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들 - 블로깅 공백의 이유 外
 0. 오랜만이군요. 예고 없이 이렇게 오랫동안 블로깅을 중단했던 적이 있었나요?

 
 
 1. 이달 초에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입원해 계시던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친가보다 외가 사람들과 더 친한데, 그 중에서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서는 제가 유치원 다니기 전부터 같은 아파트에서(같은 집은 아니고) 함께 살아오신 터라 느낌이 남다르네요. 미국에서까지 친척들이 날아온 가운데 어제로 해서 삼우 탈상까지 끝마쳤습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입니다만, 고인의 명복 운운하는 덧글은 자제해주세요.



 2. 휴학했습니다. 1년 간 놀다가 입대할 생각입니다. 뭘 할 거냐는 질문을 (당연히) 자주 듣게 되는데, 그 역시 사양하고 싶습니다. 계획은 있는데 말로 하자니 뻔하게 느껴져서 그냥 무작정 때려치우고 놀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보이더군요. 표현력이 부족하든지 정말 그렇든지 그렇겠지만. 광주 말고 서울에서 혼자 살아볼 계획입니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라면 이미 집을 구해서 서울에 가 있어야 하는데 할머니 일 때문에 많이 미뤄졌습니다. 며칠 쉬다가 서울로 가 볼 생각입니다. 집을 구하는 건 한 번도 안 해봐서 여러 가지로 무섭네요.



 3. 원래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있었지만 며칠 전부터 심해진다 싶었더니 오늘은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군요. 그러고 보니 환절기. 감기철입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감기에 제대로 걸려 있을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종종 쓰는 표현이지만, 사형집행일을 앞둔 사형수의 심정 같은 거죠.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는 알겠는데 피할 방법이 딱히 생각나지 않는. 감기 조심하세요.



 4. 휴학 문제로 학교에 갔다 오느라고 〈쾌걸 춘향〉 14, 15회를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VOD 서비스 이용은 또 어쩜 그리 귀찮은지. 아무튼 오늘 16회로 끝날 줄 알았는데 홈페이지에 가 보니 17회로 한 회 증편 됐더군요. 그래도 15회 절반 정도 보니까 다시 좀 제정신 차리고 이 드라마다워진 것 같습디다. 이미 말린 거 어쩌겠습니까마는. 이제 정말 중요한 건 17회가 과연 내일 방영될 건가 하는 점이죠. 3․1절이라고 한 주 미루면 곤란한데.



 5. DVD 시장이 막 확장하던 초기에 서플 한글 자막을 몽땅 무시하며 수많은 명작들을 말아먹은 (이번, 딱 한 번만 풀네임으로 부르겠습니다.) 이 씹새끼 fucks. 그런데 작년부터 이 회사가 절치부심하여 좋은 평가를 받더니 이번엔 과거 자신들이 말아먹은 타이틀 중 〈물랑루즈 SE〉와 〈다이하드 SE〉, 그리고 〈다이하드2 SE〉의 모든 서플에 다시 한글 자막을 붙여 출시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물론 이미 구입한, 그리고 수년 간 욕 해온 사람들은 결국 이런 식으로 두 번 팔아먹는다고 원성을 토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예 않는 것보다는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저는 과거 〈물랑루즈 SE〉를 중고로 구입하긴 했는데 구입 후 한 번 밖에 보질 않아 〈다이하드 SE〉와 〈다이하드2 SE〉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요.

 그런데 얼마 전 벼락같이 어떤 깨달음이 찾아오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하나둘 씩 과거의 미흡했던 타이틀들을 개선해서 내놓는다면, 언젠가는 〈파이트 클럽 SE〉의 (브래드 피트의 자지 컷이야 폭스가 자른 게 아니라 심의에 걸렸으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코멘터리 넷 모두를 한글 자막과 함께 만날 수 있게 되는 거 아닐까요? 혹은 〈에일리언 4부작 박스〉의 자막도 수정할지 모르죠. 하긴, 아직 오버이긴 해요. 그렇지만 살짝 기대는 품어 보는 겁니다. 어쨌든 이 폭스라는 이름 아래 묶인 명작들은 많잖습니까. 자, 워너 브라더스에 이어 또 하나의 훌륭한 직배사로 거듭나는 거다, 20세기 폭스!



 6. 그간 출간된 책 중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작품은 역시 미하엘 엔데의 『자유의 감옥』일 겁니다. 감상평에 인색한 친구가 자기 인생의 책으로 꼽은 작품인데, 빌려보는 건 통 안돼서 못 보고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지요. 한편 책날개 뒤의 근간 목록에는 미하엘 엔데의 『거울 속의 거울』도 있습니다. 1990년에 기린원을 통해 소개된 뒤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몇 년 전에 소설가 모 님께서 연세대학교 도서관에서 구했다시며 제본해 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어렵사리 구한 책이 새로 소개되면 억울해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저는 마냥 즐거울 따름입니다.



 7. 여러 가지 생각 끝에 그간 연례행사로 해오던(이라고 해봐야 두 번 했지만) “새벗이 말하는 올해의 책/영화들”을 폐지하고 이것을 월례행사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2003년에는 몰랐는데 2004년 한 해를 살아보니 도저히 연말에 한 해를 커버할 수 없겠더군요. 적당히 한 달에 세 작품씩 꼽고 나머지도 살짝 언급하는 식으로 나가볼 생각입니다. 무게가 덜어지고 좀 더 많은 작품들을 편히 소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겠지요. 2월 것부터 시작합니다.



 8. 초기대작이었던 최양일 감독, 비트 다케시 주연의 〈피와 뼈〉에서 한 시퀀스가 통째로 잘렸다는 소식입니다. ozzyz 님의 글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뭐가 많이 펄럭여서 그런 모양입니다. 스폰지 하우스 홈페이지에 가 보니 잘린 게 맞고 “이유는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시겠지요.”라는군요. 〈그 때 그 사람들〉에 이어 〈피와 뼈〉라. 이제 한 해의 1/6이 지났는데 말이죠. 2003년의 영화를 돌이켜보며 “어게인 2003”을 외치는 이들이 많건만, 그리고 라인업을 보면 정말 화려한 한 해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지건만, 돌아가는 꼴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붉은 악마가 붉은색의 이미지를 바꿨네, 어쨌네, 떠들 때는 또 언제고.



 9. 〈저수지의 개들〉 OST를 들으며.
by sabbath | 2005/02/28 21:13 | 20030930~20050514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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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ion at 2005/02/28 21:37
돌아오셔서 기쁩니다. 휴학하셨군요. 그 동안 원하시는 바 끝장나게 밀어붙여보시길 빕니다.-_-)b 그리고 그동안 혹시 사신게 아닐까 걱정하며 보냈는데 그건 아닌 듯 하여 다행입니다^^
Commented by sabbath at 2005/02/28 21:38
Sion / 정말 아슬아슬했습니다. 장바구니에 담겨 있었으니까요. 여튼 무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프리스티 at 2005/03/01 01:33
다 짤리는군요. 쩝.
Commented by sabbath at 2005/03/01 16:58
프리스티 / 어젯밤엔가? 케이블 TV에서 〈이중간첩〉을 해줬는데 오프닝 크레딧 시퀀스에서 인공기가 화면 가득 펄럭이는 걸 보고 입이 쩍 벌어지더군요. 그럼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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