㅣ출연 : 피에르 브라소, 알리다 발리ㅣ90분 교통사고로 얼굴이 망가진 딸. 그녀에게 이전의 얼굴을 돌려주기 위해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납치, 얼굴을 뜯어내 이식수술을 시도하는 과학자 아버지. 이쯤 되면 눈치 챘겠지만 조르주 프랑주의 [얼굴 없는 눈]은 [신데렐라(Cinderela, 2006)], [페이스 오프(Face/Off, 1997)] 등 이른바 '얼굴 가로채기' 스토리텔링의 원전이다. 하지만 원안을 제공하고 말고의 문제는 [얼굴 없는 눈]과 여타 유사영화들의 차이점을 구별할 때 가장 나중에 거론될만한 성질의 미덕이다. [얼굴 없는 눈]은 몽환적인 동시에 극단적으로 아름다운 이미지들, 그리고 신체를 절단하고 훼손하는 일련의 행동을 관조적으로 응시하는 풍경이 공존하며 더 없이 독특한 분위기를 직조하고 나선다. 극 전체를 부유하는 이 같은 공기가 관객의 의식을 침범하고 급기야 온전히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목처럼)크리스티앙의 하얀 가면 뒤로 홀로 번뜩이며 수 만 가지 표정과 의미를 전달하는 눈동자는 숨조차 마음대로 쉬지 못하게 할 만큼 가공할 존재감을 드러낸다. 파국이 휩쓸고 간 자리 위로 크리스티앙의 마지막 모습을 초연히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그래서 더욱 끔찍하고, 슬프다. / 허지웅(ozzyz) ![]() [델라모르테 델라모레] 1994ㅣ감독 : 미켈레 소아비ㅣ출연 : 루버트 애버릿, 안나 팰치ㅣ99분 프란체스코 델라모르테는 부팔로라 마을의 묘지기로 그의 조수 나기와 함께 밤이 되면 묘지를 뚫고 돌아오는 좀비들을 처리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델라모르테는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죽은 남편에 의해 죽음에 이르고 곧이어 다시 살아 돌아온다. 미켈레 소아비의 영화 [델라모르테 델라모레]는 매우 진지한 영화일까 아니면 그냥 농담일까. 물론 이 질문이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프란체스코가 성자(聖子)의 이름이고, 델라모르테(dellamorte)가 죽음에 관한 말일지라도, 혹은 섹스와 죽음이라는 인간의 욕망에 관한 현학적 질문을 가장한 결과물일지라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 1968)] 이후의 좀비 영화들이 그저 '밤'의 재탕처럼 보이는 와중에 [델라모르테 델라모레]는 가장 멀리 나아간 '좀비' 영화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매우 유쾌하면서도 또한 매우 진지한 분위기의 묘한 '좀비' 영화. / 김정곤(dakdoo) ![]() *호러타임즈(http://www.horrortimes.net)는 호러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입니다. 호러영화가 주는 원초적 쾌감에 열광하는 분들부터 이 장르가 호소하는 소수 지향적 시선에 연대하고픈 분들까지. 호러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어떤 분이라도 환영합니다. 각 영화의 캡처 장면은 제가 넣은 것인데, 일부는 제가 갖고 있는 DVD로, 일부는 DVDBeaver의 리뷰에 올라온 것을 사용했습니다. 아직 캡처 장면이 없는 [악마의 등뼈]와 [힛처]도 넣으려고 노력해 볼 생각이고, DVDBeaver에서 가져온 것도 천천히 제가 캡처한 것으로 바꿔 보고 싶습니다. 큰 의미는 없겠지만. 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한 편도 못 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스러운 피]만 제외하면 다 대충 커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만약 여유가 생긴다면 소개에 치중한 형태의 감상문을 올려보고 싶습니다. (이런 '예정'은 결코 호언장담해서는 안 됩니다) 이솝 우화에 보면 손이 닿지 않아 먹을 수 없는 포도를 신포도로 취급해 버리는 여우가 나오는데, 저는 그것보다는 다른 여우들도 불러서 포도를 못 먹어서 안달 난 여우의 수를 늘리는 편이 더 재밌겠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혹은 에라 어차피 못 갈 거 갈 사람 수나 늘려서 선착순 경쟁이나 치열하게 만들어보자는 심보도 있습니다. 글을 이대로만 끝내자면 아쉬우니까 정말 짧은 이야기 몇 개 하자면, 1.