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 : "2008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2008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내일 시작이니까(글쎄, 이걸 앞으로 한 시간 반 안에 못 쓰면 '오늘' 시작이죠) 좀 늦었습니다만 그래도 인지도가 좀 생긴 모양이니까 이미 다들 아시겠지요. 2006년, 2007년에 이어 올해도 인사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1월 8일부터 2월 3일까지 "2008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열립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 즈음부터 소식이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해서 이미 꽤 널리 언급됐으니까 굳이 상영작 목록을 옮긴다거나 하는 수고는 하지 않기로 하지요.

 2006년이나 2007년에 비해서 충격은 한결 덜하다는 게 중평이 아닌가 싶은데, 제가 보기에 그것은 이 호화로운 영화제에 그만큼 익숙해지신 분들이 많다는 반증인 듯해요. 상영작 자체는 예년과 다름없이 '이걸 볼 수 있다니!'하는 작품들이 여럿 있고 "친구들"의 목록도 여전히 즐겁지요. 물론 정말 이 악물고 악착 같이 보고 싶었던 작품보다는 그래도 비디오 시절부터 여차저차해서 팬 앤 스캔 버전으로든 삭제판으로든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에(혹은 그렇게 느껴지기 때문에) 아마 그런 맥락에서는 좀 시들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물론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필름으로 온전히 관람한다는 기쁨을 도외시하기는 힘들고, 저는 아마 이번에도 눈이 벌게져서 못 본 작품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이미 봤고 좋아하는 영화들을 필름으로 만나는 데에 더 의의를 두고 접근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는 준수한 DVD가 두 번이나 출시되어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았지만 그래도 대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합니다. 로버트 드 니로의 마틴 스콜세지(!)의 미치광이 연기도 그러하거니와 도로에 고인 물 위로 시뻘건 네온사인이 아스라이 퍼지고 그 위를 하수구에서 뿜어져 나온 증기가 뒤덮는 가운데 마치 저승사자처럼 나타나는 택시의 모습을 스크린 밑에서 올려다보는 건 정말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그 너머로 버나드 허먼의 음악이 울려 퍼질 생각을 하면……. 불량 청소년 시절에 바지 주머니에 도끼빗 꽂고 들어가서 이 영화를 보다가 담배가 입술 사이로 타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멍하니 쳐다보았다는 김지운 감독의 기분을 알 수 있을까요?
[택시 드라이버]

 또는 [순응자(Il Conformista, 1970)]는 어떤가요. 우리나라에서는 결국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 1987)]를 통해서만 기억되는 듯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초기작, 지나치게 아름답기 때문에 위험하게 느껴지는 문제작(오승욱 감독은 이 영화에 강한 거부감을 표한 적이 있죠. "오바이트 쏠린다"면서. 이해합니다)을 무리지어 보는 것은 어떤 불순한 체험일지. 미국판 DVD의 영어 자막에 치여 가면서 혼자 노트북으로 보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겠지요.
[순응자]

 프로그램을 짜면서 개별 영화의 존재감뿐만 아니라 영화와 영화 사이의 연관관계도 은근히 건져내는 듯한 서울아트시네마의 솜씨도 여전합니다. [택시 드라이버] 옆에는 스콜세지의 스승 존 카사베티스가 뉴욕에서 그의 아름다운 아내 지나 롤랜즈를 주연으로 내세워 찍은 '거리 총질 영화' [글로리아(Gloria, 1980)]와, [택시 드라이버]를 보고 스콜세지를 추종하게 되었다는 '저예산 버전 스콜세지' 아벨 페라라의 최고 걸작─그걸 본 스콜세지가 오히려 페라라에게 경의를 표했다는─[악질 경찰(Bad Lieutenant, 1992)]이 함께 합니다. 이 세 편의 영화를 나란히 놓고 보았을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그야말로 무궁무진 하지요.
[글로리아]

