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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내일 시작이니까(글쎄, 이걸 앞으로 한 시간 반 안에 못 쓰면 '오늘' 시작이죠) 좀 늦었습니다만 그래도 인지도가 좀 생긴 모양이니까 이미 다들 아시겠지요. 2006년, 2007년에 이어 올해도 인사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1월 8일부터 2월 3일까지 "2008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열립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 즈음부터 소식이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해서 이미 꽤 널리 언급됐으니까 굳이 상영작 목록을 옮긴다거나 하는 수고는 하지 않기로 하지요. 2006년이나 2007년에 비해서 충격은 한결 덜하다는 게 중평이 아닌가 싶은데, 제가 보기에 그것은 이 호화로운 영화제에 그만큼 익숙해지신 분들이 많다는 반증인 듯해요. 상영작 자체는 예년과 다름없이 '이걸 볼 수 있다니!'하는 작품들이 여럿 있고 "친구들"의 목록도 여전히 즐겁지요. 물론 정말 이 악물고 악착 같이 보고 싶었던 작품보다는 그래도 비디오 시절부터 여차저차해서 팬 앤 스캔 버전으로든 삭제판으로든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에(혹은 그렇게 느껴지기 때문에) 아마 그런 맥락에서는 좀 시들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물론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필름으로 온전히 관람한다는 기쁨을 도외시하기는 힘들고, 저는 아마 이번에도 눈이 벌게져서 못 본 작품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이미 봤고 좋아하는 영화들을 필름으로 만나는 데에 더 의의를 두고 접근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는 준수한 DVD가 두 번이나 출시되어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았지만 그래도 대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합니다. 로버트 드 니로의 마틴 스콜세지(!)의 미치광이 연기도 그러하거니와 도로에 고인 물 위로 시뻘건 네온사인이 아스라이 퍼지고 그 위를 하수구에서 뿜어져 나온 증기가 뒤덮는 가운데 마치 저승사자처럼 나타나는 택시의 모습을 스크린 밑에서 올려다보는 건 정말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그 너머로 버나드 허먼의 음악이 울려 퍼질 생각을 하면……. 불량 청소년 시절에 바지 주머니에 도끼빗 꽂고 들어가서 이 영화를 보다가 담배가 입술 사이로 타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멍하니 쳐다보았다는 김지운 감독의 기분을 알 수 있을까요? ![]() 또는 [순응자(Il Conformista, 1970)]는 어떤가요. 우리나라에서는 결국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 1987)]를 통해서만 기억되는 듯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초기작, 지나치게 아름답기 때문에 위험하게 느껴지는 문제작(오승욱 감독은 이 영화에 강한 거부감을 표한 적이 있죠. "오바이트 쏠린다"면서. 이해합니다)을 무리지어 보는 것은 어떤 불순한 체험일지. 미국판 DVD의 영어 자막에 치여 가면서 혼자 노트북으로 보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겠지요. ![]() 프로그램을 짜면서 개별 영화의 존재감뿐만 아니라 영화와 영화 사이의 연관관계도 은근히 건져내는 듯한 서울아트시네마의 솜씨도 여전합니다. [택시 드라이버] 옆에는 스콜세지의 스승 존 카사베티스가 뉴욕에서 그의 아름다운 아내 지나 롤랜즈를 주연으로 내세워 찍은 '거리 총질 영화' [글로리아(Gloria, 1980)]와, [택시 드라이버]를 보고 스콜세지를 추종하게 되었다는 '저예산 버전 스콜세지' 아벨 페라라의 최고 걸작─그걸 본 스콜세지가 오히려 페라라에게 경의를 표했다는─[악질 경찰(Bad Lieutenant, 1992)]이 함께 합니다. 이 세 편의 영화를 나란히 놓고 보았을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그야말로 무궁무진 하지요. ![]() 게다가 작년의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에 이어 올해는 아벨 페라라 감독이 물 건너서 "친구"로 참석합니다(이쪽에서 초청한 것이 아니라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페라라 감독이 자청했다고 하네요). 김성욱 프로그래머가 너무 기쁜 나머지 강의 도중에 슬쩍 페라라 감독의 이름을 흘렸으나 아무도 그 이름을 알지 못했다는 가슴 아픈 일화가 조용히 들려오긴 합니다만 그래도 한때 비디오 세대를 열광케 했던─저는 그 세대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 출시된 페라라 영화 비디오를 두어 개 가지고 있지요─컬트 감독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흥분되는 일입니다. 