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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를 보고 난 뒤 머릿속에 가장 깊이 남는 것은 플롯의 전개와는 별반 상관없어 보이는, 아마 흔한 '할리우드 스타일'로 접근했더라면 편집실에서 제일 먼저 잘려나갔음직한 디테일들이다. 예를 들어 영화 초반부에서 아내 이디(마리아 벨로)의 차를 얻어 타고 시가지에 도착한 톰(비고 모텐슨)이 우체국을 들러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까지 걸어가는 장면. 이 장면은 단지 인물의 장소 이동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관습적인 장면이라고 넘길 수 없게끔 공들여 연출되었다. 특히 톰이 곧게 뻗은 길을 걸어가며 지나가는 행인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식당 앞에 도착하여 문간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은 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쇼트는 스테디캠으로 한 호흡에 찍었는데, 카메라는 멀찍이서 "톰이 식당에 간다"는 정보만을 전달하는 대신 톰의 뒤에서 함께 걸어가며 그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행인 데렉과 조셉의 얼굴을 바라보고, 문간에 놓인 쓰레기를 바라보며 얕은 한숨을 내뱉는 톰의 얼굴과 그가 캔을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워 잡고 플라스틱 물병은 입구에 검지를 넣어 들어 올리는 과정을 몸을 굽혀가며 세밀하게 따라간 다음(이때 함께 보이는 청바지 허리춤에 달린 큼직한 휴대폰도 흥미로운 디테일이다. 청바지 자체도 톰이라는 인물에 대한 인상을 구축하는 데에 훌륭히 한 몫 하고 있고) 다시 몸을 일으키며 톰이 쓰레기가 놓여 있던 곳을 발로 슥슥 문지르고 거리의 아침 풍경을 한 차례 둘러보는 모습까지를 담아낸다.
"난 지금 대단한 걸 하고 있으니 여기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 줘!"라고 외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중에 골수팬들 덕에 발견되어 IMDB의 영화 뒷이야기(trivia) 코너에나 오르고 말 만큼 "보면 좋고 아님 말고" 식으로 슬쩍 넘어가지도 않은 채 어디까지나 간결하고 명확하게 핵심을 전달하는 이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아침 공기를 마시며 햇볕 따사로운 밀브룩의 한적한 시가지를 걸을 때의 상쾌함을, 길을 걷다 아는 사람과 마주쳐도 짐짓 깜짝 놀라는 대신 자연스럽게 이름 부르며 인사를 주고받고 지나칠 수 있는 소규모 공동체의 안온함을,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이 간혹 부주의해질 때 저지름 직한 사소하고 인간적인 흠들을, 그리고 그 모든 사소함에 주의를 기울이며 꼼꼼하게, 그러나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반응하는 톰의 품성을 단숨에 체감하게 된다. 그 중 어떤 요소도 이후 톰과 그 가족이 겪게 될 악몽의 전개에 직접 연관되지는 않지만, 이 장면이 전달하는 감정은 선명하게 와 닿으며 오래도록 남는다. 그리고 [폭력의 역사]에서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이다. ![]() ![]() ![]() ![]() ![]() ![]() ![]() ![]() ![]() ![]() ![]() 덧 하나. 그 동안 읽은 관련글 중 특별히 이 글을 쓰는 동안 여러 번 기억났던 글들을 나열한다. (게재 날짜 순) 〈폭력의 역사〉, 인간다움의 정의 - [FILM 2.0] 김영진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 (제 1 부 리뷰: 스포일러 없는 편) - DJUNA의 영화낙서판 Q 님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 (제 2 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스포일러) - DJUNA의 영화낙서판 Q님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 (2005) * * * 1/2 - DJUNA의 영화낙서판 폭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질문하는 영화 〈폭력의 역사〉 - [씨네 21] 허문영 그리고 평론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폭력의 역사]를 볼 때면 언제나 2005년 칸 영화제 이후 짐 호버먼이 쓴 칼럼의 일부가 떠오른다. "올해 칸에서는 고참들이 그 여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경쟁부문에서 가장 강렬했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익살스럽고 잔인한 메타 스릴러 〈폭력의 역사〉는 크로넨버그의 〈스파이더〉가 2002년 심사위원들에게 무시당했듯 빈손으로 남겨졌다. 