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들-2007년 10월 19일
 00.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잘 지내고 있다. 문장이 좀 이상한가? 그러니까, 특별한 계기는 없는 것 같은데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순간들이 살짝살짝 피어나다보니 전반적으로 삶이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다. 꾸준히 이 정도로만 살아갈 수 있으면 괜찮은 인생일 것이다.

 
 01. 어쩌다보니까 '쓰고 있는' 글이 세 개다. 시작한 뒤에 끝을 맺지 못하는 이 상황을 하루 빨리 타개해야 한다, 고 생각하면서 또 다른 글을 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어떠한 주제/기획을 떠올리고 시작하는 일은 잘 하는데 그걸 꾸준히, 치열하게 이어나갈 만한 능력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문장을 만드는 일, 문장에 담아야 할 것들을 생각하는 일, 계속해서 고쳐 나가는 일이 언제나 더디다. 지나치게 더디다. 매 금요일마다 하는 결심이지만 이번 주말에는 그 중 하나 이상을 마무리해야겠다. 완성도는 둘째 치고 완성이라도 해야 또 다른 걸 시도할 '자격'이 생기는 게 아닐까.


 02. 책 읽는 것도 비슷하다. 이언 매큐언의 [속죄(Atonement)]를 읽고 있는데, 재미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재빨리 읽어내질 못하고 있다. 여러 독자들이 굉장히 빨리 읽힌다고 증언한 바 있건만. 그리고 그런 와중에 다른 책들에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다행히 글을 쓰는 것보다는 읽는 쪽이 사정이 나아서, [속죄]를 읽고 있는 사이에 팀 파워스의 [아누비스의 문(The Anubis Gates)]은 다 읽었다. 웅진 팬덤스토리 힘내시라. 아직 이 시리즈를 통해 경천동지의 순간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어차피 그런 경험은 정말 드물게 찾아오는 법이고, 하여간 다소간의 아쉬움이 있을 수 있더라도 팬덤스토리의 출간 서적 질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마구 두근두근하며 기다리지는 않지만(그런데 요즘 그렇게 기다리는 책이 있기나 한가?) 나오는 족족 반갑게 맞이하게 된다.

 근데 잘 팔리고 있나 몰라. 좋은 장르문학 시리즈가 나오면 이 걱정을 피할 수 없다.


 03. 어쩌다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장에 꽂힌 마모루 나가노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ファイブスター物語)]에 눈길이 가서 다시 보고 있다. 블로그의 옛 글을 찾아보니 2004년 여름에 11권을 샀다는 기록이 있는데, 아마 그 무렵 후로 다시 본 적은 없는 것 같으니 약 3년여 만에 다시 보는 셈이다. 고등학생 때 처음 보면서 '대체 무슨 소리야'하며 꾸역꾸역 읽다가 이해가 안 돼서 잠시 집어치운 적도 있었건만, 이제는 3년 만에 다시 보아도 '아, 이런 게 있었지'하면서 재미나게 볼 수 있게 됐다. 혹시 그 사이에 내 취향이 떠나버리지 않았을까 걱정도 했는데, 여전히 즐길 수 있어 기뻤다. '한 권만 더 보고 잘까'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무지무지하게 센 기사랑 무지무지하게 예쁜 인공생명체 파티마에 무지무지하게 크고 멋있는 모터헤드가 나와서 허구한 날 치고 박고 싸운다는 속 보이는 내용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아무리 수천 년의 시공을 다루면서 인류의 운명을 지켜본다느니 어쩐다느니 해도 그게 압도적인 상상이나 성찰로 여겨지진 않긴 하다. 그러나 뻥을 쳐도 워낙에 크고 방대하고 막무가내로 치면서 세부사항까지 진심으로 믿고 있는 듯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라 오히려 속 들여다보인다고 쓴웃음 지을 여지가 없이 그냥 따라가며 즐기게 된다. 완결될 가능성이 희박한 대표적인 만화인데, 다시 보며 생각하니 솔직히 팬들이 '완결'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계속 그리다가 작가가 죽든가(대를 잇지는 마시고), 아니면 좀 더 그리다가 "지쳤어요. 그만 둘래요."하고 미완으로 남겨버리든가 하는 편이 가장 어울리는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핵심은 하여간 좀 더 그린다는 것. 11권 이후의 이야기를 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잖아.