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 아, 정말 친구들 몽땅 끌고 가서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2005년 여름 서울아트시네마 "로버트 알드리치 회고전"에서 처음 본 영화인데, 뭔 내용인지도 모르고 무심코 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의자에 몸이 파묻히는 듯한 압박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워낙 장면 장면의 힘이 세게 다가와서, 처음 극장에서 보고 후일 DVD로 다시 보기 전까지 꽤 오랫동안 이 작품의 화면비를 2.35:1이라고 믿고 있기도 했습니다. 알드리치의 뛰어난 영화들 중에서도 일 순위를 다투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고, 심심하면 뽑는 제 Best 10에도 걸핏하면 들어가고, 언제나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포 영화로 꼽고 있으며. 극장에서 필름으로 보고, 코드1 DVD를 사고, 그 뒤 새로 나온 SE 버전 DVD를 망설임 없이 다시 사고했던, 참 곁에 두고 아끼고 싶은 작품입니다. 이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관객 인기투표에서 2위에 머무르는 바람에 필름으로 다시 볼 기회를 놓치고 말았는데 이렇게라도 상영되니 참으로 반갑습니다. 하지만 멀리 떨어진, 가서 함께 영화를 보지도 않을 사람이 "죽이니까 꼭 봐!"라고 한다고 해서 갈 사람은 많지 않을 텐데… 이런 건 나서서 약속 잡고 모두모두 불러 저녁 같이 먹고 보러 가야 하는데. 언젠간 꼭 이 영화의 위대함을 친구들과 함께 누리리라. 2. 조도로프스키의 [엘 토포]와 [성산]이 3월에 씨네큐브에서 개봉될 예정인데, 두 작품은 불가해한 컬트영화로 이름난 작품들인 반면 [성스러운 피]는 대중적으로 만든 영화라니 이걸로 워밍업을 한 뒤에 [엘 토포]와 [성산]을 보러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3. 저는 [지금 보지 마라]에 대한 관객 반응이 가장 궁금합니다. 이달 초에 DVD로 처음 봤는데 '뭣이여 저것이 심령 공포 드라마에 뭔 샘 페킨파 편집이 나온다냐'하면서 입 쩍 벌리고 봤습니다. 영화의 시청각적 힘에 몸 바쳐 헌신하는 영화였는데, 그래서 대체 이런 영화의 원작 소설이라는 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고. 4. 홍보가 가장 쉬운 작품은 [악마의 등뼈]일 겁니다. 저도 아직 못 본 작품인데 [판의 미로(El Laberinto del Fauno, 2006)] 국내 개봉 당시 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팬들의 한결 같은 결론이 "멋지다. 그런데 난 [악마의 등뼈]가 더 좋다"였습니다. 우리나라에 델 토로 감독 팬이 그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자주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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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글 잘 읽었습니다..
by kinoeyes at 08/19 말씀하신대로 류승완 감.. by sabbath at 08/17 참 말할 거리가 많은 영.. by 파인로 at 08/17 그쵸. 사실상 모든 프랑.. by sabbath at 08/16 아, 그것은… 저도 무.. by sabbath at 08/16 저도 그 글을 읽어보았.. by sabbath at 08/16 제작사 외유내강 측의 .. by sabbath at 08/16 소식 고맙습니다! 포스터.. by sabbath at 08/16 가끔은 너무 만든 사람에.. by sabbath at 08/16 먼저 안 보신 분들께는 .. by sabbath at 08/16 저도 만주 벌판 액션이 참.. by sabbath at 08/16 [다찌마와 리] 속편 또.. by sabbath at 08/16 오오, 드디어 올리셨군.. by Sion at 08/16 드팔마를 떠올리는 장면.. by 다찌대박 at 08/16 저는 그놈의 잘생겼다!가.. by 은혈의륜 at 08/1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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