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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대한 (정제된 감상문이 아니라) 단상들. 영화적 단상들.
1. 어머니와 함께 극장에 가서 임순례 감독의 신작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을 보았다. 2001년에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2001)]을 가족동반으로 본 뒤 처음 있는 일이다. 내가 왜 갑자기 어머니께 같이 영화를 보시지 않겠냐고 물었는지는 확실히는 모르겠다. 혹은 예전에도 가끔 내가 이런 제안을 하면 번번이 "다음 기회"로 미루셨던 어머니께서 왜 이번에는 대번에 그러자고 그러셨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우리는 그렇게 극장에 갔다. 어머니께서는 극장에서뿐만 아니라 TV를 보실 때도 일일 연속극 종류만을 즐겨 보실 뿐 영화는 거의 보시지 않는다. 웬만해서는 젊은 시절 보셨던 영화 이야기조차 하시지 않는다. 영화에 익숙하시지 않다. 혹은 좋아하시질 않는다. 그래선지 또 웬만한 영화를 봐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신다. (이 글과는 큰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 간혹 EBS에서 찰리 채플린 영화를 해주면 그건 어머니께 통한다. 이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번만큼은 제법 자신이 있었다. 나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쉽게 감정이입이 가능하고 줄거리가 단순하며 분명한 영화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고, 티저 예고편과 본 예고편 및 시사회 후의 이야기를 통해 미루어 볼 때 내 짐작이 옳을 것이란 확신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임순례 감독이 그렇다고 해서 진부한 영화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도 있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그 자신감이 몽땅 무너졌다. 두세 장면을 본 뒤 마음속으로 아연실색했다. 이건 어머니께서 즐겨보시는 일일 연속극하고는 완전히 다르잖아! 화면은 너무 컸고, 소리는 너무 많았다. 소리의 동기가 프레임 밖에 위치한 경우도 허다했다. 매 쇼트는 대사를 치는 인물의 얼굴 외에도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는데 길이는 연속극 쇼트 길이와 비슷하거나 더 짧았다. 카메라는 너무 힘차게 움직였고 화면이 크다보니 그 움직임이 더 컸다. 그리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도 달랐다. 그러니까 첫 장면은 분명히 우리나라에서 핸드볼이라는 종목이 얼마나 인기도 없고 초라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그 안에서 거두는 승리라는 게 크게 보았을 때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대사를 통해 해주는 등장인물도 없었고, 그렇다고 디테일 하나하나를 오랫동안 짚어가면서 설명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말 그대로 보여줄 뿐이니 과연 이런 전달 방식을 이해하실 수 있을까? 특히 선수들이 우승에 기뻐하며 헹가래를 쳐 드려야 한다고 달려들자 감독이 빽 하고 소리를 지르며 나가버리고 삽시간에 분위기가 침울해 질 때, 어머니께서 '저 아저씨는 경기 이겨놓고 왜 저러나'하고 생각하시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빨리 다음 장면에서 '알고 보니까 감독은 이 경기를 끝으로 핸드볼 계에서 은퇴하게 된 처지였다'하는 식의 직접적인 설명이 나와 주길 바라는 심정이 됐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게다가 몇 장면을 더 본 뒤로는 걱정이 더 커졌다. 통 BGM이 없어서. 졸고 계시는 건 아닌지 몇 번이고 어머니 쪽을 힐끔거렸다. 재밌는 일이다. 사실 나는 저렇기 때문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좋아할 마음이 생겼다. (특히 BGM이 많지 않은 것이 정말 반갑다) 2. 집에 돌아온 뒤, 나들이 간 김에 사온 이번 주 [FILM 2.0]을 읽었다. 물론 무엇보다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대담을 읽기 위해 샀다. [FILM 2.0]은 2006년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개최할 때마다 "친구들"을 모아 놓고 대담을 진행했는데 이번 대담에는 김성욱 프로그래머와 김태용 감독, 김영진 평론가가 참여했다. 지난 두 번의 대담과는 분위기가 좀 달랐는데, 주로 감독들이 진행했던 지난 대담들이 시네마테크에서 고전영화를 보는 것의 기쁨에 대해서 고백하는 자리였다면 김성욱, 김영진이 주로 진행한 이번 대담은 영화계에 대한 훨씬 더 치열하고 절박한 고민을 담고 있었다. 특히 김영진 평론가는 한이 많았던 모양인지 단도직입적이고 시원시원하며 정곡을 찌르는 발언을 마구 쏟아냈다. 하여간 일곱 페이지에 걸친 대담 기사는 모두 흥미로웠지만 특히 대담 초반의 한 대목이 시선을 끌었다. 김성욱 나이 든 분들과 이야기해보면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라는 말을 한다.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영화가 좋은 영화가 됐다. 그런 영화를 DVD로, 비디오로 보면 재미가 반감된다는 거다. 스탠리 큐브릭 특별전을 할 때도 많은 관객들이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라고 했다. 