관객과의 대화에 한두 번 참석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일 텐데 놀랍게도 이번에 상영하는 자기 영화 여섯 편 중 다섯 편의 상영에 참석하여 대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비디오로만 보았던 [Ms. 45(1981)]의 과격함을 다시 볼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오르고, 못 본 영화 중에는 크리스토퍼 워큰 '형님'의 맛이 가신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뉴욕의 왕(King of New York, 1990)]과 [장례식(The Funeral, 1996)]이 특히 기대됩니다.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말처럼 다음에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목록이지요. 특히 12일 [악질 경찰] 상영 후 이어질 대담 자리에 누가 올지 궁금합니다. [박찬욱의 몽타주]에 "카인, 그리고 아벨"이라는 멋진 글을 실었던 박찬욱 감독 이하 지하에서 페라라를 즐겨 보던 감독들이 많이 참석하면 좋겠네요. (그런데 페라라는 최근까지 마약에 쩔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들리는 바, "친구들"이 서로 '아벨 페라라는 너에게 맡긴다'하며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공식적인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 한편 작년 친구들 영화제에서 있었던 김기영 감독 특별전에 이어 올해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이두용 감독 특별전이 열립니다. [뽕(1985)]과 [돌아이(1985)]가 아마 오늘날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긴 하겠지만 그는 그 두 편을 통해 지레짐작되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감독이지요. 저는 아직도 2006년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본격 서사 하드보일드 탐정 영화 [최후의 증인(1980)]의 완전판을 보았을 때 느꼈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는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그 후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저작권자를 찾은 끝에 법정 허락을 받아 마침내 이번에는 [최후의 증인]을 한국영상자료원 밖에서 상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간절히 추천하고 싶고, 상영할 때마다 언제나 보고 싶어지는 영화 중 한 편입니다. [최후의 증인], [뽕]과 함께 상영되는 [피막(1980)],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1983)], [내시(1986)] 모두 소개만 들어도 대체 어떤 꼴의 영화일지 궁금증을 견딜 수 없고요. 작년에 [최후의 증인] 완전판 공개 당시 [FILM 2.0]의 지면을 통하여 열변을 토했던 오승욱 감독과 김영진 평론가가 이두용 감독과 함께 진행하는 대화 자리도 있으니 더욱 흥미롭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 : [최후의 증인] "2007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예르지 스콜리몹스키 감독(영화가 워낙 재밌어서 이 어려운 이름을 단번에 외웠습니다)의 [출발(Le Départ, 1967)]을 본 뒤 저는 서울아트시네마 자체 추천작에도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게 됐는데요, 아마 작년의 빌리 와일더 특별전과도 대구를 이루겠지만, 올해는 그 자리에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다섯 작품이 찾아옵니다. 트뤼포는 누벨바그 대표 감독들 중에도 아마 가장 접근도가 높은 감독일 텐데, 이번 특별전이 특히 반가운 것은 [쥘과 짐(Jule et Jim, 1961)], [부드러운 살결(La peau douce, 1964)]처럼 꽤 여러 번 소개되었던 작품 외에도 보다 만나기 힘들었던 중후기작 [두 영국 여인과 대륙(Les deux anglaises et le continent, 1971)], [녹색 방(La Chambre verte, 1978)], [이웃집 여인(La femme d'à côté, 1981)]이 상영되기 때문입니다.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한 [트뤼포-시네필의 영원한 초상(François Truffaut)]을 읽으면서 인구에 회자되는 트뤼포의 초기 걸작들뿐만 아니라 중후기작들도 간절히 보고 싶어졌기에 더없이 기쁩니다. 특히 트뤼포가 직접 주연을 맡아 죽음에 대한 사유를 보여준다는 [녹색 방]이 정말 보고 싶습니다. 문득 이 영화에 대한 두 유명인의 찬사를 인용해 두고 싶네요. 알랭 들롱 : "〈녹색의 방〉은 클레망, 비스콘티, 아주 적은 다른 작품과 함께 저의 비밀의 정원에 속해 있는 영화입니다." / 이자벨 아자니 : "감독님의 영화 가운데서 이 작품은 〈두 영국 여인과 대륙〉과 함께 제게 가장 큰 충격과 호소력을 던져주었습니다. 