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 인생
 아직 『로드 짐』을 읽는 중이라 사놓고 읽지 못하고 있는 『기나긴 이별』. 맨 첫 장, 본문의 내용 중 일부를 옮겨둔 부분만 읽어 봤는데 다 읽고 자연스럽게 “아… 미치겠다.”라는 탄성이 나와 버렸다. 대체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 챈들러라는 작자는 (아니, 매튜 페리 말고!) 어떤 작자란 말인가. 이런 문장을 6백 페이지 넘게 읽고 있을 수 있다는 건 일생에 손꼽을만한 행복이 아닐까.

 그렇게 하여 사립탐정의 하루가 지나갔다. 정확히 전형적인 날은 아니었지만 아주 특별한 날도 아니었다. 한 남자가 이 일을 그만두지 않고 버티는 이유를 아무도 알 수 없다. 부자가 될 수도 없고, 대부분 재미도 별로 없다. 때로는 얻어터지거나 총을 맞거나 감옥에 던져지기도 한다. 아주 가끔은 죽을 수도 있다. 두 달마다 한 번씩, 이 일을 그만두고 아직 머리가 흔들리지 않고 걸어다닐 수 있을 때 번듯한 다른 직업을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그러면 문에서 버저가 울리고 대기실로 향하는 안쪽 문을 열면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여 새로운 문제와 새로운 슬픔, 약간의 돈을 안고 들어온다.

 그러고 보면 지금 읽고 있는 조셉 콘래드도 문장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간이고, 로저 젤라즈니도 마찬가지. 좋아하는 영화감독도 박찬욱, 타란티노, 스콜세지, 드 팔마… 이것이 스타일리스트 인생.

 그리고, 스타일은 곧 내용이 된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by sabbath | 2005/05/04 11:19 | 20030930~20050514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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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라뤼 at 2006/12/30 15:05
스타일은 곧 내용이 된다... 에서 살짝 충격 먹었네요.. 좋은 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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