큐브릭을 퍽 좋아하진 않지만, 덕분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를 안 졸고 볼 수 있었다.(웃음) 김영진 예전에 성욱 씨가 그레타 가르보의 〈퀸 크리스티나〉(1933)에서 가르보가 연인과 하룻밤을 보낸 후 아침에 깨어나 침대 주변의 물건들을 만지는 장면의 놀라운 클로즈업에 대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거 DVD로 보려면 아주 몰입해야 한다. 극장에서 그 공기를 맡으면서 영화를 봐야 영화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 김성욱 프랑수아 트뤼포는 영화가 디테일의 예술이라고 했다. 영화는 무척 섬세한 예술이다. 장 피에르 멜빌의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70년대 이전만 해도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이젠 어떤지 모르겠다. 김태용 한때 극장용 영화는 스펙터클한 영화거나 지루하고 견디기 어렵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웃음) 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작업 환경이 바뀌면서 극장 상영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디지털로 영화를 만들게 되면서 컴퓨터로 편집을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느낌이 전혀 다르다. 미국은 아이팟에서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고 한다. 이런 흐름에서 내러티브가 강하고, 캐릭터가 중요한 영화가 대세가 된다. 김영진 가끔 방에서 컴퓨터로 영화를 본다. 반전이 나오는 영화는 짜증난다. 그거 말고는 볼 게 없으니까. 반대로 세르지오 레오네 영화에 나오는 빅 클로즈업, 콧구멍, 눈동자가 화면을 꽉 채우는 장면을 극장에서 보면, 저 정도면 기꺼이 복종당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들의 작은 손짓 하나를 보고 연출력과 영화의 절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멜빌 영화에서 스토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 다 개폼이다. 사람 죽이기 전 5분, 10분 동안 옷 갈아입고 뭔가 하는 장면을 집요하게 보여주는데, 그걸 보면서 '저런 게 영화가 될 수 있구나' 생각했다. 김태용 예전에 단편을 찍으면서 한 프레임 안에 많은 걸 담아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으면 그런 건 보이지도 않는다.(웃음) 정말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라는 표현은 대규모 블록버스터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건 스크린의 크기가 제공해주는 가능성과,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을 때만 가능한 연출의 방식에 대한 문제다. 또는 시간의 문제도 있다. 단 두 시간 만에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정보는 밀도 있게 제시되는 동시에 과감하게 생략될 필요가 있다. 나는 하나의 정보를 관객이 못 알아들을까봐 거듭거듭 반복해서 제공해주는 영화에는 점점 관심이 없어져 간다. 3.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는 가슴에 담아두고 싶은 장면이 몇 개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보면서 많이 놀랐던 것은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 최후의 순간, 승부 던지기의 마지막 순간이다. 그 때 관객인 나는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상황이다. 어차피 이 영화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덴마크 국가대표팀에게 지게 돼 있다. 그러므로 마지막 승부 던지기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공을 던질 사람이 나오는 순간에 '아, 쟤가 못 넣는구나'하면서 슬픔이 찾아온다. 그래서 이 장면의 연출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문제를 안겨준다. 이미 다 알고 있으며 심지어 던지기 전부터 결과에 대한 감정마저 시작되고 있는 상황인데 그걸 어떻게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만들 수 있는가 하는 문제. 물론 나는 적당히 관습적인 연출을 기대하고 있었다. 사실 그 장면을 감정적인 클라이맥스로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어차피 관객은 이미 이 선수들에게 두 시간 동안 충분히 몰입을 해왔으니까 굳이 뭘 어떻게 해보려고 애쓰지 않더라도 '그 마지막 공은 결국 골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고 대한민국 대표팀은 경기에서 졌습니다'라는 마지막 줄거리 전개만으로도 충분히 눈물을 자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순례 감독이 기어이 다른 선택을 하고야 만다. 그 선택은 정말 내 가슴을 울렸다. 나는 그 연출이 '대체 이 순간을 어떻게 영화라는 틀을 가지고 표현해 낼 것인가'하는 고민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다고 믿는다. 그건 기술적으로는 TV 일일 연속극에서도 가능한 연출이지만 처음부터 일일 연속극으로 기획하고 제작되었다면 그런 길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4.