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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anBerg 님께서 찾으셔서 올립니다. [KINO] 1999년 10월 호 박찬욱 감독의 단편 [심판(1999)] 관련 기사에 박스 기사로 실린 박찬욱 감독의 "나의 베스트 10"과 "과대평가 10"입니다.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19,283편의 영화 중에 머리에 먼저 떠오르는 순서대로 골라봤다. 무순. 1. 가르시아(Bring Me the Head of Alfredo Garcia, 1974) 애인의 옛 머리를 그의 옛 애인에게 데려다주는 여행이라니! 모두들 너무 심각해서 코믹하다. 늙을수록 엉뚱해지는 작가가 좋다. 나의 우상 워렌 오츠의 최고작. 에이젠슈타인과 부뉴엘, 페킨파가 사랑했던 멕시코. ![]() 드 팔머의 가장 독창적인 작업. 가난하게 만든 영화야말로 시대를 초월해 살아남는다는 영화역사의 미스테리. 생일 케이크 살인 장면은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1995)] 전체와도 안 바꾼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해결의 라스트. ![]() 부조리 유머의 대가 베르뜨랑 블리에는 단연 불어권 최고의 작가. 가부장제에 대한 유례없이 통렬한 비판. 자살한 빠뜨릭 드웨어도 잊을 수 없지만 꺄롤 롤로의 '웃지 않는 공주'처럼 매력적인 여인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 ![]() [페이스 오프(Face/Off, 1997)](물론 오우삼의 액션 영화 이야기. [페이스 오프] 개봉 당시 그 영화의 원조라면서 [세컨드]가 다시 조명 받았다고 합니다.)는 저리 가라.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기업에 말려든 한 사내의 악몽. 프랑켄하이머 감독과 제임스 웡 하우 촬영기사가 서로 자기 아이디어였다고 우기는 광각 렌즈의 전면적 활용. 할리우드 사상 가장 심각한 상업영화. ![]() 사나이 중의 사나이 올드리치.(요새는 알드리치라고 하는데.) 미키 스필레인의 파시즘을 박살내다. 판도라의 상자를 찾아가는 마이크 해머의 기이한 모험담. B 무비 중의 B 무비, 느와르 중의 느와르, 하드보일드 중의 하드보일드. ![]() 악몽으로 각색된 [헨젤과 그레텔]이라고나 할까? 역사상 가장 능글맞은 배우였던 찰스 로튼이 만든 괴상한 동화적 심리 공포 필름 느와르. 오리지널 [케이프 피어(Cape Fear, 1962)](마틴 스콜세지가 닉 놀테, 로버트 드 니로를 기용해 만든 [케이프 피어(Cape Fear, 1991)]의 원작 이야기. 아아, 보고 싶어! DVD 나왔는데 절판이더군요.)와 더불어, 로버트 미첨의 파충류 연기의 정점을 보여준다. ![]() 내게 단 한 명의 배우를 고르라면 역시, 리 마빈. 이 초현실주의 필름 느와르에서 그의 무표정 연기는 빛을 발한다. 잘 걷는 사나이 Walker는 줄기차게 복도를 걷지만 그가 겨냥한(Point) 과녁은 텅 비었다(Blank). 한마디로, 쿨하다! ![]() 한 연쇄살인자의 범죄 행각을 기록영화적으로 추적한다. 살인하고 손에 묻은 피를 자기 오줌으로 닦는 장면에서 그 비정함은 극에 달한다. 제자들이 아르바이트해서 모아준 돈으로 촬영을 시작했던 노감독 이마무라 쇼헤이의 결의가 비장하다. ![]() 아벨 페라라의 최고작. 타락한 형사는 구원받을 것인가. 성당에서 윤간당한 수녀의 국부를 클로즈업으로 '뜩!' 보여주는 데에서는 할 말을 잃었다. 미즈 45(아벨 페라라의 [미즈 45(Ms. 45, 1981)]에 나오는 주인공입니다.), 조에 태멀리스가 비공식 각본가로 참여하고 하비 케이틀이 자기 대사를 직접 썼다. ![]() 제일 좋아하는 작곡가가 철저하게 해부되고 조롱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마조히스트적 쾌감. 정신병자 켄 러셀의 증세가 가장 악화된 상태를 알 수 있는 임상보고서이자, 분방한 상상력이 뭔지를 보여주는 말러 뮤직 비디오. ![]() 물론 다 뛰어난 영화들이다. 