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수도권 지하철 가판대에 깔리기 시작한 [씨네21] 650호는 창간 13주년 기념 특대호다. 이번 호의 특집은 뭐니 뭐니 해도 "감독․평론가 92인의 신세기 영화 베스트 10"이라는 기사일 것이다. 국내외 영화감독 및 영화 평론가 92인에게 1995년([씨네21]이 창간된 해)부터 2008년 3월 16일까지 발표된 영화 중 뛰어난 작품 열 편을 꼽아달라고 하여 그 목록을 57페이지(중간 광고 포함)에 걸쳐 실어둔 기사다. 여전히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그 92인 중에는 내 이름도 들어가 있다. 650호의 목차 소개 및 해당 기사의 머리말에 따르면 나는 "당신이 믿을 만한 친구로 생각하는 그"이며 "영화에 관한 글로 널리 알려진 블로거"인 셈인데, 민망한 일이다. 어쨌든 내가 내 목록 실어달라고 애원한 것은 아니며, 나는 다만 평소 좋아했던 주성철 기자님께서 말씀을 하시기에 [씨네21]과 주성철 기자님에 대한 팬심을 벗 삼아 설문에 응했을 뿐이니 '대체 너 같은 자의 목록이 왜 들어갔단 말이냐'라고 생각하시는 분께서는 이 블로그에 문의하시기 보다는 [씨네21]에 문의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독자 기고는 어디로 하면 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아마 [씨네21] 홈페이지에 가면 어딘가 루트가 있지 않을까 싶고, 대표 전화는 (표지에 적힌 바에 의하면) 02-6377-0500이라고 한다.
그럼 이제 왜 내 이름이 거기에 들어가 있는가, 또는 그에 대해 항의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해서는 설명이 된 것 같고,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목록을 뽑아 보냈으면 보낸 거지 무슨 이야기가 더 필요하겠나 싶기도 하지만 몇 마디를 하고 싶다. 긴 글을 읽으실 여유가 없는 분들을 위해 한 줄 요약하자면 : 주성철 기자님께 속았어요! 기사를 읽으신 분들께서는 아시겠지만 이런저런 사람들이 꼽은 열 편의 영화가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것만큼이나 재밌는 건 자신이 꼽은 영화에 대한 설명이다. 그런데 내 목록은 이러한 독자들의 재미를 무시하고 그저 영화 열 편만 꼽아둔, 재미없는 목록이 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이시라면 내가 얼마나 쓸데없이 말을 길게 하는지 아실 거다. 그런데 그런 인간이, 연말 Best 10을 꼽을 때도 영화당 두세 문단은 쓰는 인간이, 지난 13년간의 Best 10을 꼽으면서 설명 한 줄 안 썼을 리 있는가. 또, 다른 이들의 목록을 보면 열 편의 영화를 꼽는 과정에서 순위를 매긴 이가 있고 안 매긴 이가 있다. 나는 순위를 매겼다. 이럴 수가! 내가 Best 10 목록을 만들면서 순위를 매기다니! 사정은 이렇다. 처음 관련 제안을 받았을 때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순위를 정하거나 말거나 관계없이 영화 열 편을 꼽고, 그에 관한 에세이를 200자 원고지 기준 10매 분량으로 써달라는 것. 그러겠노라고 답을 드렸다. 그런데 이어 다른 메일이 또 와서, 지면 문제 때문에 에세이는 못 실을 수도 있으니 보류하되 대신 순위를 "꼭" 매겨주길 바란다고 하셨다. 간략한 멘트는 해도 좋고. 역시 그러겠노라고 답을 드렸다. 그리고 그렇게 썼다. 열 편을 꼽고, 각 영화에 대한 간략한 언급 대신 다섯 줄짜리 잡담을 달았다. 그 잡담은 편집됐다. OK? 꼭 순위를 매기고 싶어서 매긴 건 아니다. (추측컨대 지금 순위 없이 목록을 작성하신 분들께서는 제안을 받자마자 바로 열 편을 꼽아 보내셨던 게 아닐까. 나는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면서 며칠을 흘려보냈다) 영화에 대한 긴 설명을 쓰기 싫어서 안 쓴 게 아니다. 이 블로그의 운영자는 아무리 사적인 이야기를 쓰더라도 언제나 리더 후렌들리하게 쓴다. 그런데 심지어 잡지에 실릴 글인데 괜히 단조롭게 썼겠는가. 별 쓸데 없는 목록이라는 식의 겸손은 잠시 집어치우겠다. [씨네21]을 읽으신 분들 중 몇 분 정도는 잡지에 실리지 않은 내용을 궁금해 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간고사 준비로 바쁜 와중에 짬을 내어, 어디까지나 리더 후렌들리하게, 다시 한 번 Best 10 목록 나간다. 