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또 하나 생각해 볼만한 것은 핸드볼 경기 장면의 촬영이다. 이 영화의 핸드볼 경기 장면은 상당히 낯설다. 그건 물론 내가 핸드볼을 이런 식으로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그 동안 핸드볼 경기에 대한 시각 정보는 TV 중계방송의 카메라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카메라의 위치는 TV 중계방송의 카메라 위치와는 다르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많은 컷들의 시점이 농구경기 중계방송에서는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 중계방송 카메라의 위치를 포기하면 경기 전체의 흐름을 조망하는 걸 포기하는 셈이다. 대신 경기의 세부에는 더 공들여 집착할 수 있게 된다(물론 실제 중계방송의 경우 사이사이 끼어드는 슬로모션 다시보기가 그런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핸드볼 경기를 그려내는 카메라의 위치나 움직임이 딱 보기에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중계방송 카메라의 위치를 벗어나 경기의 세부를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은 선수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움직임을 더 멋지게 포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영화의 카메라는 움직임을 잡아 아름다운 동작을 만들어내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간혹 예외가 있기는 하다. 올림픽 준결승전에서 마지막 골을 넣기 위해 작전을 펼칠 때의 순간 같은. 그러나 대게 카메라는 선수들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 있기 때문에 몸 전체의 동작을 보여주는 일이 드물고, 공도 다급하게 쫓아가야 한다. 카메라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대상은 오히려 선수들의 얼굴이나 골이 들어간 뒤의 제스처 같은 것이다. 강유정 평론가가 임순례 감독과의 인터뷰를 한 뒤 쓴 [FILM 2.0] 특집 기사의 일부를 인용하자면 : 황기석 촬영감독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것은 아마 임순례 감독의 이 말을 잘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정적인 드라마에서 정서의 흐름과 변화를 잡아내는 데 기민했던 황기석 촬영감독은 스포츠의 역동성이 아니라 역동적 상황에 놓인 한 인간의 표정을 잡았다. 사람들은 한 골이 아니라 그 골을 집어넣는 이의 열정과 능력에 감동한다. 유려한 핸드볼 장면이 아니라 그들의 표정을 보여줬을 때 관객들은 함께 호흡할 수 있다. 경기에 담긴 정서를 촬영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핸드볼 영화 〈우생순〉의 개념이었다. 이건 내가 [짝패(2006)]를 비롯한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서 몇몇 액션 장면을 볼 때 생각하게 되는 문제와 극히 유사하다. 거칠게 말하자면 액션의 활동적 쾌감이냐 감정적 격렬함이냐를 취사선택하는 문제다. 내가 아직도 궁금하게 여기는 것은 액션의 활동적 쾌감에 최대한 봉사하면서도 감정을 온전히 살리는 방법은 없냐는 것이다. 혹은 활동적 쾌감이 강해질수록 그 행위를 행하는 사람의 감정이 덜 전달 되냐는 것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카메라가 더 뒤로 물러나 선수들의 동작이 지닌 아름다움을 담아냈다면 이 영화가 제공하는 감정의 방향과 정도는 달라졌을까? 그리고 그 달라진 결과가 결국 영화 전체의 힘을 흔들고 말았을까? 폭력이 아닌 액션에서 활동적 쾌감과 감정적 격렬함은 함께 갈 수 없는 것일까? 예를 들어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 1952)]에서 진 켈리가 빗속을 뛰어다니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과는 어떻게 다를까? 5. 영화적 표현의 문제와는 상관이 없지만 마지막으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대해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 나는 이 영화가 정말 좋았고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이 정말 무척 아주 매우 굉장히 상당히 놀라울 만큼 황홀할 정도로 기쁘다(작년에 나는 극장 개봉작들을 통해 쓰라린 경험을 좀 많이 한 터라 일반 극장 공포증이 생길 지경이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여자들을 중심으로 내세우면서 그들의 힘에 의지해서 끝까지 가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영화를 간절히 보고 싶었다. 남성 인물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여성 인물들이 부수적인 존재로 참여하는 영화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불만은 없다. 하지만 그런 꼴만 가득한 것은 남자인 나도 지겹다. 지긋지긋하다. 짜증난다. (특히 여자 배우들이 팜므 파탈 한 번 했다고 무슨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줬네 어쩌네 하는 소리가 나오는 건 정말 곤혹스럽다. 꼭 손예진의 경우를 두고 하는 소리는 아니다) 수동적인 여성 인물이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탄생하는 것이야 부정할 필요도 부정할 수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남성 중심적 시각이 반영된 영화를 남성 관객들이 즐기고 그것만 있으면 만족할 거라고 착각하진 말아주시길. 