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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에서 토요일에 하는 [세계의 명화] 프로그램 진행을 3월 13일부터 박찬욱 감독이 하고 있다. (어차피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라고 해봐야 홈페이지에 올라온 영화 소개를 국어책 읽듯 읽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박찬욱인데 보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다) 주말 밤에 EBS를 보고 있을 사람이 있을 리 없는지라 학숙에 TV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못 보고 있었는데 마침 내려온 김에 어젯밤에 봤다. EBS 영화 홈페이지에서 영화 정보를 읽어봤는데 재즈의 몰락이 어쩌고 저쩌고. 그런 거 내가 알게 뭐냐. 박찬욱 얼굴이나 보지 뭐. 그런 생각으로 동아TV의 [프렌즈(Friends)]를 잠깐 접어두고 EBS로 채널을 돌렸다.
예상대로 홈페이지의 소개와 별 다를 것 없는 영화 정보를 박찬욱 감독의 목소리로 듣고 나서 채널을 돌릴까 하다가 잠시 어떤 영화인지 지켜봐 주기로 했다. 그런데 15세 미만 시청 불가 화면이 지나간 뒤 바로 귀청을 때리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바비 맥퍼린의 목소리가 아닌가! 분명히 귀에 익은 곡. 황급히 앨범들을 뒤져보니 칙 코리아와 함께 녹음한 [The Play] 음반에 "'Round Midnight"라는 곡이 있었다. 에잇, 조이랑 레이첼이 섹스를 하든 말든 알게 뭐냐. (사실은, 주일에는 한 주 동안 해줬던 걸 몰아서 재방영 하기 때문에 놓쳐도 상관없었다) 단번에 채널 고정. 잠시도 졸지 않고 끝까지 봤다. 늘그막에 이른 재즈 연주자 데일 터너는 자신의 음악을 알아주는 이들이 있는 곳, 파리로 떠나 '블루 노트'에서 옛 동료들과 함께 연주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그를 세계 최고의 연주자로 칭송해 마지 않는 가난한 팬 프랑시스는 그와 친분을 쌓아나가게 된다. 이것은 작품의 줄거리를 간략히 풀어놓은 것이지만 사실 이게 이 영화 스토리 라인의 전부이다. 알콜 중독인 터너가 술 때문에 겪게 되는 갈등이라든가 아내와 헤어져 딸 베랑제르와 함께 사는 프랑시스가 떠안는 삶의 무게 역시 다뤄지고는 있으나 그게 영화의 중심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종일관 귀에 울려퍼지는 재즈음이며,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이다. 모든 것에 지쳤고 단지 음악만이 남았을 뿐이라는 터너의 모습, 그리고 그의 그런 모습을 사랑하는 프랑시스와 터너의 친구들, 그리고 프랑시스를 따르는 베랑제르. 극적인 대립은 이 영화에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오로지 사라져가는 재즈의 기둥들 사이에서 담소를 나누며 산책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을 뿐이다. 어떠한 현란한 기교나 긴박한 플롯 없이 그저 그렇게 바라 보는 것만으로 이 영화는 무척 아름답게 느껴진다. 즉, [라운드 미드나잇]은 재즈의 몰락을 바라보는 133분짜리 시이고 뮤직 비디오이다. 실제 재즈 연주자들로 이뤄진 이 영화의 배우들은 그 시-뮤직 비디오를 진실한 힘으로 쌓아내고 있다. 그리고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무제(Untitled, 2000)]에서처럼, 그 진실함은 재즈에 대해 록만큼도 아는 게 없는 나 같은 이조차 충분히 감싸 안으며 흘러간다. 리얼하다는 것, 아름답다는 것은 그와 같다. 게다가 바비가 엔딩 크레딧을 다시 장식하고 있으니 오죽하랴. ![]() 덧. 제길. EBS를 평소에 보질 못하니 방영 시간대를 알아야지. 일요 시네마가 밤에 하는 프로그램일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있다가 하워드 혹스의 [빅 슬립(The Big Sleep, 1946)]을 놓쳤다. 제엔장. 물론 DVD로 봤지만 번역이 개판이어서 다시 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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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글 잘 읽었습니다..
by kinoeyes at 08/19 말씀하신대로 류승완 감.. by sabbath at 08/17 참 말할 거리가 많은 영.. by 파인로 at 08/17 그쵸. 사실상 모든 프랑.. by sabbath at 08/16 아, 그것은… 저도 무.. by sabbath at 08/16 저도 그 글을 읽어보았.. by sabbath at 08/16 제작사 외유내강 측의 .. by sabbath at 08/16 소식 고맙습니다! 포스터.. by sabbath at 08/16 가끔은 너무 만든 사람에.. by sabbath at 08/16 먼저 안 보신 분들께는 .. by sabbath at 08/16 저도 만주 벌판 액션이 참.. by sabbath at 08/16 [다찌마와 리] 속편 또.. by sabbath at 08/16 오오, 드디어 올리셨군.. by Sion at 08/16 드팔마를 떠올리는 장면.. by 다찌대박 at 08/16 저는 그놈의 잘생겼다!가.. by 은혈의륜 at 08/1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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