평소처럼 길게 써보고 싶기도 하고, DVD 캡처도 올리고 싶지만 그럴 여유는 없다. 01. [춘향뎐(2000)] - 임권택 : 다른 장면들도 물론 뛰어나지만 무엇보다도 방자가 춘향 부르는 장면만으로도 이 자리에 오를 자격이 있다. 자연을 담아내는 경지가 아니라 자연을 연출하는 경지다. 이 이전이나 이 이후에 나온 영화들 중 다시 이와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02. [폭력의 역사(A History of Violence, 2005)] - 데이빗 크로넨버그 : 크로넨버그는 언제나 나의 본성을 도전적으로 파헤쳐댄다. 아무리 과격하게 살을 찢고 피를 뿜어도(혹은 그렇기 때문에) 그의 영화가 다루는 질문들을 스크린 위에만 머물러 있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나는 톰/조이의 가족들 모두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며 힘겨워했다. 혹은 이미 드러난 끔찍한 것조차도 모두 내 것으로 인정한 채 끌어안고 살아야만 한다고 되뇌었다. 03. [아버지의 깃발(Flags of Our Fathers, 2006)] /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Letters from Iwo Jima, 2006)] - 클린트 이스트우드 : 각각의 영화들이 다루고 있는 전장 속 인물들의 모습도 물론 가슴을 뒤흔들지만 무엇보다도 한 공간에서 벌어진 하나의 전투를 기어코 두 편의 영화로 만들었을 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결단 또는 예의가 나를 울린다. 04. [복수는 나의 것(2002)] - 박찬욱 : 완벽하게 통제되었다고 해서 걸작은 아니지만, 어쨌든 일단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게 통제된 영화 중 한 편이라고 말해두고 싶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서 처음으로 영화 고유의 언어에 대해서 배웠다. 그리고 그 언어들이 스크린 안에 머무르지만 않고 육신에 직접적으로 통증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무리 혼신의 힘을 다해 나와 남의 몸뚱이를 뒤섞고 파괴하며 잘해 보려고 해도 결국 홀로 어찌할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을 슬프게, 너무 슬퍼서 때로는 거리를 두며 어떻게든 웃어보려고 애쓰기까지 하면서 보여주고 들려주는 영화. 05. [피를 부르리라(There Will Be Blood, 2007)] - 폴 토마스 앤더슨 : 자본과 종교 어쩌고 저쩌고 하는 식으로 도상화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어쨌든 무엇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일에 몰두하게 만드는 세상에 던져진 사람으로서, 또 그 안에서 어떻게든 소유 자체에만 휩쓸리는 대신 다른 정신적 가치를 찾고 싶은 사람으로서, 이 기나긴 자멸극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걸 무시해도 괜찮은 날이 올 수 있을까? 그렇기를 간절히 바란다. 06. [흑사회(黑社會, 2005)] / [흑사회 이화위귀(黑社會 以和爲貴, 2006)] - 두기봉 : 지극히 장르적인 즐거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또한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는 경이로운 작품. 홍콩 반환에 대한 두려움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은 80년대 홍콩 누아르 붐 이후 온갖 홍콩 영화들에 갖다 붙일 수 있는 비평적 클리셰가 되고 말았지만 나는 이 영화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피부에 와 닿게 체험할 수 있었다. 07. [마틴 스콜세지와 함께 하는 사적인 미국 영화 여행(A Personal Journey with Martin Scorsese Through American Movies, 1995)] - 마틴 스콜세지, 마이클 헨리 윌슨 : 물론 나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젊은이의 매혹과 열정을 가지고 극영화를 만드는 스콜세지를 좋아한다. 