도대체 얼마나 좋아야 상을 받을까?" 그러게. 덧 둘. 크로넨버그 영화 DVD 몇 장 더 팔리는 거 보자고 쓰기 시작한 글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최근 우리나라에도 출시된 [폭력의 역사] DVD는 내용만 따지자면 작년에 출시된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파리(The Fly, 1986)] DVD와 마찬가지로 "올해의 DVD"로 꼽힐만한 타이틀이다. 이 영화의 코드1 DVD(미국판)는 작년 여름 처음 만나 이틀에 걸쳐 내용물을 모두 보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가장 소중히 아끼고 싶은 코드1 타이틀"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데, 그 수록물의 간결하고 짜임새 있는 모양새도 놀랍거니와 모든 부가영상에 기본적으로 영어 자막을 지원해줬고, 영어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 크로넨버그 감독의 음성해설은 발음이 워낙 분명하고 속도도 적당하여 자막 없이 알아들을 만했다. 그래서 내용물이 풍성하고 그 풍성함을 모조리 즐긴 최초의 코드1 타이틀이었다. 한국판 DVD의 내용물은 바로 이 코드1 타이틀을 (기본적으로는) 그대로 가져오고 있다. ![]() 몇몇 차이점들에 대해서는 잠시 뒤로 미루고, 일단 내용물만 보자면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단독 본편 음성해설이 있다. 모쪼록 팬심에서 비롯된 발언처럼 들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내가 들어본 DVD 음성해설 중에서는 가장 포만감 느껴지는 음성해설이다. 이미 [파리]와 [스파이더(Spider, 2002)] DVD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소개가 되었지만 크로넨버그의 음성해설 스타일은 쓸데없는 잡담은 철저히 배제하고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각 장면의 연출 과정에서 자신이 의도했던 것과 그 의도를 성취하기 위해 고민했던 요인들을 차분하게 짚는 것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는데, 듣고 있노라면 이런 감독이라서 이런 영화가 나올 수밖에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혼자 음성해설을 하고 있지만 딱히 지치는 기색도 없이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톤으로, 더듬거리거나 머뭇거리거나 하지도 않고 차분하고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특히 이 영화에 대해 감상문을 쓸 사람들은 글쓰기를 시작하기 직전에 이 음성해설을 듣지 않기를 권한다. 서너 문단에 걸쳐서 간신히 파헤치고 풀어놓은 이야기를 크로넨버그는 서너 문장으로 확실하게 짚어버린다. 듣고 있으면 대체 내가 이 영화에 대해서 할 수 있는 말이 있기는 한가, 그냥 영화나 한 번 더 봐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Acts of Violence"라는 제목의 한 시간이 넘는 메이킹 필름. 총 여덟 개의 막(act)으로 이루어진 이 영상은 음성해설과 마찬가지로 늘어지는 일 없이 영화 제작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했던 요소들을 다양한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서 들려준다. 메이킹 필름이라는 이름을 달고 기껏해야 서로 잘났다고 자화자찬이나 하는 타입과는 완전히 다르며, 본편 음성해설과도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크로넨버그 감독이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루었던 문제들이 배우와 스탭들을 통해서는 또 어떤 식으로 표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 또 한 가지 힘을 주고 싶은 부가영상은 삭제 장면 영상과, 그 삭제된 장면의 메이킹 필름인 "The Unmaking of Scene 44". 