 그러나저러나 3년 만에 다시 봐도 콜러스 왕가와 파티마 클로소, 그리고 모터헤드 쥬논 쪽에는 별 애정이 안 간다. 전체 이야기의 톤에 비해 너무나도 성실하고 차분하고 섬세한 무리들이라 그런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쥬논이 등장인물들의 말처럼 그렇게 멋진 모터헤드 같지도 않고. 대놓고 과장해서 말하자면 그 태양계 자체가 별로 재미없는 태양계(…) 같아.


 04. [파이브 스타 스토리] 같은 방대한 우주적 뻥에 관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최근 출간된 댄 시먼즈의 [일리움(Ilium)]이 떠오른다. 그거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갈피를 못 잡겠다. 어처구니없는 크기와 무게의 실물을 보고는 어안이 벙벙해졌는데 이런저런 설명을 읽어봐도 당최 뭔 얘기인지. 이를테면 출판사 제공 책 소개글은 이렇다.

화성에 우뚝 솟은 올림포스. 이 붉은 혹성에서는 최고신인 제우스와 불멸의 신들이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투를 관찰하고 때로는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미 9년째로 접어든 전쟁을 지휘하고 있다. 그런데 호머의 서사시가 기록하고 있는 것처럼 전투가 진행되고 있기나 한 것일까?

21세기 일리아드 학자로 살았던 토머스 호켄베리. 신들은 죽음에서 그를 데려와 이 트로이 전쟁의 추이를 지켜보고 자신들에게 보고하는 임무를 맡긴다. 그뿐이랴, 그를 관장하는 뮤즈는 아프로디테의 지령으로 이 학자에게 신들도 모르는 비밀 임무를 부여한다. 필요하다면 그대는 전쟁의 신을 죽여야 할 것이다! 그는 40세기 과학의 도움으로 올림포스에 잠입하여 신들을 염탐하고, 트로이의 미녀 헬렌과 사랑을 나누고, 트로이 전투의 현장을 드나들고, 여신 아테나를 파멸시키더니, 급기야 그리스와 트로이의 영웅들을 들쑤셔 신들에 항거하는 대혁명을 사주한다.

40세기 초반, 후기인류가 떠난 지구. 일리움 평원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사건, 영웅과 전쟁과 미녀를 둘러싼 대학살 따위는, 용기도 투쟁도 목적도 없는 인간의 삶에 그저 가벼운 생활의 자극제일 뿐이다. 그러나 마지막 이십 주기의 마지막 해를 살고 있는 하먼은 이 엘로이 같은 생존에 만족하지 않는다. 보기 드문 '포스트-포스트모던' 모험가인 그는, 자신에게 할당된 시간이 끝나기 전에 잃어버린 과거와 충격적인 진실을 찾고, 자신의 '마지막 전송'을 피하고 싶다.

한편, 목성의 달에서는 부분적으로 유기체인 인공지능 기계종족 "모라벡"이 나름대로의 문명을 창조하여 살고 있는데, 태양계 내부에서 감지되는 양자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에 의해 동요된다. 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화성으로 파견되는 두 "모라벡"은 셰익스피어와 프루스트의 전문가(!!). 화성에 불시착한 그들은 제우스와 그의 신들뿐 아니라, 아킬레스, 헥토르, 오디세우스 등 일리아드의 영웅들과 맞닥뜨린다. 그리고 물론 호켄베리까지…