그러나 평생에 걸친 영화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다른 이들도 그 애정에 동참해주기를 바라는 다큐멘터리 감독 스콜세지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도 굉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이 체험해 온 미국 영화의 역사를 들려주는 이 다큐멘터리는 그 전까지 모르고 있었던 많은 영화들을 소개해준 창구로서 가치 있는 작품임과 동시에 그 자체로 한 영화광의 초상을 담은 멋진 영화이기도 하다. 08. [무제(Untitled, 2000)] - 카메론 크로우 : 나는 영화에 충분히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결국 영화 언어에 민감해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카메론 크로우의 영화 앞에서는 언제나 영화를 처음 보는 아이처럼 되고 만다. 그냥 매 순간 정신을 못 차린다. 혹자는 록 스피릿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음악에 별 조예가 없는지라 이 작품에서 인용하는 록 밴드며 곡들은 거의 모르는 형편인데 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그건 그가 소년의 마음을 갖고 간절히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뭐든지 말해봐...(Say Anything..., 1989)],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 1996)], [엘리자베스타운(Elizabethtown, 2005)]도 모두 그런 영화들이지만 [올모스트 페이모스(Almost Famous, 2000)] 극장판에 40분 분량을 추가한 이 작품이 가장 절절하다. 09. [절규(叫, 2007)] - 쿠로사와 키요시 : [큐어(キュア, 1997)]와 [회로(回路, 2001)]의 동어반복이라고? 하지만 이만큼 간절함을 담은 공포 영화도 없었다. 붉은 옷의 귀신이 주인공과 함께 침대 위에 앉았을 때 불현듯 찾아온 편안함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현대 사회 속 구성원들의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랄지 고독과 소외 등등의 뻔한 비평적 표현들은 한 방에 날아가고, 차라리 누군가가 내 잘못을 힘껏 미워해주기를, 또는 내가 잘못을 저지른 상대를 힘껏 기억할 수 있기를 염원하는 간절한 소망만이 남는다. 그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10. [짝패(2006)] - 류승완 : 이 작품이 10위인 건 [짝패]에 대한 애정을 강조하기보다는 앞으로 나올 류승완의 영화들에 대한 기대를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올라갈 계단을 마련해 둔 셈이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솔직하게 몸으로 다가가는 감독 중 한 명이며, 어떤 순간에도 활동사진의 활력을 잊지 않는 감독이다. 그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도 희귀한 자질이기 때문에 나는 매번 그의 다음 영화를 조마조마해 하면서(그가 갑자기 먹물스러워지면 어쩌나 걱정돼서), 또 두근두근하며(이번엔 대체 얼마나 즐거울 수 있을까 궁금해서) 기다린다. [짝패]는 지금까지의 완결판 같은 작품이었다. 이제 어디로 갈까?! 뻔한 목록을 다시 되돌아보는 일은 이 정도로 그만 두기로 하자. 사실 이 블로그의 맥락에서는 좀 재미가 없는 목록이다. 쿠로사와 키요시의 [절규] 정도를 제외하면 몇 번이고 언급한 작품들 아닌가. 자주 오시는 방문객 분들께 '과연 sabbath는 Best 10에 뭘 넣을까요?'라고 설문조사를 해봐도 저 목록이 나올 것 같다. 아, 한 가지만 더. [씨네21]은 내 짧은 목록을 올리면서 실수를 두 번이나 했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2007년 작이라고 했고, [무제]를 2005년 작이라고 했다. [무제]가 2005년 작이라는 건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의문이고,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경우 허문영 평론가가 꼽았을 때는 2006년이라고 해주었다. 