다만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았다는 게 죄라면 죄. 무순 1. 메탈 자켓(Full Metal Jacket, 1987) 큐브릭은 신비화된 감이 좀 있다. 특히 이 작품은 많이 떨어진다. 훈련소를 묘사한 앞의 반은 짱이지만, 베트남에서의 뒤의 반은 꽝이다. ![]() [그 남자 흉폭하다(その男,凶暴につき, 1981)]나 [소나티네(ソナチネ, 1993)]보다 훨씬 못하다. 아내와의 여행 시퀀스는 너무 유치해서 봐주기 힘들다. 앞의 반으로 끝냈으면 좋았을 텐데. ![]() 너무 추켜 세워주면 이렇게 된다. 자기 자신의 모티브들을 재탕 삼탕 우려먹는 안이함. 미완성 각본으로 폼만 잔뜩 잡는다. ![]() 허만의 음악과 샤워실 장면을 빼면 막상 별로 남는 게 없는 영화. 히치콕의 대표작은커녕 베스트 10에도 안 끼워 준다. ![]() 고독한 게 뭐 자랑인가? 고독하다고 막 우기고 알아달라고 떼쓰는 태도가 싫다. 특히 타월이나 비누 붙들고 말 거는 장면은 기가 막힐 따름이다. ![]() 물 속에서 숨 오래 참기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바다 속 풍경의 아름다움이라면 [아틀란티스(Atlantis, 1991)](뤽 베송이 1991년에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쪽이 차라리 낫다. ![]() 전쟁에 대한 그다지 독창적인 해석도 없는데다가, 그 현학적인 독백들이란! 영화에 내레이션을 입힌 건지, 시 낭송에 배경 그림을 깐 건지… ![]() 젊은 영화광들이 열광하는걸 보고 실망했다. 독일 표현주의와 필름 느와르를 분위기만 좀 배워 와서 잔재주 부린 데 지나지 않는다. ![]() 적어도 영화사상 최고작은 아니다. 자기현시적인 테크닉 과시로 일관할 뿐 스케일에 걸맞는 감동은 없다. 웰즈는 후기작들이 백배 좋다. ![]() 인디들의 노고를 훔쳐다가 (그 "인디들"의 맨 앞에는 각본을 팔아 넘긴 쿠엔틴 타란티노가 있겠죠.) 떠들썩하게 팔아먹었다. '미디어 비판'이라는 명분으로 도망갈 구멍은 만들어 놓고 스캔들을 조장하는 교활함. ![]() 전 박찬욱 감독은 기본적으로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영화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취향을 드러낼 때 악취미적인 모습을 보이는 거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베스트 10은 언제나 난감한 거지만 특히 그런 악취미적 영화광들에게는 더합니다.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19,283편의 영화들"이라는 표현을 생각해 보시길. 19,283편이라는 숫자는 어떻게 나온 걸까요? 정말 그만큼의 영화를 봤다는 건 절대 아니라는 데에 몰표. 키보드를 잘 보세요.) 이 사람들은 분명히 베스트 10을 꼽으라고 할 때마다 다른 걸 꼽을 거예요. 그것도 되도록이면 남들이 보지 않았을 영화로, 혹은 남들이 무시할만한 영화로(타란티노는 언젠가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À bout de souffle, 1960)]를 리메이크 한 할리우드 영화 [헐떡이며(Breathless, 1983)]를 베스트 10에 넣은 적도 있습니다. 박찬욱은 예전에 [KINO]에서 마틴 스콜세지 특집을 할 때 최고작을 꼽으라고 하니 [일과 후(After Hours, 1985)]를 꼽았고.). 지금도 그렇지만 99년에도 박찬욱의 베스트 10은 정말 구하기 어려운 영화들이었을 겁니다. 결국 이런 영화광들의 베스트 10이란 그 목록을 보는 즐거움이 아니라 그 영화들을 직접 찾아 먹는 즐거움을 안겨주기 마련이죠. 전 이 목록을 작년에 처음 봤는데 그 때 베스트 10에서 제가 본 영화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은 일곱 편을 봤군요. 그 일곱 편은, 설령 제가 제 베스트 10에 넣지는 않더라도 각자 나름대로 특색이 있는 좋은 영화들이었고요. 이 목록에서 글쓴이의 진심을 찾으려면 오히려 과대평가 10을 봐야합니다. 