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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sabbath, 새벗, 혹은 사바스님. (이 경우 '님'을 띄어쓰기 하지 않는 편을 권한다.)
이야기 : 고1 때 나는 실로 당황스런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엣센스 영한사전 뒤지기. 영어 선생님이셨던 담임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이 도통 사전을 찾으려 들지 않는(註1) 오늘날의 현실에 개탄하시며 사전 찾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셨고, 선생님을 존경했던(註2) 나는 그 말씀을 열심히 들어 엣센스 영한사전은 그 시절 내 몸의 일부와도 같았다. 그런데 당시 장르 팬터지에 넋이 나가 있던 내게 이 사전 찾기는 의외의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사전에서 어휘를 찾다보면 우연히 눈에 들어오는 다른 어휘가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나는 원래 찾으려던 어휘는 내버려두고 그 눈에 들어왔던 어휘를 따라가곤 했다. 그렇게 해서 발견한 어휘들은 대게는 장르 팬터지적 상상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어휘들이었다. 예를 들어, 이상균의 『하얀 로냐프 강』에서 사용된 '카발리에로'라는 어휘가 원래 스페인의 말이며 신사, 기사, 혹은 여성 숭배자라는 뜻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나는 엣센스 영한사전 C 항의 첫 페이지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sabbath는 바로 그런 과정을 통해서 발견한 어휘이다. 이 어휘는 그 의미 때문에 마음을 끌었는데, 1번과 2번 의미는 안식일, 안식, 평안이면서 3번 의미는 악마의 연회였다. 이런 모순된 의미가 한 어휘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인간의 이중성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렇잖아도 내 속에 존재하는 이중성에 대해 흥미로이 여겼던 나는 sabbath를 주 아이디로 삼기에 이르렀다. 이 어휘를 영한사전을 통해 알게 됐으며, 나는 사전의 발음이 좋은 발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처음에는 sabbath를 '새버스'라고 읽었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워터가이드를 횡행하던 나는 과거 우리나라 제일의 J.R.R. 톨킨 관련 사이트였던 톨킨 그물터 낟세맨을 방문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는데, 톨킨의 elf를 고유어적 어감을 드러내는 번역을 위해 '앨프'로 표기하자는 이야기였다. 고유어. 고유어. 그래서 나는 당장 '새버스'를 고유어적으로 바꾸는 일을 시도했고, 그래서 나온 게 '새벗'이다. 새로운 벗. 좋지 않은가.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과의 교류가 이뤄지는 가상 공간에서 이만큼 마음에 드는 아이디가 또 어디 있으랴. 게다가 『새벗』은 내가 초등학교 시절 4년 동안 정기 구독을 했던 새벗사의 청소년용 잡지이기도 했기에 더욱 정이 갔다.(주3) 그래서 그 시점부터 sabbath의 표기는 'sabbath'나 '새벗'이 되었다. 그런데 이 sabbath이라는 단어는 Black Sabbath라는 그룹 이름 때문에 보통 '사바스'로 읽곤 하는 게 아닌가. 지금이야 많은 분들이 이해를 해주시지만, 워터가이드에서도 처음에는 sabbath를 계속 사바스라고 읽는 분들이 많았다. 솔직히 말해서, 새벗이라는 썩 마음에 드는 명칭을 찾아낸 나로서는 그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이 '사바스'라는 명칭에 새로운 의미의 흐름이 밀려들어왔으니, 이 부분의 설명은 내가 지난 6월 13일, 전에 있던 블로그에서 사용했던 글을 옮기는 것으로 대신하자. 지난 5월 20일, 모 싸이트에서 '나는 왜 이렇게 어려 보이는가'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글 밑에 donzox 님께서 댓글로 자신은 늙어보인다며 투덜거리셨다. 그러자 다시 그 밑에 '돈족 스님은 준수남 아니십니까!' 라는 댓글. 나는 '돈족 스님? 웬 스님?"하며 한참을 보다가 그제야 사태를 파악하고는 파안대소했다. 'donzox →돈족스→돈족스 님→돈족 스님' 이라니. 한참을 웃어 제끼고 나서 그 밑에다가 내가 '띄어쓰기를 똑바로 합시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랬더니 또 조금 후에 펠릭스 님께서 댓글. 〈sabbath님, 끝의 th발음을 조금만 순화시키시면 sabbath님도 저희와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이상 워터가이드 3대 스님 협회 말단...[퍽]〉 도대체 뭔 소리야? 새벗 님이라니. 아하, 새버 스님이라는 건가. 그런데 그 밑에 더 강력한 댓글. 〈하지만 Sabbath님은 안 됩니다. 사바세계와 스님은 어울리지 않아요! (아, 오히려 어울리나?;) 사바 (娑婆) 〔【범】sabha ̄〕석존(釋尊)이 교화하는 경토(境土). 곧, 인간세계. 사바 세계. 속세계(俗世界). (From 라이코스 웹사전)〉 ...박장대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잖아도 근래에 내 문화코드를생각해보면서 스스로의 속물 근성이랄까, 딜레탕트적 성향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나를 '사바'와 연계시켜 본다는 게 그럴 듯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사바'와 '스님'은 다시 모순적 코드! …이래서, 나는 '님'이 붙는 경우에 한해 '사바스'도 기꺼이 즐겨주리라 마음 먹었다. 오늘날 sabbath는 sabbath, 새벗, 사바스님으로 표기될 수 있다. 의미가 새로이 생기면 더 늘어날 수도 있겠지. 자신의 이름이 갖는 의미가 다양해진다는 것, 나는 그게 매우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덧. 먼 훗날, sabbath는 유대어에서 온 어휘이며,(註4) 그쪽 발음으로는 '사바스'쪽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註 1. 진짜, 안 찾는다. 부디 여러분의 경우나, 여러분이 가르치는 과외 학생의 경우만을 생각하지 말고 넓은 시야에서 전체적으로 바라보라. 2. 이분은 오늘날까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이시다. 그러나 선생님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죄스러운 마음 감출 수가 없어 차마 선생님을 뵈러 가지 못하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까. 3. 이 잡지의 압권은 역시 이향원 씨의 연재 만화였다고 본다. 『사랑의 등불』과 『공포의 마구 매직써클』. 매직써클을 실현시키겠노라고 테니스 공을 던졌던 나의 어린 시절이 그립구나. 4. 생각해보면 몰랐던 쪽이 더 이상하다. 분명히 유대교의 안식일임을 알고 있었는데 왜 영어 발음을 고집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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