아무래도 나는 미움 받고 있나보다. (혹은 이런 걸로 나를 자극해서 포스팅을 하게 하려는 술책일지도?!) [씨네21]에 실린 다른 91인의 목록은 물론 즐겁다. [Sight and Sound]에서 10년에 한 번씩 하는 영화사상 최고의 영화 열 편 목록도 그렇지만, 역시 이런 목록은 최종 집계 결과보다는 개개인의 선택을 들여다보는 쪽이 훨씬 좋다. 길게 이야기를 할 시간도 없고, 사실 바빠서 정독하지도 못한 채 흥미로운 목록들만 주로 읽었지만 짧게 감상을 나열하자면, 홍성남 평론가의 [콜래트럴(Collateral, 2004)]에 대한 격찬이 반갑다. 역시 마이클 만의 최고 걸작이며, 나도 넣을까 말까 잠깐 고민했다. 박진형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크로넨버그의 영화 중 [동방의 약속(Eastern Promises, 2007)]을 꼽았다. 나는 이 영화를 세 번 보았지만 볼 때마다 보이는 것이 완전히 달라져서 여전히 강력하게 무슨 의견을 제시하기가 힘든데, 그는 무엇을 보았을지 궁금하다. 김봉석 평론가는 [절규]를 꼽았다. 나는 나 외의 다른 사람이 이 영화를 꼽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다시 말하자면 내게는 나름대로 "회심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무척 놀라웠고 반가웠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는 마이클 만의 작품 중에서 하필이면 [인사이더(The Insider, 1999)]를 꼽았다. 물론 좋아하는 영화지만 역시 의외다. 그리고 아벨 페라라의 [R X마스('R Xmas, 2001)]! [절규]를 넣을까 이걸 넣을까 고민했기 때문에 또 한 번 놀랐다. 정말 멋진 크리스마스 영화라고 생각하며, 이상할 정도로 아끼고 싶은 영화다. 장병원 [FILM 2.0] 편집장의 목록에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1996)]이 있다. 깜짝이야. 그러나 그가 과거 [팜므 파탈(Femme Fatale, 2002)]에 대한 애정을 적극 피력했음을 생각하면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다만 [팜므 파탈]이 아니라는 점이 의외였다. 물론 나도 [미션 임파서블]을 더 많이 보기는 했는데. 정수완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의 목록에는 마틴 스콜세지의 [Shine a Light(2007)]가 있다. 부러워 죽겠다. 그리고 얄밉다. CJ에서 수입해서 7월에 개봉한다고는 하지만, 이번에 전주에서 좀 미리 틀어주면 안 되었단 말입니까! (가만, 이번에 깜짝 상영 있나?) 김영진 평론가는 열 편에 대한 멘트 중 다섯 개를 "~가 아닐까" 식의 물음으로 끝냈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한창호 평론가는 크로넨버그의 [스파이더(Spider, 2002)]를 꼽았고 김두열 [씨네21] 블로거는 같은 감독의 [충돌(Crash, 1996)]을 꼽았다. 나는 [충돌]을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크로넨버그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견해는 언제나 들어보고 싶다. 장진 감독은 [킬러들의 수다(2001)]를 넣었다. 왜 다른 영화가 아니라 이 영화인지 궁금하다. 변영주 감독은 박찬욱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를 꼽았다. 멋지다. 봉준호 감독은 [폭력의 역사]를 꼽았다. 역시 뭘 좀 아신다. 정범식 감독이 [올드보이(2003)]를 꼽은 이유는 정말 웃겼다. 이해영 감독은 스파이더 맨 시리즈를 꼽았는데 흥미롭게도 [씨네21]의 표기에 따르면 3편은 포함되지 않는다. 실수인지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쓴웃음이 나왔다. 팬으로서 즐겁게 볼 수는 있지만 그래도 3편은 정말 별로인 영화였다. 신재인 감독은 1위와 2위를 쿠로사와 키요시의 [큐어]와 [회로]로 꼽았다. [절규]는 아직 못 보셨나요? 