 게다가 작년의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에 이어 올해는 아벨 페라라 감독이 물 건너서 "친구"로 참석합니다(이쪽에서 초청한 것이 아니라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페라라 감독이 자청했다고 하네요). 김성욱 프로그래머가 너무 기쁜 나머지 강의 도중에 슬쩍 페라라 감독의 이름을 흘렸으나 아무도 그 이름을 알지 못했다는 가슴 아픈 일화가 조용히 들려오긴 합니다만 그래도 한때 비디오 세대를 열광케 했던─저는 그 세대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 출시된 페라라 영화 비디오를 두어 개 가지고 있지요─컬트 감독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흥분되는 일입니다. 관객과의 대화에 한두 번 참석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일 텐데 놀랍게도 이번에 상영하는 자기 영화 여섯 편 중 다섯 편의 상영에 참석하여 대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비디오로만 보았던 [Ms. 45(1981)]의 과격함을 다시 볼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오르고, 못 본 영화 중에는 크리스토퍼 워큰 '형님'의 맛이 가신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뉴욕의 왕(King of New York, 1990)]과 [장례식(The Funeral, 1996)]이 특히 기대됩니다.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말처럼 다음에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목록이지요. 특히 12일 [악질 경찰] 상영 후 이어질 대담 자리에 누가 올지 궁금합니다. [박찬욱의 몽타주]에 "카인, 그리고 아벨"이라는 멋진 글을 실었던 박찬욱 감독 이하 지하에서 페라라를 즐겨 보던 감독들이 많이 참석하면 좋겠네요. (그런데 페라라는 최근까지 마약에 쩔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들리는 바, "친구들"이 서로 '아벨 페라라는 너에게 맡긴다'하며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공식적인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악질 경찰]

 한편 작년 친구들 영화제에서 있었던 김기영 감독 특별전에 이어 올해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이두용 감독 특별전이 열립니다. [뽕(1985)]과 [돌아이(1985)]가 아마 오늘날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긴 하겠지만 그는 그 두 편을 통해 지레짐작되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감독이지요. 저는 아직도 2006년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본격 서사 하드보일드 탐정 영화 [최후의 증인(1980)]의 완전판을 보았을 때 느꼈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는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그 후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저작권자를 찾은 끝에 법정 허락을 받아 마침내 이번에는 [최후의 증인]을 한국영상자료원 밖에서 상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간절히 추천하고 싶고, 상영할 때마다 언제나 보고 싶어지는 영화 중 한 편입니다. [최후의 증인], [뽕]과 함께 상영되는 [피막(1980)],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1983)], [내시(1986)] 모두 소개만 들어도 대체 어떤 꼴의 영화일지 궁금증을 견딜 수 없고요. 작년에 [최후의 증인] 완전판 공개 당시 [FILM 2.0]의 지면을 통하여 열변을 토했던 오승욱 감독과 김영진 평론가가 이두용 감독과 함께 진행하는 대화 자리도 있으니 더욱 흥미롭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 : [최후의 증인]

 "2007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예르지 스콜리몹스키 감독(영화가 워낙 재밌어서 이 어려운 이름을 단번에 외웠습니다)의 [출발(Le Départ, 1967)]을 본 뒤 저는 서울아트시네마 자체 추천작에도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게 됐는데요, 아마 작년의 빌리 와일더 특별전과도 대구를 이루겠지만, 올해는 그 자리에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다섯 작품이 찾아옵니다. 트뤼포는 누벨바그 대표 감독들 중에도 아마 가장 접근도가 높은 감독일 텐데, 이번 특별전이 특히 반가운 것은 [쥘과 짐(Jule et Jim, 1961)], [부드러운 살결(La peau douce, 1964)]처럼 꽤 여러 번 소개되었던 작품 외에도 보다 만나기 힘들었던 중후기작 [두 영국 여인과 대륙(Les deux anglaises et le continent, 1971)], [녹색 방(La Chambre verte, 1978)], [이웃집 여인(La femme d'à côté, 1981)]이 상영되기 때문입니다.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한 [트뤼포-시네필의 영원한 초상(François Truffaut)]을 읽으면서 인구에 회자되는 트뤼포의 초기 걸작들뿐만 아니라 중후기작들도 간절히 보고 싶어졌기에 더없이 기쁩니다. 특히 트뤼포가 직접 주연을 맡아 죽음에 대한 사유를 보여준다는 [녹색 방]이 정말 보고 싶습니다. 문득 이 영화에 대한 두 유명인의 찬사를 인용해 두고 싶네요. 알랭 들롱 : "〈녹색의 방〉은 클레망, 비스콘티, 아주 적은 다른 작품과 함께 저의 비밀의 정원에 속해 있는 영화입니다." / 이자벨 아자니 : "감독님의 영화 가운데서 이 작품은 〈두 영국 여인과 대륙〉과 함께 제게 가장 큰 충격과 호소력을 던져주었습니다. 감독님 앞에서 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녹색 방]

