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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It's been a long, long time. 내 영혼은 하도 파란만장한지라 약 2주 사이에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일이 일어났다. 몸 돌아가는 꼴을 이야기하자면 ─ 감기 걸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감기의 규모랄까 위력이 달라진 것 같다. 요즘은 열 오르거나 몸살 기운이 돌아 움직이기도 귀찮은 상태에 이르지는 않는다. 그냥 콧물, 기침, 가래와 함께 평소 하던 대로 계속 살아갈 뿐. 그나마 건강해져서 그런 거라고 치고 넘어가련다.
1. 여전히 돌아버릴 것 같은 학업 중에도 인생의 낙은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낙을 들라면 역시 여러 사람들과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매주 화, 목요일마다 함께 모여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뒤풀이 자리까지 가서 계속 조금 전 영화에 대해 대화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지고의 행복이고, 그간 집에서 혼자 보아왔던 영화들에게 졌던 빚을 던 기분이기도 하다. [춘향뎐(2000)], [콜래트럴(Collateral, 2004)] 같은 작품을 보고 나서 건물 문 닫을 때까지 의견을 교환하다가 그것도 모자라서 술집에 가서도 논의를 계속하는 맛이 참으로 그만이다. 특히 내 욕심으로 시작한 "씨네꼼의 뒷면"(최종 제목은 별로 그런 티가 나지는 않으나 하여튼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에서 끄집어낸 제목이다)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이 즐겁다.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줄까 싶어서 매주 불안과 긴장의 연속이기는 한데, 아직까지는 결과가 좋다. 첫째 주에 마리오 바바의 [디아볼릭(Diabolik, 1968)], 둘째 주에 리처드 쉬켈의 [그 영화들을 만든 사람들: 새뮤얼 풀러(The Men Who Made the Movies: Samuel Fuller, 2002)]와 새뮤얼 풀러의 [철모(The Steel Helmet, 1951)]를 상영했고 어제는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비디오드롬(Videodrome, 1983)]을 상영했다. 어제 느끼기로는 [비디오드롬]까지 이르고 나니 프로그램의 방향이 좀 잡히는 것 같았다. 물론 기획자로서 그렇다는 거고 참여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4월 중순쯤 가봐야 알 수 있을 듯하지만. 2. 몸이 안 좋아 기분이 쳐졌을 때는 명랑 쾌활한 영화를 봐야 할 것 같지만 내 경우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복수는 나의 것(2002)]이랄지 크로넨버그 영화 같은 걸 봐야 건강에 좋다. 마음이 묵직하게 가라앉았을 때 밝고 활기찬 영화를 보는 건 어쩐지 스스로에게 사기 치는 기분이기도 하고, 그럴 때일수록 정신을 기민하게, 감각을 예민하게 만드는 체험을 해줘야 하는 모양이다. 3. 지난 18일, 아서 C. 클라크 경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 한편이 우주 저 멀리로 날아가 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들 말하듯 천수를 누리셨고, 세상을 뜨시는 과정에서 큰 고통을 겪지도 않으셨으니 슬퍼할 일은 아니지만 하여튼 부고 기사를 읽는 순간 내던져진 것만 같았다. 그 분이 아직 계셨기 때문에 SF의 황금기가 여전히 동시대처럼 느껴졌건만, 갑자기 수십 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로저 젤라즈니는 이미 죽었으니 뉴웨이브에 머무르지도 못하고 ─ 물론 뉴웨이브 SF 세대는 여전히 많이들 살아있지만… 이건 젤라즈니 팬의 이야기다) 그렉 이건과 테드 창이 있는 "현대"로 쫓겨난 느낌. 하여튼 [유년기의 끝(Childhood's End)]과 [라마와의 랑데부(Rendezvous with Rama)]가 내게 미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기에, 선생님이라 부르며 애도하고 싶다. 사실은 돌아가신 게 아니라 오버마인드로 진화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건 프리먼과 데이빗 핀처가 마침내 [라마와의 랑데부] 영화를 만든다면, 그리고 그 결과물이 선생님 보시기에 흡족하다면, 아마 다시 오셔서 우리를 진화의 길로 이끌어주시지 않을까. 4. 오늘 아침에 정말 우연히 알게 된 또 하나의 부고. 지난 24일 배우 리처드 위드마크가 세상을 떴다. 솔직히 아직 살아계신 줄도 몰랐다. 출연작은 [밤 그리고 도시(Night and the City, 1950)]와 [사우스 스트리트의 소매치기(Pickup on South Street, 1953)] 두 편을 보았을 뿐이지만 내게는 험프리 보가트나 로버트 미첨과는 또 다른, 좀 더 삭막하고 살을 후벼 파는 필름 누아르 아이콘으로 자리한 분인데. 마침 몇 주 전 아마존에서 필름 누아르 DVD 47% 할인 행사를 할 때 [죽음의 키스(Kiss of Death, 1947)], [출구 없음(No Way Out, 1950)], [거리의 공황(Panic in the Streets, 1950)]을 주문하여 지금 태평양을 건너오고 있을 터인지라 더욱 기분이 묘하다. 아마 그 영화들을 보고 나면 그리움이 훨씬 커지겠지. 5. 이명박 정부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 사실 그네들이 가장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한 대상이 바로 나처럼 정치에 대해 아는 바 많지 않고 실천력도 부족한, 기껏해야 학업에 치여서 갈팡질팡하는 대학생이다. 조금만 그럴 듯하게 하면 잘 하는 건 줄 알고 속는단 말이다. 