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들 - 결국은 감기
 0. 그냥 예상만 있고 지나가면 안되냐… 결국 걸렸습니다. 코가 막혀 죽겠군요. 그렇잖아도 비염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1. 어제 〈에비에이터〉를 다시 봤습니다. 무척 다시 보고 싶었지만 대체 광주의 어디에서 봐야 2.35:1 화면비와 엔딩 크레딧을 즐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광주에도 CGV가 있었습니다. 엔딩 크레딧 올라가던 중에 불을 켰는데, 직원이 들어와서는 아직 제가 앉아 있는 걸 보고 다시 꺼주더군요. 개강(학)일이었기 때문인지 사람도 거의 없어서 네 명이서 즐겁게 봤습니다. 아, 다른 세 사람이 즐겁게 봤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영화는 여전히 좋았습니다. 몸이 좀 더 괜찮았더라면 바로 한 번 더 보고 왔을 텐데. 감기가 나으면 다시 보러 가고 싶습니다. 이건 진짜 "영화"라서, 극장에서 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2. 물론 〈에비에이터〉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걸 논외로 치더라도, 아카데미 시상식 이야기를 할 때 "주요 부문" 운운하는 건 좀 불편하지 않나요? 아, 물론 작품상과 감독상을 주요 부문이라고 부르는 건 저도 그럴 듯 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영화에 속한 수많은 요소를 결집시키는 것이 감독의 일이며 그 결과가 곧 작품이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주요 부문"은 저 둘에다가 남우주연, 여우주연을 덧붙이는 것 같던데… 아무튼 이런 식의 표현은 영화에 있어서 기술의 문제를 도외시하는 느낌을 줘서 저는 굉장히 불편합니다. 하지만 크게 탓할 수도 없는 것이, 직접 영화를 찍는 일에 뛰어들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그런 기술 부문의 가치를 명확하게 느끼기 힘든 법이니까요. ("편집과 촬영도?" 라는 반문을 해봄직 하지만 솔직히 "예, 편집과 촬영도요."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본 예고편, 무지 마음에 듭니다. 예고편이 기대치를 한껏 높여주는군요. 그렇잖아도 맨날 미국 누아르, 프랑스 누아르만 봐서 좀 지겹던 참이었습니다. (실은 오늘 오후에 〈올드보이〉 DVD를 한참 만지작거리고 있었죠. 〈에비에이터〉를 보러 가지 못한 대신에 스콜세지 감독의 〈코미디의 왕〉을 보긴 했지만.) 그러나 이 예고편의 가장 큰 문제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에릭이 가장 멋있다는 것. 아니, 이 친구는 대체… 신화 멤버 중 하나라는 건 알지만 그 외엔 아무 것도 모르는, 캐스팅 당시 그냥 호사가들의 입담거리 정도로 취급되었던 배우가 가장 멋져 보여서 무척 당황하고 있습니다. 뭐, 다른 말로 하자면 김지운 감독이 조율을 잘 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미숙한 배우(물론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연기가 튀어나올지 누가 압니까마는.)를 연출로 커버한다는 건. 하하, 그러고 보니 예고편만 보고 너무 앞서 나가는군요. 실은 오늘 서점에서 잠깐 『스크린』 3월호를 보고 왔는데 새삼 〈주먹이 운다〉와 〈달콤한 인생〉이 "다음달"에 개봉한다는 걸 깨닫게 돼서 좀 흥분한 상태랍니다. 슬슬 아카데미 시즌도 끝나고, (예, 제게는 이미 끝났습니다.) "2003년, 다시 한 번!"이라는 구호와 함께 멋진 한국 영화들을 만날 때가 가까워지고 있어요.



 4. 아, 정말 궁금했던 거 하나. 〈비포 선셋〉이 왜 아카데미 "각색상" 후보였나요?
by sabbath | 2005/03/03 23:41 | 20030930~20050514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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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_권_ at 2005/03/04 02:10
0. 3월이지만 날씨가 춥습니다. 조심하세요.

3. 휴우. 개강도 했고... 슬슬 다시 부지런해져야하니.. 시간내서 조조를 보러 가야겠어요. 겨우내 놓친 영화가 많아요. 역시 영화는 혼자보러 다녀야 한 단 말이죠.
Commented by 사오시안트 at 2005/03/04 03:19
3. 에릭의 연기커리어를 보자면 이제 신인이라긴 좀 그렇지 않나요? 물론 영화는 처음이지만...;

그건 그렇고, 예고편 정말 죽음이네요.(...)
Commented by sabbath at 2005/03/04 08:22
_권_ / 이미 걸렸으니 조심할 단계는 지나버렸습니다(…) _권_ 님도 아무쪼록 조심하세요.
Commented by sabbath at 2005/03/04 08:32
사오시안트 / 위에 언급한 것처럼 저는 에릭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거든요. 음… 사오시안트 님 말씀 듣고 검색해 보니 동국대 연극영상학부 출신에 2003년 MBC 〈나는 달린다〉로 시작해서 해마다 한 편씩 세 편의 드라마를 찍은 모양이군요.

그럼, 상대적 신인이라고 해두죠 뭐. 김뢰하나 오달수, (아아, 이 두 사람이 한 영화에 나오다니. 봉준호와 박찬욱을 더하면 김지운인가!) 김영철은 물론이고 이병헌, 황정민에 비해도 여전히 신인이니까요 :-)
Commented by 두부 at 2005/03/04 10:07
비포선셋은 찾아 보니 비포 선라이즈의 캐릭터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각색상 후보로 올랐다고 합니다. 따라서 모든 속편들은 각색상 후보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비슷하게 만화 캐릭터만 따서 영화를 만든 경우도 각색상으로 올라 갑니다.
Commented by 프리스티 at 2005/03/04 16:54
3. 허, 그냥 멋져버리는군요. 신민아가 이번 영화에서 주가를 올릴 수 있다면 좋을텐데.
Commented by sabbath at 2005/03/05 10:31
두부 / 아항,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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