 끙. [파이브 스타 스토리]처럼 '적응 기간'이 필요한 초대형 서사를 늘어놓는 게 아닌가 싶은데, 정가는 2만 8천원인데다 무슨 공대 전공서적처럼 묵직한 942쪽 짜리 양장본을 붙잡고 여기저기 앞뒤를 오가며 들여다 볼 왕성한 독서 에너지가 내게 남아 있으려나. 하여간 우리나라 장르 문학 시장에서 이런 규모의 책이 한 권짜리로 나온 것도, 속편 [올림포스(Olympos)]의 출간을 준비 중인 것도 참으로 칭찬하고 환영해야 마땅할 일이건만 규모가 너무 압도적이다 보니 읽어보기도 전에 이런 반응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런 건가? 이토록 '눈에 띄는' 스페이스 오페라가 출간됐는데 이런저런 블로그들에서 출간 소식조차 보길 힘들다.


 05. 김영사에서 김용의 [의천도룡기(倚天屠龍記)]를 드디어 출간해 냈는데, 새삼 나는 아직 [신조협려(神雕俠侶)]도 사지 못했다는 사실이 신경 쓰인다. 세월이 흘러흘러 8권 박스세트가 30% 할인에 쿠폰 할인까지 붙여 41840원에 팔리고 있건만. 하여간 박스세트로 묶인 책들은 구입을 결정하기가 힘겹다. 아마 수납공간, 그리고 하나의 작품을 위해 지출하는 금액이 크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 때문이겠지. 말 그대로 심리적인 부담일 뿐인데 참 극복하기 어렵구나 싶다.

 하여간 서점에서 [의천도룡기] 1권 앞부분에 있는 번역자의 말을 보았는데 번역자는 [천룡팔부(天龍八部)]와 [소오강호(笑傲江湖)]도 내고 싶어 하는 눈치기에 또 괜히 기대하게 되었다. 김영사가 끈기 있는 출판사이긴 하지만 사조 3부곡은 기왕에 다 계약을 했으니 끝까지 낸 거고, 생각만큼 김용 작품이 호응을 못 얻는 듯한 현 상황에서 또 긴 작품이 둘씩이나 나온다는 건 무리일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어차피 나와도 또 구입을 망설이며 몇 년을 보낼 거면서 기대는 뭐하러 하는지.


 06. 그러나 내게 사기 힘든 책의 최고봉은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슬램덩크(スラムダンク)]. 애니메이션 판은 SBS에서 방영할 때 열심히 봤지만 하여간 나는 이 유명한 만화를 아직도 보지 못했는데, 권 당 3천원이어도 수납공간이 걱정돼서 망설일 판에 새 판본이 나올 때마다 가격이 팍팍 뛰면서 무겁고 묵직해지니 앞으로도 이 만화 볼 날은 요원할 것 같다. 간절히 보고 싶은 건 아니지만(사실 [슬램덩크]냐 [신조협려]냐 하면 [신조협려]가 더 보고 싶지, 아무래도…)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그림을 좀 보고 싶기는 한데. 그러고 보니 [배가본드(バガボンド)]도 가끔 궁금할 때가 있었지.


 07. 지난한 책 보내기 작업을 어제 끝마쳤는데, 문득 관련글들을 살펴보다가 askalai 님과 파인로 님의 덧글에 답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블로그에서 덧글은 잘 달면서 비밀글이랄지 메일이랄지 문자랄지 기타 등등 1:1로 소통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왜 이렇게 미적미적 하며 답을 미루다가 결국 잊어버려서 상대방에게 결례를 범하고 마는 걸까. 그냥 게으름은 아닌 것 같고, 다소간의 대인기피증 같은 게 있지 않나 싶다.