 그리고 물론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바로 버스터 키튼의 최고 걸작 [셜록 주니어(Sherlock Jr., 1924)]입니다. 2004년 여름에 이 영화를 본 이후 저는 단 한 번도 이 영화에 대한 지지와 신뢰와 애정을 잃어본 적이 없습니다. 가끔씩 영화를 몰아치듯이 보다보면 어느 순간 '대체 내가 영화 따위는 봐서 뭐 하는 건가', '이런 게 내 삶에 다 무슨 소용인가'하는 허망함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아마 그걸 이기지 못하고 영화에 등 돌리게 되는 날도 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셜록 주니어]가 언제나 그런 저를 돌려세워왔습니다. [셜록 주니어]는 대체 왜 영화를 보는가 하는 물음을 감싸안아주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셜록 주니어]

 그럼, 올해도 첫 달부터 열심히 만납시다.






 덧 하나. "이제는 영화 애호보다 우호에 힘쓸 때"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 - 네오이마주


 덧 둘. 저 같은 관객회원이 계실까봐서 드리는 말씀.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나 "시네바캉스 서울"처럼 한 달 정도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관객회원 예약 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안내를 하고 있지요. 직접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08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관객회원 예약 안내

-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상영 기간이 길어 일주일 단위로 예약을 접수합니다.
- 1월 8일 개막식은 관객회원 예약을 받지 않습니다.

1월 9일(수) ~ 1월 13일(일)까지의 상영작 예약 => 1월 8일(화)까지 예약 접수
1월 14일(월) ~ 1월 20일(일)까지의 상영작 예약 => 1월 13일(일)까지 예약 접수
1월 22일(화) ~ 1월 27일(일)까지의 상영작 예약 => 1월 21일(월)까지 예약 접수
1월 29일(화) ~ 2월 3일(일)까지의 상영작 예약 => 1월 28일(월)까지 예약 접수

* 상영 시작 20분 전까지 발권하지 않은 좌석은 일반 판매됩니다.

 이런 안내를 받았습니다만, 저는 "~까지 예약 접수", 라고만 안내가 되어 있기에 혹 "~부터"에는 제한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전체 프로그램 일정에 해당하는 예약 메일을 보내보았습니다. 그러나 답장에 따르면 "일주일 단위로 예약을 접수"라는 표현이 의미하듯 "~부터"의 제한도 있다고 합니다. 즉 1월 22일부터 27일까지의 상영작을 예약하고 싶으신 관객회원께서는 1월 14일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러나 맥스무비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터넷 예매는 이러한 제한 없이 전체 프로그램 상영작을 지금 당장 예매할 수 있지요. 그럼 혹시 후반부 일정 때 상영되는 인기작들은 관객회원 예약을 해보기도 전에 매진돼 버릴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을 했고, 문의 메일도 보내보았습니다만 지금 생각해 보니 인터넷 예매 판매 좌석이 따로 있고 현장 판매 및 관객회원 예약 좌석이 따로 있을 것 같네요. (으음, 서울아트시네마에 무지 긴 문의 메일을 보냈는데, 생각 좀 더 하고 쓸 것을… 성급함이 부끄럽습니다) 아마 그렇겠지요?

 하여간 관객회원 예약은 일주일 단위로 이뤄지는 거니까, 혹시 저처럼 전체 일정에 대한 예약을 시도하시는 일 없으시라고 말씀드려둡니다.
by sabbath | 2008/01/08 00:22 | 친구 영화관들 | 트랙백 | 핑백(1) | 덧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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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2008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도 중반에 이르렀군요. 저는 아직도 아벨 페라라 감독의 심연에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만 다른 분들은 임순례 감독, 류승범 연기자, 김태용 감독과 함께 ... more

Commented by 에바 at 2008/01/08 01:29
헤에, 전 에밀 쿠스트리챠의 <집시의 시간>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실은 그것 외엔 잘 아는 게 없기도 하고요-_-;) 이렇게 설명을 듣고 나니 이것저것 기대되는 것들이 많네요. 상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N. at 2008/01/08 02:39
어딕션, 블랙아웃, 퓨너럴이 '패키지'로 국내에서 극장개봉 됐었죠. 저 세 편을 심야영화로 졸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극장은 명보극장. 함께 본 이는 그때 제가 좋아하던 한 살 연하의 후배 남학생. 이중 어딕션이 빠진 게 좀 안타깝습니다. 실존주의를 읊어대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뱀파이어' 영화, 게다가 흑백이라 꽤 좋아하는 영화인데 지금은 어디서 구하기도 쉽지 않고요...