삭제 장면은 단 하나, 씬 44로 명명되고 있는 장면뿐인데, 아날로그 특수효과의 거장인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솜씨에 열광하는 팬들이라면 반드시 환호할만한 장면이다. "The Unmaking of Scene 44"는 바로 이 아날로그 특수효과의 제작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장면은 크로넨버그의 음성해설을 곁들여 볼 수도 있는데, 그는 이 장면이 편집 과정에서 빠지게 된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참고로 이 삭제 장면은 그냥 촬영했다가 나중에 안 써먹어서 남겨둔 것을 그냥 갖다 붙인 게 아니라 [파리] DVD에 수록되었던 삭제장면들과 마찬가지로 오디오 믹싱까지 완벽하게 거쳐서 지금 당장 본편에 끼워 넣어도 전혀 이질감을 느낄 수 없게 만들어져 있다. ![]() 그 외 "Too Commercial for Cannes"라는 2005년 칸 영화제에 참석한 크로넨버그 감독 일행의 모습을 담고 있는 8분여 가량의 영상이 있다. 칸에 대한 인상을 담은 일종의 간략한 기행기인데, 상당히 짜임새 있다. 칸에 대한 크로넨버그의 소회며 상영 전날 극장을 찾아 상영 환경을 점검하는 과정도 짧지만 흥미롭고, 기자들의 사진 촬영에 응하는 모습에 담긴 장난기는 유쾌하다. 인터뷰의 내용이 풍부하게 담기진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이 영화가 폭력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접근을 명쾌하게 풀어내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으니 영화 내용을 정리하는 데도 적절한 도움을 주고 있고. 그리고 본 상영이 끝난 직후 크로넨버그 감독이 기나긴 기립 박수 속에서 배우들을 끌어 안고 행복해 하는 순간은 정말 감동적이다. ![]() 아마 "Violence's History: United States Version vs. International Version"이라는 미국판과 국제판의 차이를 다룬 영상의 내용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텐데,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미국판은 국제판에 비해 잔혹한 장면의 강도가 약간 덜해졌다. 원래는 피가 확 튀어 나오는 장면인데 그냥 흐르는 정도로만 조정한 수준으로, 굉장히 짧은 두 개의 쇼트에 변화가 있었을 뿐 폭력 장면의 핵심 묘사가 달라진 건 아니라서 (총 맞고 날아가 버린 턱을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든가 하는 건 없다는 얘기다) 크로넨버그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고 DVD에 굳이 두 버전을 따로 수록할 필요를 느끼지도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참고로 DVD에 수록된 본편은 미국판이고, 우리나라 개봉 당시 상영되었던 필름도 미국판이었다. 정말 미세한 차이이므로 그 문제에 신경 곤두세우지 마시길. ![]() 여기에 예고편이 더해지는데, 이 모든 부가 영상들은 한국판 DVD에도 고스란히, 한국어 자막을 단 채로 수록되어 있다. 다른 점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먼저 사소한 차이. 미국판은 메뉴 화면 뜨기 전에 [폭력의 역사]와는 상관없는, 뉴 라인 시네마에서 배급하는 다른 영화의 광고가 하나 나오고 뉴 라인 시네마 영화사 로고가 나오는데 한국판 DVD에서는 삭제되었다. 이거 가지고 불만 품을 사람은 없을 테고……. 메뉴 화면이 좀 다른데, 미국판은 DVD-ROM Online Features를 지원하지만 이것도 한국판 DVD에는 없다. 우리나라 타이틀에서는 좀 낯선 이 온라인 피처라는 것을 설명하자면, TV에 연결해서 쓰는 DVD 플레이어 말고 컴퓨터의 DVD-ROM에서만 활용이 가능한 자료를 담고 있는 건데, 좀 더 상호작용이 가능한 기능들, 혹은 DVD 영상을 통해 제공하기보다는 일반 문서 파일로 제공하는 편이 더 나은 자료 등을 제공한다. 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져서 그런지 이 온라인 피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타이틀은 딱히 본 적이 없다. 내게는 그저 실제 각본을 파일로 받아 읽어볼 수 있는 정도의 의미뿐으로, [폭력의 역사]도 그리 다르지 않다. 이 타이틀은 화면 한쪽에 영상을 띄우고 반대편에는 각본을 띄워 각본과 영화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지만 컴퓨터 사양이 낮아서인지 원활하게 돌아가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유용한지도 모르겠고. 