 08. 이번 10월에 어제까지 본 스물두 편의 영화 중에서 '올해의 영화'급 영화, 그러니까 그냥 충분히 만족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사고를 쾅쾅 때리는 영화가 세 편이었다. 그럼 이번 달의 영화 감상은 대박인가? 그렇진 않다. [FILM 2.0]의 프랑스 비평가 대담 기사에서 영화 잡지 [패닉]의 편집장 장 밥티스트 토레가 "만약 특정 시대에 영화의 질이 얼마나 좋았는가를 판단하려면 최고의 질을 지닌 영화를 볼게 아니라 가장 나쁜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위의 영화들이 그리 나쁘지 않다면 우리는 양질의 영화가 나오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건 한 개인의 감상 체험이라는 사적인 범위 내에서도 맞는 말 같다. 아쉽게도 이번 달 내 감상작 선정 능력은 다른 달에 비해서 좀 떨어지는 편이었다. 대단한 영화들을 여럿 만난 달이기도 하지만 시원찮은 영화들의 비중도 꽤 컸던 거다. 대단한 영화들을 만났다는 기쁨이 모든 아쉬움을 상쇄해주면 좋겠지만 대재벌 수가 늘었다고 해서 빈민층 수가 늘어난 게 괜찮지는 않은 법. 그러고 보니 이번 달 나의 영화 체험은 신자유주의 사회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반영인 것일까?

 농담으로 하는 소리다. 그래도 시원찮은 영화들은 좀 더 잘 피해야겠다. 어느 쪽이든 내가 시간을 들여 체험한 것이니 영향을 아니 미칠 수 없다.


 09. 오늘 아침에 느낀 코드1 DVD 감상의 폐해. 최근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이 미국 New Yorker/Milestone을 통해 출시되었다. 오오오으으음, 하면서 DVD 리뷰를 읽어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이 DVD에 영어 자막이 있는가 하는 거였다. 그렇게 하고 10여분 동안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고 있었다.


 10. 9번으로 끝내기는 좀 아쉬워서 무슨 소리를 더 해야 할까 생각해 보다가 이게 떠올랐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소름(2001)] 상영회.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함께 하는 다시 보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된 행사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 화법은 정말 멋진, 제대로 공포스러운 영화인데, DVD가 좀 실망스럽게 나온 데다 이제는 절판되었는지라 볼 기회가 적다.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에 담아둘 만한 작품이니 만큼 못 보신 분들께 좋은 기회가 되기를. 그리고 부디 DVD 좀 좋게 다시 나오기를.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메멘토 모리(1999)] 같은 컬트 영화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 대접은 받아 마땅한 영화인데. 사실 절판된 DVD도 구성이 나쁜 건 아닌데 화질이 참. 게다가 정성일 평론가와 윤종찬 감독이 함께 한 음성해설도 있는데 그건 또 음질이 참.


 11. 괜히 [방축(放ㆍ逐, 2006)] 스틸 사진 하나로 마무리. 아, 다시 보고 싶다. 왜 DVD 안 나오지? 한국판 DVD 나올 줄 알고 기다렸는데, 결국 홍콩판 DVD를 사란 말이냐.
by sabbath | 2007/10/19 16:23 | 살아가며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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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충격 at 2007/10/19 16:59
소름 DVD의 화질은 가히 레전드급이죠[...]
Commented by lyh1999 at 2007/10/19 17:43
<속죄>는 1부만 넘기면 2부와 3부는 금방 읽히던데요.
Commented by sabbath at 2007/10/19 17:52
충격 / 저는 화질 안 좋다는 얘기 많이 들은 다음에 봐서 그랬는지 그 정도로 충격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비 아나몰픽이라는 사실에서부터 이미 낙담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그보다 음성해설 음질이 더 충격적이었어요. 음성해설의 음량이 크거나 작은 경우는 상상해 볼 수 있었는데 음성해설의 음질이 나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대체 녹음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설마 창문 활짝 열어놓고 거실에서 차 마시면서 잡담하듯 가벼운 느낌으로 녹음했다거나.
Commented by sabbath at 2007/10/19 17:55
lyh1999 / 안 읽힌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읽으면 재밌어서 한 챕터 한 챕터 읽는 건 금방인데, 일단 한 번 책을 덮으면 다시 펴기가 귀찮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책들이 좀 있죠. 다른 예를 들자면 도스토예프스키 책이 그래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10/19 18:33
슬램덩크는 예전 3000원 판본으로 나올 때 전권을 구입한 후, 이놈저놈 빌려주다가 사라져버렸답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판본이 나올 때마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를까말까를 늘(!) 고민하게 됩니다.
이런 말은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노우에는 그림을 정말 잘 그리는 만화가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Q at 2007/10/19 18:44
댄 시먼즈의 [더 테러] 읽고 있습니다 너무 거대해서 조금씩 짬을 내서 읽고 있어요. 여전히 에스키모의 엑소틱한 묘사 등 껄끄럽긴 해요. 그래도 필력은 여전한 것 같아요 결국은 계속 읽게 되더군요. 특히 조금만 잘못하면 손가락 발가락이 금방 얼어서 툭 툭 썩어떨어지는 북극의 박력있는 묘사는 강력합니다. 다 읽고 나면 제 블록이나 듀게에 감상문 올릴까봐요.

