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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콜세지 감독님의 신작 계획이 또 발표되었다.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 [살인자들의 섬(Shutter Island)] 영화화. 주연은 '물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미루고, 먼저 팬들을 환호와 좌절 속에서 맴돌게 하는 마 감독님의 기나긴 '차기작' 소식들을 정리해봐야겠다.
먼저 [침묵(Silence)]. 이건 [뉴욕의 갱들(Gangs of New York, 2002]처럼 마 감독님께서 아주 오랫동안 품어 오신 프로젝트다. 엔도 슈사쿠의 동명 소설을 각색하는 것으로, 17세기에 일본에 간 어느 포르투갈인 예수회 선교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마 감독님의 종교/구원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 프로젝트일 터. 골수팬들 중 일부는 바로 이 작품을 해야 감독님의 본색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딱 듣기에도 만들 때는 비싸지만 버는 것은 많지 않을 듯하다는 것. 평소 버릇대로 17세기 일본의 디테일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하면 정말 제작자 구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테오도르 루즈벨트의 흥성(The Rise of Theodore Roosevelt)]. 이게 아마 [떠나간 자들(The Departed, 2006)] 마무리 즈음에 가장 먼저 발표됐던 차기작 같은데, 하여간 주연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고 내용은 제목에 다 나와 있다시피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에 대한 전기 영화다. 물론 마 감독님은 한 실존 인물에 치열하게 집중하는 전기 영화의 대가이며, 루즈벨트를 가지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것만으로도 기대해 볼만하다. 다만 처음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비행사(The Aviator, 2004)]와 비슷한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다른 프로젝트로, [월 스트리트의 늑대(The Wolf of Wall Street)]도 있다. 이 역시 실존 인물인 주식 브로커 조던 벨포드의 전기 영화이며 또한 역시 주연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워너브라더스에서 이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마 감독님을 끌어들이려 했다는데 그 후로 별다른 소식은 없다. 웬 주식 브로커? 싶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면 90년대에 미 금융계와 범죄 조직이 결탁하여 벌인 사기 행각에 관련된 이야기라고 한다. 금융계도 잘 다루실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특유의 접근 방식을 통해 '인류학적'으로 풀어나갈 수도 있는 소재. 마 감독님을 무엇보다도 '갱스터 영화'의 테두리 안에서 바라보는 팬들이라면 가장 기다려지는 프로젝트는 [프랭키 머신의 겨울(The Winter of Frankie Machine)]일 것이다. 현재 IMDB에는 그냥 [프랭키 머신]이라고만 돼 있는데, 원래 프로젝트명은 [프랭키 머신의 겨울]이었다. 은퇴해서 조용히 살고 있던 범죄 조직의 암살자가 마피아 두목의 아들의 계략에 의해 다시 옛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는, 은근히 [칼리토(Carlito's Way, 1993)]도 떠오르는 이야기인데… 사실 무엇보다도 이 프로젝트에 대해 궁금히 여기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주인공 프랭키 머신 역으로 로버트 드 니로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드 니로는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놉시스만 들으면 흔한 이야기지만 그거야 구체화되기 전에는 어떤 꼴일지 알 수 없는 거고, 하여간 잘 개발한다면 갱스터 세계에 대한 마 감독님의 시선을 마무리할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프리프로덕션 정도는 진행 되고 있는데, 그러나 이것 역시 마 감독님 스스로 선택한 프로젝트는 아니며, 이미 손을 뗐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한편 최근에 발표된 프로젝트로는, 이것은 마 감독님의 음악에 대한 관심과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믿는 이들이라면 환호할 만한 프로젝트인데, 비틀즈의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에 관한 다큐멘터리 이야기가 있었다. 이미 해리슨의 미망인 올리비아 해리슨의 공식 발표도 있었는데, 아마 완성까지는 몇 년쯤 걸릴 것이라고 한다. IMDB에는 관련 소식이 올라와 있지 않지만 내가 보기에 지금까지 이야기한 프로젝트들 중에서 완성물을 볼 가능성이 가장 높은 프로젝트는 이것일 듯하다. 여담이지만 마 감독님의 롤링 스톤스 다큐멘터리는 이미 완성되어 [빛을 비추다(Shine a Light)]라는 제목까지 달린 채 내년 공개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느냐일 뿐. 그리고 이런 프로젝트들 위에 지금 [살인자들의 섬] 영화화 계획이 또 하나 얹힌 셈인데, 일단 실현가능성은 꽤 높다고 한다. 파라마운트와 콜럼비아, 두 거대 영화사가 합작으로 만들고 있으며 각본 작업은 이미 일 년여 동안 해둔 상태. 