각본을 읽어보고 싶다면 인쇄도 제공하니까 인쇄해서 읽고 말지. 하여간 이 기능을 한국판 DVD가 지원하지 않는다는 건 별로 아쉬워 할 일이 아니다. ![]() 중요한 차이는, 물론 자막이다. 한국어 자막의 번역에 관해서 말하자면, 일단 본편 자막은 극장 개봉 당시의 자막을 그대로 가져온 뒤 아주 사소한 몇 부분만 고쳤다. 그러니까 극장 상영 당시 "Unless it's out of the park."라는 대사를 "홈런 치면 힘없죠."라고 번역했는데, 이걸 다시 "홈런이면 속수무책이죠."라고 바꾼 수준(재밌는 이야기를 하자면, 음성해설을 들을 때도 간혹 크로넨버그 감독의 말이 끊길 때는 본편 대사의 자막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거기서는 이 대사의 자막이 다시 "홈런 치면 힘없죠."로 뜬다. 이 DVD의 자막을 극장 자막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었다는 증거라고나 할까). 일단 극장 자막의 번역이 예상했던 것보다 좋았기에 나름대로 잘 된 일이기는 하다. 점점 더 우리나라에서 외국 영화에 달아 놓는 한국어 자막에 대한 믿음을 잃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B0, 좀 관대하게 가자면 A-까지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름대로 사려 깊다면 깊고 게으르다면 게으르다고 할 수 있을 이 선택 때문에 더 나은 자막을 볼 기회를 놓친 것은 안타깝다. 극장 자막에 있었던 일부 오역은 DVD에도 여전히 존재하고(이에 관해서는 위에 링크한 Q 님의 첫 번째 글에서 덧글을 통해 짤막하게 이야기한 바 있다), 극장 자막이 놓치고 있었던 미묘한 뉘앙스(특히 지역 보안관 샘과의 관계를 통해 은근히 드러나는 이 마을의 안온한 소도시 분위기)도 여전히 놓치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을 불살라먹고 주제를 갈아 마시는 막돼먹은 실수는 아니라는 점에 감사해야겠지만 [폭력의 역사]가 아주 사소한 뉘앙스들을 통해서 전달하는 것이 많은 영화임을 생각하면 아쉬워 할 일이기는 하다. 특히 DVD에 수록된 음성해설 및 부가영상들을 통해 이런 디테일에 대한 설명이 빠짐없이 나오니 더 그렇다. 그걸 참조해서 본편 자막을 다듬었더라면 훨씬 나았을 텐데. 음성해설 자막은 상상 이상으로 준수하다. 조사 부족으로 인한 미흡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음성해설 막 시작했을 때 뉴 라인 시네마 로고에 흐르는 음악을 작곡한 마이클 케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드라마 [사각 지대(The Dead Zone)]의 음악을 담당한 작곡가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는 오역이다. 크로넨버그가 말하는 "The Dead Zone"은 2002년에 나온 TV 드라마가 아니라 자신이 1983년에 만든 크리스토퍼 워큰 주연의 동명 영화를 가리킨다. 또 음성해설 도중 크로넨버그는 자신은 언제나 유머가 있는 작품을 만들어왔다면서 아마 [브루드(The Brood, 1979)] 정도만이 예외일 거라고 말하는데, 이걸 "브루"라고 표기하고 있다(이 표기가 반복해서 몇 번 나오기 때문에, 오타는 아니다). 실제 크로넨버그의 발음을 들어보면 끝의 d 발음은 거의 않고 있어서 이는 감독의 작품 세계에 대한 충분한 지식 없이 청해만으로 음성해설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말이지 부족한 부분이라고 해봐야 이런 정도고, 처음부터 끝까지 최선을 다해 크로넨버그가 들려주는 정보를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 정도면 상당히 믿음직스럽다. 반면 부가영상의 자막은 음성해설 자막에는 못 미친다. 따로따로 떼어놓고 보면 비문은 아닌데 문장을 연결해 놓고 보면 단번에 의미가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제법 있다. 예를 들어서 "Acts of Violence"의 내용 중 편집자 론 샌더스가 세트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할 때 이런 자막이 나온다. "미술 감독이 만든 세트는 굉장히 훌륭했어요. 요술로 만든 세트 같았죠. 하지만 지쳐서 훌륭한 세트 같은 것은 잊어버리게 되죠." 어째 황당하다. 세트는 엄청 잘 만들었지만 스탭들이 일하느라 지친 나머지 세트의 훌륭함을 인정해주지 않았다는 얘기를 하는 건가? 그는 계속해서 세트가 워낙 훌륭해서 편집자인 자신은 실외 장면과 실내 장면이 연결 될 때 밀브룩에서 촬영한 로케이션 장면에서 세트 장면으로 바로 컷하기만 하면 됐다는 이야기를 한다. 