저는 어쩐 일인지 2007년이 지난 3-4년 중 미국영화 극장공개작 중 볼만한 작품이 가장 많았던, 그리고 앞으로 2개월 반 동안에도 많을 것이 예상되는, 해인것 같습니다. 블록버스터는 말고, 이른바 "중급 (제작 규모로 따져서) 장르영화" 중에서 말씀이지요. "70년대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 라는 말도 평단에서 최근중에서는 가장 많이 나온 해가 아닐까 싶고. 대부분 박스오피스에서는 2천-5천만불 정도 벌고 간신히 제작비 건지거나 밑지는 장사를 했어도 꾸준하게 도덕적으로나 미학적으로나 씹는 맛이 나는 상업영화들이 만들어져서 극장에 걸리는 것은 부가판권시장이 잘 돌아가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
Commented by sabbath at 2007/10/19 19:34
Q / 엥? 댄 시먼즈 팽개쳤다시더니^^; 감상문 올려주심 저야 반갑지요.

왜 갑자기 미국 극장 공개작들의 만족도에 관한 말씀을 하시는가 잠시 의아했습니다. 8번 때문에 그러신 거군요^^; 사실 저는 요새 극장에 좀처럼 가질 않아서 8번은 대게 집에서 DVD로 보거나 예술영화전용극장의 특별전을 통해서 본 영화들에 관한 얘기였어요. 일반 극장에서 본 게 뭐가 있더라… [용감한 자]도 아직 못 봤고… 엥이, [베토벤 필사하기] 뿐? 그나마도 위에서 언급한 '시원찮은' 영화 중 한 편이었습니다만.

그러나저러나 말씀하신 판도 변화(?)는 짧은 기간이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극장가에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올해 블록버스터들이 잠잠한 비수기 때는 메가박스 같은 멀티플렉스에서 정말 본연의 취지에 맞게 '다양한' 영화들을 틀어주기도 했는데, 바로 그럴 때 튀어나온 영화들이 [조디악]이랄지 [브룩스 씨]랄지 [Breach] 같은, 말씀하신 유형의 영화들이었으니까요. 현재 상영 중인 [용감한 자]도 아마 (물론 Q님께서 결말 싫어하시는 건 알지만) 그 쪽에 들어갈 테고요.

그렇습니다만 그 영화들이 우리나라 관객들과 어느 정도 화학반응을 일으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직도 그런 '작은' 영화들은 '큰' 영화들 안 할 때 심심파적 삼아 보는 영화, 연말에 너도나도 다 하는 Best 10 뽑기 놀이를 할 때 딱히 후보로 고려해 줄 생각도 안 드는 영화들처럼 소비되고 만다 싶어요. '아 저런 것도 있구나. 그치만 역시 영화는 쿵쾅푸포해야 제 맛!' 이랄까요. 아직 영화가 여전히 1회성 구경거리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더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오릅니다. '미국은 뭐 안 그럴까?'하고 반문해 보면 대답은 곤궁하지만요.