한재림 감독은 [카지노(Casino, 1995)]를 꼽으면서 자신의 베스트 10에는 무조건 스콜세지 영화를 넣어줘야 한다고 말해서 반가웠다. 실은 저도 그래요. 최익환 감독은 [올모스트 페이모스]를 꼽았다. 사실 나도 [무제]랑 구분하지 않아도 큰 불만은 없다. 최동훈 감독은 [L.A. 컨피덴셜(L.A. Confidential, 1997)]을 꼽으면서 정말 귀담아 들어야 할 교훈을 들려준다. "영화가 상영될 당시 책이 출판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절판. 우리나라 출판계의 현실이 일깨워준 교훈. 책은 눈앞에 있을 때 반드시 사라." 저는 헌책방에서 샀습니다. 김현석 감독은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 2002)]를 꼽으며 "천재가 쉬어가는 척하고 만든 로맨틱코미디."라고 했다. 정말 좋은 표현이다. 앤더슨 감독 이야기를 하면서 [펀치 드렁크 러브]를 지나가는 소품 취급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간 불만이 많았다. 류승완 감독은 역시 맨 먼저 서극의 [도(刀, 1995)]를 꼽았다. 이 영화 DVD가 안 나오는 건 정말 불가사의다. [재키 브라운(Jackie Brown, 1997)]을 꼽은 것도 멋지다. 내가 [킬 빌 Vol.2(Kill Bill Vol.2, 2004)]만큼 좋아하는 영화이며 타란티노가 정말 고수는 고수라는 사실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게 해준 영화다. 오승욱 감독의 목록에 브라질 영화 [신의 도시(Cidade de Deus, 2002)]가 있는 것은 의외였다. 나는 "실화"임을 표방하는 그 영화의 태도가, 그리고 그 현란한 스타일이 의심스러웠다. 리처드 페냐 뉴욕영화제 집행위원장은 DVD 음성해설도 했더니 박찬욱의 [친절한 금자씨(2005)]를 꼽았다. 정말 [복수는 나의 것] 이후의 박찬욱에 대한 저평가들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켄트 존스 평론가는 최근에 본 발 루튼 다큐멘터리 때문에 알게 된 이인데 목록이 재미있다. 특히 고다르가 영국영화를 씹는 태도에 대해 불만을 표한 대목이 반가웠다. "나는 그가 에머릭 프레스버거의 영화를 한편도 보지 않았다고 장담한다"라니! 멋져요! 데릭 엘리 평론가는 용감하게 폴 버호벤의 [쇼걸(Showgirls, 1995)]을 올렸다. 그건 좋은데 마이클 만의 [히트(Heat, 1995)]를 올리면서 "마이클 만이 대화를 하찮게 생각하기 이전에 만든 작품"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나, 장이모의 [영웅(英雄, 2002)]을 꼽은 건 좀 그렇다. 고란 토발로빅 뉴욕아시안영화제 공동창립자는 열 편 모두를 (두기봉이 지휘하는) 홍콩 영화제작사 밀키웨이 이미지의 작품으로 꼽았다! 그리고 그 중 여덟 편이 두기봉의 영화다! 이 대담한 선정에 박수를! 이상 잡담 끝. [씨네21]에 또 한 번 소개 돼버렸으니 영락 없는 영화 블로그 운영자로서 열심히 영화 관련 포스팅을 해야만 할 것 같지만 중간고사는 무서운 것이다.
|
알림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총이 주인공 맞지요. 원..
by Sadie at 09:07 아, 영화제 후에 개봉.. by sabbath at 08:48 아, 그 영화도 참 좋지요.. by sabbath at 08:46 <신탐>은 국내에 정식.. by Sadie at 07:23 스콜세시 영화중에서는.. by Q at 01:54 전 버스터 키튼이 포함된.. by sabbath at 08/07 솔직히 슬쩍 훑어보면 .. by sabbath at 08/07 1. 버스터 키튼 단편모음.. by 『한군』 at 08/07 2. !!!!!!!!!! 이게 뭔가요! .. by 예하 at 08/07 예전에 특별전을 통해 .. by sabbath at 08/07 수정했습니다. 고맙습.. by sabbath at 08/07 흥미롭습니다! 제목 찾.. by sabbath at 08/07 2편이 두기봉 연출인 것.. by sabbath at 08/07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편.. by sabbath at 08/07 아트시네마에서 앤소니 .. by marlowe at 08/06 최근 등록된 트랙백
이전 블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