감독님 앞에서 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리고 물론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바로 버스터 키튼의 최고 걸작 [셜록 주니어(Sherlock Jr., 1924)]입니다. 2004년 여름에 이 영화를 본 이후 저는 단 한 번도 이 영화에 대한 지지와 신뢰와 애정을 잃어본 적이 없습니다. 가끔씩 영화를 몰아치듯이 보다보면 어느 순간 '대체 내가 영화 따위는 봐서 뭐 하는 건가', '이런 게 내 삶에 다 무슨 소용인가'하는 허망함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아마 그걸 이기지 못하고 영화에 등 돌리게 되는 날도 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셜록 주니어]가 언제나 그런 저를 돌려세워왔습니다. [셜록 주니어]는 대체 왜 영화를 보는가 하는 물음을 감싸안아주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 그럼, 올해도 첫 달부터 열심히 만납시다. ![]() ![]() ![]() ![]() 덧 하나. "이제는 영화 애호보다 우호에 힘쓸 때"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 - 네오이마주 덧 둘. 저 같은 관객회원이 계실까봐서 드리는 말씀.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나 "시네바캉스 서울"처럼 한 달 정도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관객회원 예약 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안내를 하고 있지요. 직접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08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관객회원 예약 안내 -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상영 기간이 길어 일주일 단위로 예약을 접수합니다. - 1월 8일 개막식은 관객회원 예약을 받지 않습니다. 1월 9일(수) ~ 1월 13일(일)까지의 상영작 예약 => 1월 8일(화)까지 예약 접수 1월 14일(월) ~ 1월 20일(일)까지의 상영작 예약 => 1월 13일(일)까지 예약 접수 1월 22일(화) ~ 1월 27일(일)까지의 상영작 예약 => 1월 21일(월)까지 예약 접수 1월 29일(화) ~ 2월 3일(일)까지의 상영작 예약 => 1월 28일(월)까지 예약 접수 * 상영 시작 20분 전까지 발권하지 않은 좌석은 일반 판매됩니다. 이런 안내를 받았습니다만, 저는 "~까지 예약 접수", 라고만 안내가 되어 있기에 혹 "~부터"에는 제한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전체 프로그램 일정에 해당하는 예약 메일을 보내보았습니다. 그러나 답장에 따르면 "일주일 단위로 예약을 접수"라는 표현이 의미하듯 "~부터"의 제한도 있다고 합니다. 즉 1월 22일부터 27일까지의 상영작을 예약하고 싶으신 관객회원께서는 1월 14일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러나 맥스무비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터넷 예매는 이러한 제한 없이 전체 프로그램 상영작을 지금 당장 예매할 수 있지요. 그럼 혹시 후반부 일정 때 상영되는 인기작들은 관객회원 예약을 해보기도 전에 매진돼 버릴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을 했고, 문의 메일도 보내보았습니다만 지금 생각해 보니 인터넷 예매 판매 좌석이 따로 있고 현장 판매 및 관객회원 예약 좌석이 따로 있을 것 같네요. (으음, 서울아트시네마에 무지 긴 문의 메일을 보냈는데, 생각 좀 더 하고 쓸 것을… 성급함이 부끄럽습니다) 아마 그렇겠지요? 하여간 관객회원 예약은 일주일 단위로 이뤄지는 거니까, 혹시 저처럼 전체 일정에 대한 예약을 시도하시는 일 없으시라고 말씀드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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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글 잘 읽었습니다..
by kinoeyes at 08/19 말씀하신대로 류승완 감.. by sabbath at 08/17 참 말할 거리가 많은 영.. by 파인로 at 08/17 그쵸. 사실상 모든 프랑.. by sabbath at 08/16 아, 그것은… 저도 무.. by sabbath at 08/16 저도 그 글을 읽어보았.. by sabbath at 08/16 제작사 외유내강 측의 .. by sabbath at 08/16 소식 고맙습니다! 포스터.. by sabbath at 08/16 가끔은 너무 만든 사람에.. by sabbath at 08/16 먼저 안 보신 분들께는 .. by sabbath at 08/16 저도 만주 벌판 액션이 참.. by sabbath at 08/16 [다찌마와 리] 속편 또.. by sabbath at 08/16 오오, 드디어 올리셨군.. by Sion at 08/16 드팔마를 떠올리는 장면.. by 다찌대박 at 08/16 저는 그놈의 잘생겼다!가.. by 은혈의륜 at 08/1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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