그나저나 [화성의 로빈슨 크루소],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한 줄 감상을 못 썼는데요, 짧은 글이나마 리뷰 게시판에 따로 올리겠습니다! (느낌표로 다짐!)
Commented by sabbath at 2007/10/19 19:55
ArborDay / 그 3000원 판본… 어린 시절에 좀 더 불량아로 자랐어야 했는데, 저는 주변 친구들이 [드래곤 볼], [슬램 덩크] 보던 초등학교 시절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 잘 듣는 모범생(우등생 말고요)이었던지라 만화책 보거나 오락실 가는 거는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에 때를 놓쳐버렸죠;
Commented by nvade at 2007/10/19 21:45
슬램덩크를 아직도 못보셨다니,, 진짜 부럽네요.
저도 슬램덩크 아직 못봤으면 얼마나 좋을까....ㅎㅎ
(전에 yun이란 이름으로 몇번 글남겼었는데 이제 저도 이글루 가입했습니다^^)
Commented by 진흙 at 2007/10/20 01:20
우엥 나도 [방축] 다시 보고 싶어!! 영화관에서 보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야. 필름포럼 윗층의 커다란 스크린에서 본 그 총질 율동들은 물론이고, 밥 먹는 장면이나 옛 사진 쇼트 등등 얼마나 가슴을 때리는 장면이 많았는지. 아휘 아내의 그 커다란 눈도 자꾸 생각나. 얼마 전에 1910년대 희곡들을 읽는데 '(그런 놈은) 방축해야지요'라는 대사가 나와서 아아아 방축방축!! 하면서 혼자 도서관에서 부르르 떨었다는 거 ^^; 그러고보면 지금 우리에게 '방축'이란 단어는 한자를 보지 않으면 뜻을 얼른 알 수 없는 어휘이지만 옛날에는 그냥 막 말해도 뜻이 통하는 단어였나봐. 일본에서도 쓰는 단어인걸까?
Commented by 파인로 at 2007/10/20 02:18
결례라고 생각하실 것까지야; 느긋하게 메일 주시겠거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농담 좀 섞어서 말하면 제가 돈을 내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Commented by 파인로 at 2007/10/20 02:23
아참. 보내주신 물품 중 가장 감상하는데 시간이 적게 걸리는(점점 책과 멀어지는 것 같아서 슬픕니다. 2시간 가량 가만히 앉아서 귀 열고 눈 뜨고 있는 것이 영화 감상은 아닌데 말이죠) [신의 도시]를 먼저 봤습니다. DVD 표지에 적힌 로저 에버트의 찬사는 과장이 섞인 게 아닌가 생각되지만 여러모로 충격적인 영화인 건 확실해보입니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받았으니 감상문을 적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험 마무리하는데로 간단하게나마 감상문 써보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월야환담 채월야]도 감상문 쓰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까먹었네요. [화정냉월]은 아직 4권을 못 본 탓도 있고, 워낙 작가의 떡밥(…)이 많아서 그런 것도 있어서 당분간 감상문 쓰기는 힘들어 보이네요. 풍종호 월드를 다 본 후에야 가능할런지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sabbath at 2007/10/20 09:59
nvade / 앗, 그것은 어떠어떠한 작품의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 찬사를 보낼 때 쓰는 클리셰적 어법!

근데, 물론 좋은 작품들은 시공을 초월하여 오래도록 이해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만, 그래도 동시대적 체험이 갖는 느낌이라는 것도 그렇게 만만히 보아 넘길 건 아니지요.
Commented by sabbath at 2007/10/20 10:11
진흙 / 아, 나도 놀랐어. 조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래아 한글에서 방축 관련글을 쓰면서 원제 표기를 하려고 한자 변환 기능을 썼더니 바로 放逐이라는 단어가 나오더라고. 국어사전에도 있고. 그런데 '방축해야지요'라니, 문득 유행이 두 풀 꺾인 '방법하다'가 떠오르네.