적어도 나는 아냐. 나는 여자들이 중심이 되는 재밌는 영화를 간절히 보고 싶었다. 내 친구가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정확한 인용은 아니다). 왜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 여성 인물들이 중심이 되는 영화들 중에는 [대부(The Godfather, 1972)] 같은 영화가, 그러니까 위대함을 떠나서 하여간 일단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찾기 힘든 걸까? 몇 년 전이었고, 그 친구나 나나 지금보다 영화를 훨씬 덜 보았던 시절의 대화였음을 언급해두긴 해야겠지만, 하여튼 내가 보기에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영화 산업 내에서 여성 감독의 수는 극히 적고, 그들 중 상당수는 널리 재밌게 받아들여지는 영화를 만드는 것보다 여성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또 그것을 표현하고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데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중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묵직한 대의는 젖혀두어도 좋으니까 당장 여자들이 중심이 되는 재밌는 영화를 만드는 것, 여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맨날 남자와의 사랑 때문에 흔들리면서 그걸 이야기의 중심 가닥으로 물고 늘어지는 꼬라지 보이지 말고, 그런 건 심각하게 다룰 생각도 않고, 그냥 자기 하고 싶은 일 하고 사는 걸 다루는 재밌는 영화를 만드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쓰다보니 여자들이 갖가지 무대에서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활동적으로 살아간다는 문화적 기반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것이 힘들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음, 동감한다). 그래도 재밌다는 걸 깨닫고 자꾸자꾸 그런 영화가 나와 주면 좋을 것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그걸 해냈다. 이 영화는 엄태웅이 아무리 옆에서 날뛰고 약간의 연애 전선을 몸에 휘두른 채 왔다 갔다 해도 결국 키스는커녕 포옹 한 번도 없이 김정은, 문소리, 김지영, 조은지가 끼리끼리 놀고 자기네들 자존심을 걸고 자기네들 잘 하는 걸 하면서 끝까지 해먹는 영화다. 그래도 관객 몇 백만 끌어들이는 데는 지장 없어 보일 정도로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나는 그게 정말 무척 아주 매우 굉장히 상당히 놀라울 만큼 황홀할 정도로 기쁘다. ![]() 덧 하나. 후일담. 다행히 어머니께서는 쉽게 잠들지 않으셨고, 결국 웃길 때 웃고 찡할 때 우시면서 잘 보셨다. 나중에 여쭤봤더니 처음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하셨다. 덧 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역시 언젠가부터 한국영화계에 만연해 있는 '유명 영화 제목 베끼기' 유행의 영향 하에 있다(몹시 싫어하는 유행이다. 윌리엄 A. 웰먼, 마틴 스콜세지, 빌리 와일더, 세르지오 레오네, 로베르토 로셀리니, 데이빗 핀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실제로 아버지께 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말씀드렸더니 대번에 "어? 나 그거 봤는데?"라고 하셨다. "아니 오늘 개봉하는 영환데 어디서 보셨어요"라고 하기 전에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해(The Best Years of Our Lives, 1946)]가 떠올랐다. 그나저나 "해"와 "순간"의 차이가 좀 가슴 아프다. 임순례 감독도 이 차이를 의식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덧 셋. '[가족의 탄생(2006)]의' 문소리도, '[달콤 살벌한 연인(2006)]의' 조은지도 좋았지만 누구보다도 '[사랑니(2005)]의' 김정은이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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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글 잘 읽었습니다..
by kinoeyes at 08/19 말씀하신대로 류승완 감.. by sabbath at 08/17 참 말할 거리가 많은 영.. by 파인로 at 08/17 그쵸. 사실상 모든 프랑.. by sabbath at 08/16 아, 그것은… 저도 무.. by sabbath at 08/16 저도 그 글을 읽어보았.. by sabbath at 08/16 제작사 외유내강 측의 .. by sabbath at 08/16 소식 고맙습니다! 포스터.. by sabbath at 08/16 가끔은 너무 만든 사람에.. by sabbath at 08/16 먼저 안 보신 분들께는 .. by sabbath at 08/16 저도 만주 벌판 액션이 참.. by sabbath at 08/16 [다찌마와 리] 속편 또.. by sabbath at 08/16 오오, 드디어 올리셨군.. by Sion at 08/16 드팔마를 떠올리는 장면.. by 다찌대박 at 08/16 저는 그놈의 잘생겼다!가.. by 은혈의륜 at 08/1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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