참, 퓨너럴엔 아마 쌔끈 버전의 베니시오 델 토로 오롸버니께서 출연을 하시는데, 제가 베니 오롸버님을 나중에야 좋아하게 돼서... 지금 무지무지 기대중입니다. 막 나가는 깽 집안에서 나오기 힘든 무려 이상 넘치는 사회주의자 아들이었던가 마약쟁이 아들이었던가...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Commented by 파인로 at 2008/01/08 02:45
혹시 저 [장례식]이 요절한 크리스 펜이 나오는 그 [장례식]인가요? 기대되네요.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8/01/08 07:58
아... 직장인에겐 그림의 떡...ㅠㅠ;;;
Commented by sabbath at 2008/01/08 09:47
에바 / 자세히 읽어보시면 미사여구만 많았지 영화 설명은 하나도 안 하고 있음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 작품들에 딱히 관심이 없으셨다면 일단 [셜록 주니어]와 [최후의 증인]을 강력추천하고 싶습니다. 둘 다 쉽게, 깊이 몰입이 가능한 작품들이라서요.
Commented by sabbath at 2008/01/08 12:43
N. / [중독(The Addicton)], 좋지요. [Ms. 45]나 [악질 경찰]도 그렇지만 페라라 영화는 개념 자체는 굉장히 단순하고 명확하게 느껴지는, 그래서 과연 저런 주제로 장편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게 만드는 추상적인 내용을 집요할 만큼 밑바닥으로 끌어내려 피부에 와 닿게 풀어내니까 호감이 갑니다. 철학적 독백들도 처음에는 너저분하다 싶었는데 계속 보고 있으면 제법 설득력 있게 화면에 달라 붙더라고요. 그 밖에 카메론 크로우의 데뷔작 [뭐든지 말해봐...(Say Anything...)]에 나와서 실연 노래 연창하던 릴리 테일러의 중독자/뱀파이어 연기도 좋았고, 오프닝 크레딧 초입에 이름이 떡 하니 박혀 있어서 '대체 언제 나오는겨'하고 기다리게 만드는 크리스토퍼 워큰도 참 ^o^)/

저는 1998년에 신영디지탈이라는 회사에서 "명보극장개봉화제작"이라는 딱지를 달아 출시한 비디오를 중고로 사서 보았는데, 이 비디오는 팬 & 스캔 버전이라서 대체 좌우에 어떤 화면이 더 있었을까 궁금해집니다만 상영시간을 보니까 삭제된 장면이 있진 않은 듯하더군요. 근처 중고 비디오 판매하는 데서 또 본 적 있는데 혹 보시고 싶으시다면 구해보겠습니다.
Commented by sesism at 2008/01/08 13:31
하하, 저와 똑같은 일을 하셨군요. 지난 달에 '관객회원의 밤' 행사에 너무나 소외감을 느낀데다가, 맥스무비에서 예매 시도하다가 어느 좌석을 배정받을지도 모르고 해서 덜컥 관객회원에 가입해버리고 예약을 했지요. 이번 주 프로그램은 예약이 아주 잘 되었는데 어제 문득 sabbath님과 같이 '기한만 있으면 시작점은 언제인가! 설마 또 어물거리다 큐브릭 특별전때처럼 표를 못 사는 건 아닌가!' 하는 궁금증과 다급한 마음에 전체 일정에 대한 예약메일을 보냈어요. 그랬더니 어제 전화로 아주 고운 음성을 가진 남자분께서 '~부터 ~까지는 언제 예약메일을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셨어요. 오늘 아침 까페 들어가보니 수정된 공지가 있더군요.

이번에 친구들이 많아져서 평일 저녁의 상영과 시네토크에 참석하려면 거의 매일을 아트시네마로 가야하겠더군요.(서울이란 답답한 도시에 살면서 이거 하나는 감사해요 정말.) 페라라 대담에는 왠지 박찬욱 감독님이 용기있게 나서실 것 같단 생각이 드는 것이, <순응자>만 시네토크가 잡히질 않았더군요. 게시판 보면 계획에도 없다고 하던데 친구들 대표이신 박찬욱 감독님과 페라라의 멋진 대담 기대해봅니다. 다른 친구분들의 질문도 쏟아질 것 같고, 얼마나 재미날지 정말로 신나네요!