원문을 보면 내용이 이해가 된다. "The set that Carol built, it was a beautiful job of art direction and construction and sort of movie magic. You get jaded, but you forget the magic of cinema that you can actually build something." 이 영화의 세트는 얼핏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 흥미를 갖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저게 만들어진 세트라는 사실을, 그걸 가능하게 하는 영화의 마법을 잊고 있기 때문이라는 요지의 이야기다. 아쉽지만 이런 식의 오역이 여기저기 있는 편이다. 오역이 아니더라도 정보 전달력은 음성해설 자막에 비하면 부족한 편이고. 이런 결과는 의외인데,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판 DVD는 음성해설에는 영어 자막을 지원하지 않지만 부가영상에는 영어 자막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청해에 의존해서 만들어야 하는 음성해설 자막보다는 독해를 할 수 있는 부가영상의 자막 만들기가 훨씬 수월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아마 ① 화자가 크로넨버그 한 사람인 음성해설과 달리 여러 사람의 다양한 목소리가 뒤섞인 내용을 다루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졌거나, ② 영어 자막이 있으니까 번역이 쉬울 거라고 자만했거나, ③ 음성해설과 부가영상의 자막 번역을 맡은 사람이 동일인이 아니거나, 뭐 이런 경우가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해본다. 참고로 한국판 DVD는 미국판 DVD에 있던 부가영상 영어 자막은 지원하지 않는다. 한국어 자막의 폰트는 썩 나쁘지 않지만 자막 위치는 좀 더 높았어도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고, 메이킹 필름 자막을 만들 때 화면에 등장한 인물이 누구인지 소개해주는 자막은 그들의 말을 번역한 자막과는 좀 떨어진 위치에 띄워서 보기 편하게 해주는 배려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DVD 재킷이야 미국판 DVD도 결코 좋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한국판 포스터를 그대로 가져와서 "숨기고 싶었던 그의 과거가 반복된다!"라는 카피까지 넣은 것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아서 아쉽다. 미국 극장 개봉 당시 사용되었던 포스터를 사용했더라면 아주 만족스러웠을 텐데. 그러나 투명 케이스를 쓰고 재킷 반대편에 영화 스틸컷을 넣어 케이스를 열면 보이도록 한 디자인은 미국판보다 낫다. 결론적으로 말해 내용물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박수갈채를 보낼 수 있는 뛰어난 타이틀이지만 한국어 자막은 그에 비하면 약간 부족한 면이 있는 편이다. [파리]처럼 고민 없이 "올해의 DVD"로 밀 정도는 아니고, 훌륭한 소스를 한국인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꽤 노력한 타이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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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글 잘 읽었습니다..
by kinoeyes at 08/19 말씀하신대로 류승완 감.. by sabbath at 08/17 참 말할 거리가 많은 영.. by 파인로 at 08/17 그쵸. 사실상 모든 프랑.. by sabbath at 08/16 아, 그것은… 저도 무.. by sabbath at 08/16 저도 그 글을 읽어보았.. by sabbath at 08/16 제작사 외유내강 측의 .. by sabbath at 08/16 소식 고맙습니다! 포스터.. by sabbath at 08/16 가끔은 너무 만든 사람에.. by sabbath at 08/16 먼저 안 보신 분들께는 .. by sabbath at 08/16 저도 만주 벌판 액션이 참.. by sabbath at 08/16 [다찌마와 리] 속편 또.. by sabbath at 08/16 오오, 드디어 올리셨군.. by Sion at 08/16 드팔마를 떠올리는 장면.. by 다찌대박 at 08/16 저는 그놈의 잘생겼다!가.. by 은혈의륜 at 08/1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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