"악플 단 놈 방축한다"

으으음.

그나저나 [방축] 같은 영화는 아무래도 연말 "2007 나다 마지막 프로포즈"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보기 힘들… 겠… 지? (서울아트시네마는 21세기 홍콩 영화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 달라아아아아)
Commented by sabbath at 2007/10/20 10:31
파인로 / 아니 설마 제가 저런 글까지 써놓고 말씀을 안 드렸을 거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파인로 님 블로그에 썼다구요; 빨리 돈 내세요(…)

그러나저러나 하여간 돈을 내는 쪽에서도 어디다 어떻게 내야하는지 알지 못하면 답답하지 않습니까? 저는 그렇던데요. '으으으, 빨랑 돈 내고 잊고 싶은데!' 뭐 이런 느낌.

[신의 도시]는 사실 저는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런 거 저런 거 다 떠나서 DVD에 좀 아쉬운 점이 있어요. 당연히 등장인물들은 모두 브라질인입니다만 미국 개봉 당시에 그랬는지 어쨌는지 이들에게 '로켓' 같은 엉뚱한 이름이 다시 붙여졌고, 이게 영어 자막에 반영이 되었고, 다시 우리나라에서 DVD를 만들 때 이 영어 자막을 번역하는 바람에 한국어 자막에도 그런 표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거든요. 원래부터 그랬으면 이상하다 하면서도 그냥 지나갔을 텐데, 극장 개봉 당시에는 포르투갈어를 그대로 옮긴 듯한, 인물들 이름은 분명히 원어 그대로 살아있는 자막이었기 때문에 참 거슬렸습니다. [올드보이] 주인공 이름이 오대수가 아니라 샘 워커가 된 느낌이라서;

하여간 개봉 당시에 좋은 글들이 많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중 [FILM 2.0] 장병원 기자가 쓴 비판론이 인상 깊었어요. ( http://www.film2.co.kr/feature/feature_final.asp?mkey=3361 )
Commented by 파인로 at 2007/10/20 14:40
sabbath // 블로그에 쓰셨군요. 글 쓰고 싶은 생각이 들기 전까지 제 블로그는 안 살펴보는 방관형 블로거라서(…) 그런데 글의 성격과 맞지 않는 덧글이잖습니까! ;ㅇ;

그렇거나 말거나 이 날 이 때까지 돈을 안 드린 건 명백히 제 불찰입죠 ㅠㅠ 5000원 맞죠?

극장 개봉 당시 자막이 DVD 자막과 달랐군요. 그렇잖아도 인물들 입에선 로켓의 '로' 자도 안 나오는데 자막엔 로켓이 어쩌고 로켓이 저쩌고 하길래 참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Commented by cain at 2007/10/20 15:58
슬램덩크, 옛날에 연재될 때 반쯤 보다가 한 삼년전에 다시 봤습니다. 꼭 보세요. =ㅂ= (;;)
Commented by 예하 at 2007/10/20 21:58
<방축>을 보러 부...산 까지 오실 수 있...으시다면, 12월 20일 부터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하는 '아듀 2007 마이 베스트 무비즈'에서 보실수는 있겠어요. 이런 짓 죄송^^;으허허.
Commented by sabbath at 2007/10/22 16:41
cain / 돈을 주시면서 그런 말씀을 해주신다면(…)
Commented by sabbath at 2007/10/22 16:42
예하 / 내심 광주극장의 비슷한 행사에서 상영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사실 그 프로그램은 관객들의 인기 투표에 꽤 좌우되는 듯하여 장담은 못하겠지만요 :-/ [폭력의 역사]도 재상영 기대할 수 있으려나.
Commented by sang at 2007/10/23 00:01
<배가본드>추천입니다 - 물론 <슬램덩크>도 좋지만요.
Commented at 2007/11/03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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