저는 오늘 개막식부터 스타트입니다. sabbath님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라고요. ^^
Commented by 염맨 at 2008/01/08 15:27
이런,ㄴ 나도 전체 예약메일로 보내버렸네,. 근데 저 안내는 대체 어디있었던 거지
Commented by sabbath at 2008/01/08 15:47
sesism / [순응자]에 박찬욱 감독님 시네토크가 없는 것은 3월부터 시작될 [박쥐] 촬영을 준비하느라 바쁘셔서 그렇대요. (지난 주 [씨네21]의 대담 기사 보니까 최동훈 감독 아내가 프로듀서인데 너무 괴롭혀서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래도 제 생각에도 페라라 감독 마스터클래스에는 참석하실 것 같아요. 아마 [순응자]도 시네토크는 못 하시더라도 어떻게든 보시긴 하겠지요.

그나저나 아벨 페라라 감독 특별전을 기념하여 [중독]을 보노라니 문득 마스터클래스가 걱정되네요. "제가 영화를 찍으면서 배운 것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하시면서 총 꺼내서 관객 대학살을 자행하실지도;;;
Commented by 우왕ㅋ굳 at 2008/01/08 20:21
오승욱 감독님이 순응자에 그리 극단적인 반감을 표하신건, 붉은원 상영때 관객이 재미없다 멜빌감독 과대평가 아니냐 차라리 순응자는 오르가즘 느낄만치 재밌더라 하니까 이에 나는 순응자가 지루하다 오바이트 쏠린다 한거였죠. 저도 순응자 촬영은 기막혀도 지루해서 몸이 배배 꼬입니다. 뭐 영자막으로 봐서인진 몰라도.

아벨 감독님은..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최근작들 시사회에서도 제법 멀쩡한 모습으로 등장하시던데, 그래도 f word 남발하는거에 아주 배꼽 잡고 웃으며 봤습니다만 이번 대담때도 낯선 땅이라고 어색해하지 마시고, 거친 입담 기대중입니다.
Commented by sabbath at 2008/01/08 21:18
우왕ㅋ굳 / 물론 그 때 '멜빌 폄하 발언'에 조금 열 받으신 것도 있었겠지요^^; (덕분에 '맨날 듣던 이야기'를 떠나서 더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니까 전 만족) 그러나 그간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보아온 오승욱 감독님 성격상 [순응자]를 정말 그렇게 싫어하시더라도, 그러니까 지루하네 어쩌네 하는 걸 떠나서(저는 전혀 지루하지 않게, 딱 세 쇼트만에 홀린 듯이 봤습니다만) 정서상/시각상 나는 이 영화와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더라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이를테면 '세상의 더러운 꼴와 단절을 꾀하는 대신에 거기에 야합할 수 밖에 없었던 자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척 하면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던지는 한편으로 형상만 그럴 듯하게 꾸며놓은 추악한 영화'라는 판단도 가능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정도로 위험하게 파시스트 세상에 대한 매혹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순응자]를 지지하지만요.

만약 아벨 페라라 감독님께서 낯선 땅이라고 예의차리는 분이시라면 이번에 상영하는 것과 같은 영화들은 못 만드셨을 것 같습니다. 저도 기대해봅니다. 물론 거칠기만 기대하는 것은 아니고요.
Commented by 우왕ㅋ굳 at 2008/01/08 21:57
sabbath/ 실은 저도 재밌었습니다. 뭐 그 대답 이전에도 열변을 쏟으셨지만, 더없이 흥분하셔서는 그냥... (여기까지만;). 대담 끝나고선 김성욱 프로그래머와 바깥으로 나와 두분이 아무 말없이 맞담배를 나누시는 모습을 뒤로 하고 극장을 나섰었죠. (멜빌리안 프로그래머님은 그 관객에게 아무 대응도 안하셨는데 얼마나 속이 타셨을지;)

