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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내 '단'상들이 짧은 맛이 없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지만 오늘밤엔 정말 짧게 써보리라!
1. 서울에서 사흘 간 아홉 편의 영화를 보고 왔는데, 역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아벨 페라라 영화를 연달아 여섯 편을 본 것이 충격이 컸다. 페라라 영화는 글로 옮겼을 때는 죄와 속죄, 구원, 선과 악, 등등 지극히 먹물 냄새 풀풀 풍기는 내용으로 가득한데도 실제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진실하다. [Ms. 45(1981)]처럼 도저히 말도 안 될 것만 같은, 우습기까지 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조차도 정작 보고 있으면 정말 저런 일이 벌어질 것이리라는, 벌어지고야 말 것이라는 생생함이 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도 그런 면에 있어서는 단연 마틴 스콜세지를 능가한다(혹은 마틴 스콜세지의 일부 영화만이 이 경지에 이르렀다). 대체 그 비결은 어디 있는 것일까? 이미 보았던 [Ms. 45]와 [악질 경찰(Bad Lieutenant, 1992)]은 물론이고 이번에 처음 본 네 편의 영화 ─ [아메리칸 갱스터(American Gangster, 2007)]보다 훨씬 감명 깊은 크리스마스 가족 영화 ['R X마스('R Xmas, 2001)], 데이빗 린치를 생각나게 하지만 내게는 훨씬 더 매혹적인 [블랙아웃(The Blackout, 1997)], [대부(The Godfather, 1972)]보다 더 좋은 영화라던 오승욱 감독의 호언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한 [장례식(The Funeral, 1996)], 그리고 크리스토퍼 워큰의 윙크 한 방만 봐도 알 파치노를 얕보고 싶어지는 [뉴욕의 왕(King of New York, 1990)]까지, 모두 하나하나 가슴 깊이 새기고 싶다. 비타협적으로 거대 자본 밖에 나가서 만드는 독립 영화가 필요한 이유를 처음 느꼈다. 올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추진 중이라는 할 하틀리 감독 특별전도 기대하게 됐다. 미국 독립영화계에 끊임없는 애정을 보여왔던 어느 선배의 말을 그 동안 그러려니 하고 들어왔건만 이제는 이 영역에 진지하게 덤벼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2. 프랭크 다라본트의 신작 [안개(The Mist, 2007)]는 흥미진진하게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보다가 본격적으로 피가 튀는 순간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행복해서. 아직도 이런 영화가 나오는구나 싶어서. 그리고 그 기분을 거의 끝까지 유지할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결말이 (언뜻 보기에는 계속 암울한 척 해도) 영화 전체의 시선과 톤을 배반하고 있어서 안타깝기는 했지만 작년의 [용감한 자(The Brave One, 2007)]처럼 중반까지 괜찮게 나가다가 점점 말아먹더니 어리석은 결말로 관객의 울적함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거의 끝까지 훌륭하게 나가다가 막판에 한 번 삐끗한 정도라서 마음 상하지 않았다. 그런 것쯤이야 고전기 할리우드 영화에서 곧잘 만나게 되는 의무적 해피엔딩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넘기면 될 일이다(그래도 '사실은 그것은 스튜디오의 압박으로… 감독판 엔딩은 따로 있소이다!'면 좋겠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지만). 아무리 뒤에 앉아있던 커플이 상영 시간 내내 헛소리를 지껄였어도 하여간 정말 기쁜 경험이었다. 올 한 해 영화 운이 지금까지 정도만 되면 정말 좋겠다. [아메리칸 갱스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안개]. 이런 식이면 일반 극장도 계속 찾고 싶지. 참, 엔딩 크레딧에서 그레고리 니코테로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환호했다. 3. 독립 영화 감독 + 그레고리 니코테로 하니 절로 조지 A. 로메로 감독이 떠오른다. 올해 드디어 공개될 다섯 번째 시체 시리즈 [시체들의 일기(Diary of the Dead)] 예고편이 떴다(그런데 이 번역은 어색하다. 그렇다고 '~의'를 포기하면 다른 작품들과의 통일성이 훼손되고. of를 한 방에 대체할 한국어가 없으니). 예고편을 봤을 때 이번 주 [FILM 2.0]에 실린 [클로버필드(Cloverfield, 2008)] 기사가 생각났다. 역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은 바 있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Redacted(2007)]도. 미국 영화는 우리 시대 이미지의 속성을 굉장히 첨예하게, 적극적으로 좇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뭐 미국 영화만 그러나? 싶기도 하지만 적어도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태도다. 그러고 보니 전세계 어디보다도 폰카가 일반화되어 있을 나라가 바로 이곳인데 좀 의외다. 휴대폰과 거기 딸린 카메라의 속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가 드물다. 그걸 거창하게 영화의 주제로 삼는 작품을 말하는 게 아니라, [수퍼맨 돌아오다(Superman Returns, 2006)]에서 사고 현장의 수퍼맨을 열심히 찍던 시민들의 모습이 주는 느낌 같은 것 말이다. 아무튼 기획 자체가 참신할 순 없게 됐지만 로메로 감독님 영화니까 기대할 수밖에 없다. [안개]보다 조금 더 큰 기쁨 안겨주시길 기대해도 될까요, 감독님? 4. [FILM 2.0] 이번 주 기사에 따르면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2007)]는 3월 개봉 예정. 골든 글로브에서 재미를 본 조 롸이트 감독의 [속죄(Atonement, 2007)]도 2월에 개봉한다고 하고,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신작 [찰리 윌슨의 전쟁(Charlie Wilson's War, 2007)], 간절히 기다려온 웨스턴 [유마 행 3시 10분(3:10 to Yuma, 2007)], 하도 좋다고 해서 관심 갖게 된 [주노(Juno, 2007)] 등도 자리를 잡은 듯하여 기쁘다. 반면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동방의 약속(Eastern Promises, 2007)]은 올 하반기 개봉 예정. 날짜 확정도 안 됐고 그나마 하반기라고 하니 또 불안하다. 폴 토머스 앤더슨의 [피가 있으리라(There Will Be Blood, 2007)]는 이런저런 수상식에서 인기 있다는 소식만 들릴 뿐 우리나라엔 수입도 안 됐나보다. 그리고 또 간절히 보고 싶은 영화 중 시드니 루멧 감독의 신작 [당신이 죽었음을 악마가 알기 전에(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2007)]는 아예 잡지 기사에 단신으로나마 언급조차 안 되고 있어서 생각할 때마다 좀 절망스럽다(코드 1 DVD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 회사인 Image Entertainment에서 나올 예정이던데). 이상 세 편하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현재 가장 보고 싶은 '4대 천황'이건만 아직은 1/4의 기쁨뿐이로구나. 또 이 세 편 정도로 보고 싶지는 않지만 하여간 무척 궁금한 웨스턴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The Assassination of Jesse James by the Coward Robert Ford, 2007)]도 전혀 소식이 없다. 더욱 분발해주세요, 수입/배급사 여러분. 5. 쳇, 30분 내에 써서 올리고 자정 전에 자려고 했는데. 오늘도 실패다. [뉴욕의 왕] 속 크리스토퍼 워큰 형님께 감화 받은 기념으로 Fatboy Slim의 "Weapon of Choice" 뮤직비디오로 성급히 마무리. 빨리 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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