내 일만으로도 바쁘(다고 생각하)거든. 혹은, 그래도 대통령이 된 건 된 거니까 좀 잘하는 게 있기를 바라기도 해보았다. 그런데 설마 이럴 줄은. 매일 기사 뜨는 걸 보면 도대체가 일단 상식의 단계를 무사히 넘기는 꼴이 보이질 않는다. 대통령이 존재하지도 않는 생필품 50개 목록을 이야기하자 뒤늦게 그 목록을 만드는 지점에서 할 말을 잃었다. 지난 번 마이너리티 리포트 사건 때도 그랬지만, 이건 그야말로 정진정명 시간을 달리는 정부다. 혹자는 어이없는 짓을 끊임없이 저질러서 국민들이 포기하게 만들려는 술책이라는 소리도 하던데, (물론 반은 농담으로 한 소리겠지만) 이 정도까지 나가고 보면 오히려 나처럼 웬만하면 무관심할 사람조차 나서고 싶어진다. 요즘처럼 블로깅도 못할 정도로 치여 사는 와중에 0.1초도 귀찮아하지 않고, 혹은 잊어버리지도 않고 국회의원 선거 부재자 투표 신청을 하게 만들다니, 님 좀 짱인 듯. 그런데 저는 정말 겁도 많고 어디 나서서 정의로운 일 하고 싶은 의지도 많지 않은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대통령님(혹시 안에서는 몰래 "각하"라고 불리시는 거 아니시겠죠?) 이하 정부 관계자 여러분들, 제발 제가 거리에 나서서 최루탄 가스 들이마실 일은 없게 해주세요. 뭘 설마 거기까지 가겠냐 싶습니다만 저는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그런 풍경이 심심찮게 펼쳐지던 그런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 나라가 언제든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버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단 말이에요. 6. 공부하러 왔으니까 더 놀면 곤란하겠고, 끝으로 오늘 아침에 접한 기분 좋은 소식 두 가지. 작년에 미국에서 나온 또 한 편의 웨스턴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The Assassination of Jesse James by the Coward Robert Ford, 2007)]이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를 통해 DVD로 출시될 모양이다. 영등위 홈페이지에서 본 바로는 이미 등급 심의까지 마쳤다.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가 시네마스코프 사이즈로 촬영한 웨스턴을 극장에서 보지 못한다는 건 큰 아쉬움이지만 그래도 하여튼 볼 기회는 생겼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지금 IMDB의 Trivia를 보니 이런 이야기가! : The original cut of "The Assassination of Jesse James by the Coward Robert Ford" was nearly four hours long. It was edited down to two hours and forty minutes, its current runtime, at the studio's request. However, it did play at least once at its original 4-hour length, most notably at the Venice Film Festival, where Brad Pitt picked up the Best Actor Award. After the viewing, critics at the festival labeled the film as "majestic." 으음. 오리지날 컷도 소개되면 좋겠다. 코드1 DVD 리뷰들에 따르면 현재 출시된 DVD에는 서플먼트가 전혀 없는 걸 보니 나중에 새 버전이 나올 가능성이 있긴 하겠는데. 또 한 가지 소식은 두기봉, 위가휘 감독이 함께 연출한 [신탐(神探, 2007)]이 우리나라에 개봉될 예정이라는 거. 수입됐다고 개봉되는 건 아니지만 역시 영등위 홈페이지를 참조하자면 일단 심의까지 통과한 걸 보니 그래도 기약이 없지는 않겠다. 개봉 제목은 영어 제목을 따라 [매드 디텍티브]인 모양이다.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을 때 [씨네21]의 정한석 기자(였나? [씨네21]은 종종 힘주어 쓴 좋은 기사들은 웹에 안 올려준다)가 기나긴 관람기를 통해서 칭찬했던 게 기억난다. 중심 이야기나 주제 의식은 위가휘 감독의 것이고 두기봉 감독은 화면 연출 쪽에 주로 관여한 모양인데 역시 두기봉이라는 찬사가 나올만한 끝내주는 장면이 하나 있다기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근데 [철삼각(鐵三角, 2007)]이나 [문작(文雀, 2008)]은 개봉 안 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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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die at 09:07 아, 영화제 후에 개봉.. by sabbath at 08:48 아, 그 영화도 참 좋지요.. by sabbath at 08:46 <신탐>은 국내에 정식.. by Sadie at 07:23 스콜세시 영화중에서는.. by Q at 01:54 전 버스터 키튼이 포함된.. by sabbath at 08/07 솔직히 슬쩍 훑어보면 .. by sabbath at 08/07 1. 버스터 키튼 단편모음.. by 『한군』 at 08/07 2. !!!!!!!!!! 이게 뭔가요! .. by 예하 at 08/07 예전에 특별전을 통해 .. by sabbath at 08/07 수정했습니다. 고맙습.. by sabbath at 08/07 흥미롭습니다! 제목 찾.. by sabbath at 08/07 2편이 두기봉 연출인 것.. by sabbath at 08/07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편.. by sabbath at 08/07 아트시네마에서 앤소니 .. by marlowe at 08/0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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