과대평가 10에 선정된 영화들에 대해선 지금 다시 물어봐도 같은 대답을 할 거라고 생각해요. 흥미롭지 않습니까? 이 사람의 취향을 알고 싶으면 좋아하는 걸 볼 게 아니라 싫어하는 걸 봐야한다는 사실이? 영화광의 끝은 결국 돌아돌아서 모든 영화를 다 좋아하는 단계에 이르는 건지도 모릅니다. 아니, 아마 그럴 거예요. 덧 하나. 꼭 이런 목록 하나 뜨면 왕창 트랙백하면서 자기가 본 거 밑줄 치는 게 이글루스 전통쯤 되는 것 같은데, 솔직히 그런 건 좀 줄여나갔으면 좋겠어요. 무슨 책/영화 관련 정보 좀 얻으려고 검색어를 넣으면 목록 포스팅("IMDB Best 250"이라든가 "랜덤하우스 선정 20세기 영문소설 1백 권" 같은.)만 한 움큼 나오니 원. 하지만 투덜거린다고 될 일은 아니겠죠. 덧 둘. 박찬욱 감독은 저 베스트 10을 아마 비디오 가게에서 구해 봤겠죠? 샘 페킨파의 〈[르시아] 같은 건 분명히 비디오 출시명. DVD 출시명은 (놀랍게도 이 목록을 발견한 뒤 얼마 되지 않아 스펙트럼에서 출시하더군요.) [알프레도 가르시아의 목을 가져 와라!]고. 말 나온 김에 저 작품들 구할 곳을 찾아 볼까요. 찰스 로튼의 [사냥꾼의 밤]은 알고 보니 〈어둠의 사냥꾼〉이라는 제목으로 립핑 타이틀이 나와 있었습니다. 존 부어맨의 [포인트 블랭크]는 미국에서도 DVD 출시가 안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7월인가 발매 예정. 전 이마무라 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과 더불어 작년에 서울아트시네마 "시네필의 향연" 때 봤지요.[자매]와 [세컨즈]는 결국 달러 주고 DVD 구해다 본 거고(〈자매〉는 제가 아니라 선배가 샀습니다만 드 팔마 열혈 팬인 저도 결국 사게 되겠지요.) 코드 1 DVD에 영문 자막도 없는 로버트 알드리치의 [키스 미 데들리]만 Divx으로 봤는데 결국 6월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필름으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악질 경찰]도 코드 1 DVD에 영문 자막이 없는데 국내에 비디오로는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찾아보니 [손수건을 꺼내요]는 코드 1 DVD로 나왔군요. 프랑스 영화니까 영문 자막도 있고. 지금으로선 [말러]가 가장 보기 힘든 영화가 되지 않을지. 물론 코드 1 DVD에 영문 자막 없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절판인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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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글 잘 읽었습니다..
by kinoeyes at 08/19 말씀하신대로 류승완 감.. by sabbath at 08/17 참 말할 거리가 많은 영.. by 파인로 at 08/17 그쵸. 사실상 모든 프랑.. by sabbath at 08/16 아, 그것은… 저도 무.. by sabbath at 08/16 저도 그 글을 읽어보았.. by sabbath at 08/16 제작사 외유내강 측의 .. by sabbath at 08/16 소식 고맙습니다! 포스터.. by sabbath at 08/16 가끔은 너무 만든 사람에.. by sabbath at 08/16 먼저 안 보신 분들께는 .. by sabbath at 08/16 저도 만주 벌판 액션이 참.. by sabbath at 08/16 [다찌마와 리] 속편 또.. by sabbath at 08/16 오오, 드디어 올리셨군.. by Sion at 08/16 드팔마를 떠올리는 장면.. by 다찌대박 at 08/16 저는 그놈의 잘생겼다!가.. by 은혈의륜 at 08/1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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