물론 거칠기만 하시면 안될테죠. 여지껏 통역을 거치는 인터뷰를 봐온 경험으론 루즈한 진행이 태반인터라, 그저 하고싶은 말 잔뜩 들려주시길 기대합니다. 인터뷰 영상 보니까 생각보다 말을 재밌게 하시더라고요.
Commented by 헤르메스 at 2008/01/08 22:41
서울에서 살고 싶다. 정말!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1/09 10:00
[순응자], [수라], [애니홀], [나쁜 경찰]은 꼭 보고 싶군요.
오늘 [수라]를 현장에서 사려는 데, 표가 남아 있을 지,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지 걱정입니다.
아벨 페라라가 온다는 게 너무 반갑습니다.
Commented by sesism at 2008/01/09 10:54
어제 <셜록 주니어> 보면서 초반에는 미친듯이 웃다가 영화가 흘러갈수록 점점 슬퍼졌어요. (여기 오시는 분들 중 영화 안보신 분들이 이 덧글을 읽으신다면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지만) 버스터 키튼이 꿈에서 깨어나는 장면에서는 울고 싶어졌달까요. 저는 무성영화가 지금의 영화들보다는 아무래도 기술적으로 좀 떨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제 <셜록 주니어> 보고나서 섣부르고 경솔한 판단에 무한반성 했답니다. 그리고 버스터 키튼은 아마도 천재가 아닐까 생각. 여하튼 감탄에 감탄을 했어요. 정말 대단하더라구요.
sabbath님 어제 개막식에 있으셨는지 모르겠지만 프로그래머님 말씀에 찡했답니다. 개막식이니만큼 상영에 앞서 개막영상도 보고 몇분이 마이크잡고 말씀도 하셨는데 김성욱 프로그래머께서는 "버스터 키튼이 스튜디오에서 쫓겨나고 60년대에는 자기가 이렇게 될 지 몰랐다며 한탄했다는데 몇십년이 지난 후 자기 영화의 필름이 비행기를 타고 머나먼 서울이란 곳에 도착하여 이렇게 여러 사람이 보게 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 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얘기 듣는데 좀 메이더라구요. 여하튼 어제 개막식 멋졌고 젊은 감독들도 많이 오셨지만 저는 이두용, 이장호, 배창호, 이명세 감독님 오셔서 그분들 뵌 것이 더 반갑고 기뻤어요. 한달간은 행복시작이네요. ^^ (매번 덧글이 길어서 좀 민망합니다;;)

아 참, 오승욱 감독님께 질문하던 그 관객분 자주 보는 분이었는데 덕분에 오승욱 감독님의 좀 더 개인적인 흥분을 접할 수 있어서 저도 만족했어요 :>
Commented at 2008/01/09 20: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한군 at 2008/01/10 01:37
모든 영화가 기대되지만, 처음 만나는 트뤼포, 박찬욱 감독의 베스트 [나쁜 경찰], 우디 앨런표 코미디가 기대되는 [애니 홀] 등등등등, 그럼에도 최고는 [셜록 주니어]네요. 이 작품은 보기 전부터 인생의 영화가 될 거라는 예감이 강렬합니다. 이런 예감은 빗나가기 마련이라는 무서운 생각도 들지만, 키튼은 한번도 절 배신하지 않았죠. 흐흐.
Commented by sabbath at 2008/01/10 10:28
헤르메스 / 아멘
Commented by sabbath at 2008/01/10 10:29
marlowe / 그래서 결국 [수라] 보셨나요? 가서 본 친구가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극장에서 나오자마자 연락을 해서는 꼭 보라고 강력하게 권하더군요. 그 한 편만을 보기 위해 서울에 왔다가도 아깝지 않을거라면서.
Commented by sabbath at 2008/01/10 10:58
sesism / 버스터 키튼은 기본적으로 팔자가 좀 찡한 사람이죠. 나중에 [라임라이트]나 [선셋대로]에 단역으로 나왔을 때의 모습도 그렇고, 훗날 재발견을 통해 명성을 되찾았을 때 "박수 소리는 근사하지만, 너무 늦었습니다."라고 말한 것도 그렇고. 그래도 그가 직접 대부분의 작품을 감독하면서 만든 20년대 전성기 영화들은 기쁨이 있는데 MGM으로 들어가서 만든, 보통 키튼 최후의 걸작으로 일컬어지곤 하는 [카메라맨]은 정말 슬픔 밖에 남는 게 없다 싶을 정도더군요. 그래도 [셜록 주니어]는 잠에서 깬 다음이 또 정말 좋지 않아요? 아이디어는 너무나도 단순한 것이지만, 관객과 영화와의 관계를 그 정도로 멋지게 묘사하다니.

