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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사실 '여하튼'으로 빠져나올 것이 아니라 이 문제에 두고두고 집착해야 할 것이지만 이건 독백이 아니라 편지니까요) 그 우울증을 떨치게 하는데 도움을 준 영화가(또 다시 영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몇 편 있는데, 그 중 현재 제 제1의 화두는 임권택입니다. 최근에 [태백산맥(1994)]과 [천년학]을 연달아 보고 (아, [서편제(1993)]도 봤네요. 전 그 영화는 깊이 와닿지 않았습니다만) 감읍하면서 누군가에게 뭔가를 말해야겠다는 힘이 생긴 덕에 기운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태백산맥]은 보자마자 힘을 얻어 급히 휘갈겨 쓴 글이 있으니 그것으로 대신 하기로 하고, [천년학]은, 어젯밤에 본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 형에게 가장 먼저 들려드립니다. 예전에 [취화선(2001)] 함께 보았을 적에 형이 토토에다가 그 사정없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 쓰셨지요. 저도 [태백산맥], [취화선], [천년학]에서 가장 좋았던 게 그 부분이었습니다. [천년학]은, 두 시간도 안 되는 굉장히 짧은 영화인데도 보고 나면 수십 년을 산 기분이 느껴지는─ 아니, 보고 나서가 아니라 보는 도중에도 그렇게 한없이 굽이쳐나가는 영화였습니다. 보통 이런 말은 영화가 지루하다는 얘기를 할 때 쓰는 것이지만 임권택 감독의 영화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전 오히려 자꾸만 더 길어지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흐름을 즐겼어요. 정확히는 어떤 기분이었냐면 관객으로서 '아, 지금 이 느낌 정말 좋은데요. 조금만 더 이 순간을 즐기게 해주세요'하고 있으면 감독님께서 '안 돼' 하시며 칼로 시간을 확 내리치고 속절없이 다음을 향해 나아감으로써 각각의 장면을 가슴에 담게 하는 그런 식이었습니다. 글쎄, 보통은 좋은 장면이 있으면 거기서 감정의 '뽕을 뽑고' 가는 것이 영화의 힘을 돋우는 데 좋다고 생각할 터인데 임권택 감독의 영화는 하나의 화려한 순간에 방점을 찍는 대신 세월 전체를 담으려 하고 있었어요. 심지어 결말조차도 단호하게! 그럼으로써 정말 울음이 쏟아지는 것은 영화를 다 보고 나와 집으로 걸어 돌아가는 그 길 위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이 [천년학]이 그 전의 영화들과 다르게 느껴지는 점이 있었다면 그 시간을 치는 과정을 힘겹게, 필사적으로 좇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입니다. [태백산맥]과 [취화선]은 굉장히 애를 써야 했는데(물론 그 영화들을 재미없게 보았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보는 것이 힘겨운, 좋은 영화들이 있잖아요?) [천년학]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편안하게 따라갔어요(예, 가끔은 힘겨운 곳도 있었지요. 하지만 그 장면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이에게─죄송─할 얘긴 아닌 것 같습니다). ① 제가 임권택 감독의 화술에 더 익숙해졌거나, ② 주제가 다르기 때문이거나 ③ 임권택 감독이 더 능수능란해졌거나, 뭐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싶은데 아마 ②와 ③의 혼합일 거예요(겸손이 아니라… [태백산맥] 본 다음날 [천년학]을 보았으니 대체 제가 익숙해지고 말고를 논할 겨를이 있었겠어요?). 소리꾼 남매의 삶은 물론 여러모로 한스러운 것이지만 영화 전체의 흐름은 한을 위해서, 고통을 위해서, 득음의 경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두 사람의 그리움을 위해서 나아가고 있었고, 그 그리움 또한 '못 만나 미치겠다'가 아닌(실제도 둘은 수차례 만났다 헤어져요. 한없는 슬픔을 안고 살다 마지막에야 만나는 게 아니라) 더 내밀한 것─아마도 서로가 하께 있어도 될 때는 기다리는 듯한 그리움이었기에 받아들이기 편안했던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의 순리를 따라간 사람들에 대한 영화였나 봐요. 그렇기에 두고두고 아끼고 싶은 그런 영화였습니다. [서편제]처럼 일 년 정도 걸려있으면 사시사철 생각날 때마다 볼 터인데… 아무튼 멀티플렉스의 논리가 자비를 베푸는 그 날까지는 몇 번이고 보고 싶습니다. (DVD가 나오긴 하겠지만 그 스크린의 감흥이란… 이 영화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본 [짝코(1980)]를 제외하면 제가 처음으로 극장에서 필름으로 본 임권택 영화입니다) 흠, 다시 보면 더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처음 본 자의 감상으로는 딱 적당하네요. 위의 몇 문단을 그대로 감상문으로 활용할까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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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글 잘 읽었습니다..
by kinoeyes at 08/19 말씀하신대로 류승완 감.. by sabbath at 08/17 참 말할 거리가 많은 영.. by 파인로 at 08/17 그쵸. 사실상 모든 프랑.. by sabbath at 08/16 아, 그것은… 저도 무.. by sabbath at 08/16 저도 그 글을 읽어보았.. by sabbath at 08/16 제작사 외유내강 측의 .. by sabbath at 08/16 소식 고맙습니다! 포스터.. by sabbath at 08/16 가끔은 너무 만든 사람에.. by sabbath at 08/16 먼저 안 보신 분들께는 .. by sabbath at 08/16 저도 만주 벌판 액션이 참.. by sabbath at 08/16 [다찌마와 리] 속편 또.. by sabbath at 08/16 오오, 드디어 올리셨군.. by Sion at 08/16 드팔마를 떠올리는 장면.. by 다찌대박 at 08/16 저는 그놈의 잘생겼다!가.. by 은혈의륜 at 08/1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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