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챈들러, 『기나긴 이별』 출간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 중 최고 걸작으로 알려져 있는 『기나긴 이별』이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이로서 북하우스는 장르 문학 프로젝트를 또 다시 끝까지 완수해 낸 출판사가 됐고요. (이전의 캐드펠 시리즈를 말하는 겁니다. 아, 브라운 신부 시리즈도 있군요.) 전 여전히 『빅 슬립』과 『하이 윈도』의 제목 번역에 투덜거리고 있긴 하지만(각각 "깊은 잠"과 "높은 창"이었어야 했다는 이유로) 이번 필립 말로 시리즈는 그 정도 불만으로 무시하기에는 너무나도 훌륭한 선집이었습니다. 작가도, 역자도, 해설자도, 기획자도, 출판사도 모두모두 사랑스러웠어요. 까치 출판사의 아르센 뤼팽 전집과 더불어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훌륭한 추리소설 기획 · 출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작품이라고 아예 한 방 박을 참인지 무려 655페이지입니다. (그 전 다섯 작품이 각각 대략 400 페이지 중반쯤 되는지라 알라딘에서 건져 온 이 정보가 혹시 잘못된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하고 있을 지경.) 말 그대로 이 시리즈에 고하는 "기나긴 이별"이 되겠네요. 앞으로도 이런 멋진 시리즈 기획이 나와 주길 바랍니다. 관계자 분들께, 그간 챈들러를 열렬히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사랑할 독자로서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덧 하나. 드디어 로버트 알트만의 〈기나긴 이별〉을 볼 때가 됐군요. 로버트 알트만은 원래 원작의 "재해석"에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인만큼 굳이 원작을 먼저 접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아니, 사실은 원작이 있는 모든 영화에 그런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보지만─그래서 로드리게즈의 〈신 시티〉 연출 의도 자체는 썩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어쩐지 챈들러를 먼저 읽고 싶었습니다.

 덧 둘. 그러고보니 가격이 1만 4천원. 분량만 다를 리는 없군요. 하긴, 2백 페이지가 늘었는데.
by sabbath | 2005/05/03 14:00 | 20030930~20050514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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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hermes at 2005/05/03 15:13
드디어 끝, 이군요. 아쉬워서 어쩌나.
Commented by 『한군』 at 2005/05/03 19:24
...이런, 이런... 공부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05/05/03 22:02
<필립 말로우의 우수(내 사랑 안녕)>은 뭐라고 제목이 붙었던가요?
Commented by sabbath at 2005/05/03 23:20
냉큼 가서 사 보니 655페이지 맞더군요 :-)
Commented by sabbath at 2005/05/03 23:22
rumic71 / 『안녕 내 사랑』입니다.

그건 그렇고 역자 박현주 님께선 『깊은 잠』, 『높은 창』, 『안녕 내 사랑』, 『호수의 여인』, 『리틀 시스터』, 『긴 이별』으로 세 글자 제목 셋, 다섯 글자 제목 셋을 고려하셨던 모양인데, 살짝 아쉽군요. ("긴 이별"이라고 하면 "기나긴"의 어감이 아깝긴 하지만 또 "긴" 것을 세 글자로 짧고 담백하게 끊어내는 재미도 있는데.)
Commented by 이재훈 at 2005/05/04 00:24
당장은 포기했습니다. 군 제대 후에 절판되지나 않았으면 좋겠네요~
Commented by _권_ at 2005/05/04 01:05
북하우스 잘하고 있어요. 저것도 도서관에 좌악 다 신청해서 봐야 할라나...;;
Commented by 『한군』 at 2005/05/18 18:56
역시 처음부터 읽자란 마음에 『빅 슬립』부터 읽고 있는데 번역이 이상한 부분이 많은것 같습니다. 어법이 안맞다던지, 대명사가 잘못들어 갔다던지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다른분들이 아무도 번역이야기를 안하시고 새벗님이 칭찬까지 하시는걸 보니 아무래도 제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Commented by sabbath at 2005/05/23 01:07
『한군』 / 그렇던가요? 챈들러 선집(혹은 말로 전집)의 번역에 관해서는 두 번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 분은 "전체가 다 안 좋다."였고 또 다른 분은 "『빅 슬립』과 『하이 윈도』가 안 좋다."였죠. 전자에는 공감할 수 없고, 후자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제 경우 『빅 슬립』에 반하긴 했지만 제대로 빠진 건 『안녕 내 사랑』이었는데 이게 챈들러 스타일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역자의 솜씨가 이 지점에서 더 나아졌기 때문인지 확신이 안 서네요.

아무튼 전 『안녕 내 사랑』부터 『기나긴 이별』까지의 네 편 동안 단 한 번도 이 시리즈에 대해 불평을 해본 적이 없는지라 (『빅 슬립』은 어려웠고, 『하이 윈도』 때도 확실히 투덜거린 기억이 납니다.)이 정도의 상찬이 나왔을 뿐입니다.

게다가 전 (정말이지 의외로, 심지어 "거짓말!"이라고 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번역에 그리 민감한 독자가 아니랍니다. 제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 부분이 있다고 해도 그럴 법한 일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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