[셜록 주니어]의 기술적 성취는… 2004년 회고전 때 류승완 감독님께서 강연 때 하셨던 말씀이 기억나요. "저 시대에도 야매로 CG를 해주는 데가 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Commented by sabbath at 2008/01/10 11:08
비공개 / 설마 리들리 스콧이 마이클 만처럼 연출을 했으리라고 생각하신 건;; 다만 [아메리칸 갱스터]의 중심에 '서로 맞서 싸우는 닮은 두 남자'라는 만의 요소가 있다는 건 사실이죠. 아마 [히트]랑 비슷한 영화라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왔지 않겠나 싶습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마이클 만이 연출했어도 재밌는 영화가 나왔을 것입니다.
Commented by sabbath at 2008/01/10 11:26
한군 / 11일에 보시나요? 그럼 저랑 만나실 텐데^^

무성영화를 라이브 음악과 함께 듣는 것도 각별한 즐거움이기는 하지만([셜록 주니어]에서도 나오듯이 그것이 초기 영화관의 모습이었으니까요), 저는 지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존 포드의 [스트레이트 슈팅]을 몽라의 연주와 함께 들었을 때 좀 실망을 한 터라 필름에 담긴 음악을 듣고 싶더라고요. 2004년 회고전 때 왔던 필름의 음악은 참 좋았는데, 이번에도 같은 버전이길 기대합니다. (뭐 아님 더 좋은 다른 버전이라도. 어차피 2004년에 뭘 들었는진 기억도 안 나요. 다만 DVD 버전 음악은 많이 들어봤으니까 그것만은 아니기를)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1/10 16:31
어제 봤습니다. 겁을 잔뜩 먹고 봐서인 지, 예상보다는 건전(?)하더군요.
대단히 잔인하지만, 윤리적인 영화였습니다.
Commented at 2008/01/11 18: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서울아트시네마 스탭 at 2008/01/12 22:28
새벗님이 짐작하신 것처럼, 관객회원 여러분을 위한 좌석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 인터넷 예매분과 별도로 현장 판매분이 마련되어 있으니, 관객회원에 가입하지 않으신 새벗님의 블로그 동지들은 인터넷 예매분이 매진된 작품이 있더라도 실망마시고 극장을 찾아 주십시오.
단, 현장 판매는 상영 이틀 전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1월 17일 목요일 19시 상영작 <아이다호>는 1월15일 화요일부터 현장분을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매표소 문은 첫 회차 영화 상영 한 시간 전에 여니까, 1월 15일 13시 30분부터 매표소에서 <아이다호> 입장권 현장분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1월 17일 상영작이 1월 15일에 매진될 수 있습니다.그래서라도 가장 편안한 예매 방법은 관객회원 가입 후 예약이라고 권해드립니다^^;;...인터넷 예매 수수료도 안들고, 못 오시게 되면 전날 저녁까지 전화 한 통화나 메일로 취소하실 수 있고, 지불은 표를 찾으면서 하시면 됩니다.
영화 보시는 당일 매표소의 번잡함이 염려되신다면, 일반 현장 예매처럼 이틀 전부터 예약하신 표를 발권하실 수 있으니, 미리 표를 찾으실 수도 있고요.)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1월 21일/1월 28일은 휴관일이라 23일 상영작은 22일부터, 30일 상영작은 29일부터 현장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뿐 아니라 평소 저희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에 언제나 애정을 보내주시는 새벗님과 그 벗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 극장에서 뵙겠습니다.

Commented by sabbath at 2008/01/14 12:09
비공개 / 저도 그런 생각했어요^^; 아무튼 여섯 편 연달아 보고 있노라니 볼수록 페라라 감독님 못 오신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술자리에서 감독님의 쾌유를 위해 건배했어요.
Commented by sabbath at 2008/01/14 12:11
비공개 / 요번에 자꾸 메일 보내서 번잡하게 해드려 황망했는데(아아, 보낸 메일을 다시 취소할 수만 있다면!) 이렇게 덧글까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지난 사흘간 열심히 찾아 뵈었습니다만, 앞으로도 계속 극장에서 뵙겠습니다 m(_ 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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