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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하지만 조금 전까지 MBC MOVIE에서 하는 걸 처음부터 채널 한 번 안 돌리고 재미있게 봤으니까 몇 마디 해주는 게 예의겠지요. 아무튼, [실미도(2003)]보다 169의 169제곱 배 정도 더 재미있게 봤으니.
하지만 영화 자체에 대해 이야기할 건 별로 없습니다. 일단, 생각보다 훨씬 잔혹한, 핏물이 넘실거리는 영화였습니다. [스피시즈(Species, 1995)]를 예전에 봤었는데 기억상으로는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였습니다. 피터 잭슨의 [악취미(Bad Taste, 1987)]를 연상케 하는 장면까지 있었으니. 그리고 이런 유의 SF영화에서 나오기 마련인 구질구질한 특수효과는 너무나도 멋져서 가끔씩 보이는 CG가 거슬렸습니다. 아,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좀 더 에로틱했더라면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가 됐을 텐데, 좀 아쉽군요. (나타샤 헨스트리지 대신에 멍청해 보이는 남정네가 활개치고 다닌다는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젠장) 뭐, 딱히 열심히 이야기할만한 영화는 아니니까, 좀 더 넓은 이야기. 전 이 영화의 소재를 환장하게 좋아합니다. 환장하게 좋아하는 만큼 열심히 찾아서 보지는 않지만, 어쨌든 환장하게 좋아해요. 징그럽게 우려먹은 소재이긴 해도 인간에게 기생하는 흉측한─촉수가 있다면 특히나 매력 만점─외계 생물이라는 건 너무나도 매력적이에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Sex & Violence라는, 인류의 영원한 흥행 요소가 있기 때문이죠. 타자의 신체에 '침투'하여 '번식'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섹스와 폭력을 내포하는 행위입니다. 그것도 참 격렬하죠. 이 외계 생물들이 보여주는 폭력은 상대의 신체를 꿰뚫을 정도의 수위를 자랑하며 섹스의 결과는 두 시간 안으로 끊어지는 러닝 타임 안에서 표출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이 외계 생물이 기생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데에 10개월쯤 걸린다고 생각하면 긴장감이 떨어지겠죠.) 게다가 이 외계 생물들은 솔직히 말해 동정심을 자아냅니다. 들쑤시고 다니다가 뱃속에 수정란을 담아 오는 건 항상 인간이라고요. 태어나봤더니 조상들의 고향에서 수십 광년 떨어진 곳이다, 이게 대체 무슨 팔자랍니까? 특히 [스피시즈 2]는 정말 너무합니다. 전편의 외계 생물체는 복제 당해 '이브'라는 유치찬란한 상징 의미를 담은 이름이 붙여진 채 사육당하고, 피실험체 취급당하다가 간신히 동족을 만난 후에는 섹스 한 번 제대로 못 끝내고 그 동족을 배신하는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그래서 전 언제나 '저 빌어먹을 인간 놈들을 죽여 버려!'라는 심정으로 그런 영화들을 보지요. 언젠가 인간이 쓸데없이 오지랖 넓게 싸돌아다니고 다니다가 그런 외계 생물을 뱃속에 담아오는 일이 생긴다면… 저는 그 잘난 미국인들이 영화에서보다 좀 더 멍청한 족속들이기를 바라면서, 적당히 징그러운 촉수를 쓰다듬다가 기꺼이 몸을 내줄지도 모릅니다. ![]() 덧 하나. 돌이켜보니 외계 기생체에 대한 제 욕망은 꽤나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었군요. 중학교 때 B5에 갈겨쓰던 팬터지가 그 비슷한 내용이었어요. (학원 가방에다 넣고 다니다가 어머니께 들켜서 뭐 이런 걸 쓰냐고 한소리 들었었는데) 언젠가 다시 손대게 될지도? 덧 둘. 그래서 전 옥타비아 버틀러의 단편 [블러드차일드(Bloodchild)]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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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글 잘 읽었습니다..
by kinoeyes at 08/19 말씀하신대로 류승완 감.. by sabbath at 08/17 참 말할 거리가 많은 영.. by 파인로 at 08/17 그쵸. 사실상 모든 프랑.. by sabbath at 08/16 아, 그것은… 저도 무.. by sabbath at 08/16 저도 그 글을 읽어보았.. by sabbath at 08/16 제작사 외유내강 측의 .. by sabbath at 08/16 소식 고맙습니다! 포스터.. by sabbath at 08/16 가끔은 너무 만든 사람에.. by sabbath at 08/16 먼저 안 보신 분들께는 .. by sabbath at 08/16 저도 만주 벌판 액션이 참.. by sabbath at 08/16 [다찌마와 리] 속편 또.. by sabbath at 08/16 오오, 드디어 올리셨군.. by Sion at 08/16 드팔마를 떠올리는 장면.. by 다찌대박 at 08/16 저는 그놈의 잘생겼다!가.. by 은혈의륜 at 08/1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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