내년 3월이면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한꺼번에 두세 편씩 촬영(!)을 하는 두기봉 감독이었으면 저 프로젝트들 이미 반은 완성 했겠다… 같은 말도 안 되는 궁시렁거림은 접어두기로 하고, 이 [살인자들의 섬] 프로젝트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솔직히 말해서 마 감독님 뭐 하신다고 말씀하셨을 때 이처럼 불안하기는 또 처음이다. 소식을 들었을 때 '예? 왜요?'라고 해버렸을 정도로. [살인자들의 섬]은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고 영화화할 만한 가치도 충분하지만 그걸 마 감독님이 하신다는 건 심히 당혹스럽다. 음습하게 스멀스멀 기어오는 공포/스릴러, 뭐랄까, 지극히 '젊은' 느낌의 장르 소설이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게다가 배경은 외부와 단절된 외딴 섬에 자리 잡은 험악한 정신병원. 아무리 장르 내부로 수렴하려고 해도 악착 같이 바깥의 현실에 집착하면서 이야기가 포함하는 영역을 넓혀내던 마 감독님과는 너무 안 어울린다 싶다. 그리고 이건 [무간도(無間道, 2002)]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플롯 중심의 작품인데? 언제나 무엇보다도 '내가 말할 것이 있는가'를 중요시했던 마 감독님의 행보라고 생각하기엔 심히 당혹스럽다. 어쩌면 [떠나간 자들]을 기점으로 좀 더 장르의 기성품스러운 영역 안에 몸을 담근 채로 옛 할리우드 감독 같은 태도로 작업하기를 바라시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하워드 혹스나 존 포드 같은 유형 말고, 새뮤얼 풀러나 로버트 알드리치처럼 장르 안에서 노니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파격을 저지르는, 좀 더 자신을 드러내면서 날을 세워대는 대가들 말이다. 실제로 IMDB 게시판의 한 이용자는 [살인자들의 섬]의 설정이 마 감독님이 좋아하시는 새뮤얼 풀러의 영화 [충격의 복도(Shock Corridor, 1963)]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는데, 과연 그도 그럴 듯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9/11 이후, 21세기에 접어든 마 감독님의 세상에 대한 시선이 변화(라기보다는 솔직히 방황이나 함몰로 보고 싶다. [떠나간 자들]을 보면)했다는 느낌을 받거니와, 미국이 정신병원 안에 집어넣고 잊고 싶어 하는 병폐들을 직설적으로 두들긴 [충격의 복도]의 영역을 마 감독님이 다루신다면 그 또한 의미는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이미 1년여 동안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각본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제작사들이 프로젝트 진행을 서두른다는 건데. 결국 중요한 건 마 감독님이 얼마나 이 프로젝트에 사적인 관심을 투여하느냐, 다. 적절한 예도 하나 있다. 리메이크인 데다 상업적 성공을 노린 듯한 장르 스릴러라는 이유로 천대받기는 했지만, [케이프 피어(Cape Fear, 1991)]는 마 감독님이 좀 더 장르 안쪽으로 들어가시더라도 자신의 시각을 유지하기만 하면 어떤 의미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좋은 작품이었다(원래 계획대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서스펜스가 강했겠지만 현재의 암울하고 악랄한 느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기억해둘 것. [케이프 피어]는 이미 개발되어 있던 각본을 본 마 감독님이 '각본이 마음에 안 들어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자 스필버그가 '그럼 직접 고쳐 봐'라고 해서 나온 이야기라는 사실. 나는 기성품 장르 영화를 무시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주어진 기획에 따라 뚝딱뚝딱 영화를 만드는 장인들도 충분히 존중하고 싶다. 하지만 마 감독님은 자신이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셔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은 영화를 보는 건 괴로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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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글 잘 읽었습니다..
by kinoeyes at 08/19 말씀하신대로 류승완 감.. by sabbath at 08/17 참 말할 거리가 많은 영.. by 파인로 at 08/17 그쵸. 사실상 모든 프랑.. by sabbath at 08/16 아, 그것은… 저도 무.. by sabbath at 08/16 저도 그 글을 읽어보았.. by sabbath at 08/16 제작사 외유내강 측의 .. by sabbath at 08/16 소식 고맙습니다! 포스터.. by sabbath at 08/16 가끔은 너무 만든 사람에.. by sabbath at 08/16 먼저 안 보신 분들께는 .. by sabbath at 08/16 저도 만주 벌판 액션이 참.. by sabbath at 08/16 [다찌마와 리] 속편 또.. by sabbath at 08/16 오오, 드디어 올리셨군.. by Sion at 08/16 드팔마를 떠올리는 장면.. by 다찌대박 at 08/16 저는 그놈의 잘생겼다!가.. by 은혈의륜 at 08/1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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